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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5]연시
푹찍
2019. 3. 25. 01:17
20190324
KPC. 유현
PC. 송미노
[연시:鉛矢]
-
-
: 1d10 주사위 판정

rolling 1d10
()
10
10
: 이성 수치 감소 10
...
...
몹시 깊은 수마였습니다.
조명이 눈꺼풀 안쪽으로 발간 빛을 아프게 찔러넣을 때까지는.
미노는 깊은 의식에서 끌어올려지듯 갑작스레 눈을 뜹니다.
손에 닿는 것은 익숙한 시트의 감촉.
깜박, 깜박.
눈을 삼박거리면 희미했던 시야가 점차로 선명해집니다.
익숙한 천장, 익숙한 분위기.
아, 이 곳은… ...방이군요.
몹시 소중한 것이 모래처럼 빠져나가는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
연기처럼 손 안에서 빠져나가는 꿈을 꾸었던 것도 같은데.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생생했던 꿈의 파편은 여전히 남아 머리를 어지럽힙니다.
캄캄한 안개가 피어오르는 공간에 당신과, 당신이 아닌 사람이 서 있습니다.
꿈 속, 주위는 어슴푸레하고 안개가 자욱하여 좀처럼 공간을 분간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 곳이 어딘지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당신의 마음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견디는 것도 힘들었으니.
그것을 깨닫는 순간, 심해로 추락하듯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슬픔, 슬픔, … … 우울과도 비슷한 슬픔이 머리를 가득 채웁니다.
그래, 꿈 속의 당신은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울고 있었습니다.
왜 울고 있었을까. 기억을 더듬어 올라갑니다.
...
당신은 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사람의 이목구비를 알고 있습니다.
눈의 모양과 콧대의 높이, 입술의 붉기, 생그러운 뺨과 그것들이 자아내는 인상.
당신은 천천히 그것들을 생각합니다.
…
…
당신의 사람, 유현입니다.
…
왜, 사라지고 있어?
그런 물음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손끝을 보면, 현은 꼭 연기처럼 흩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연기는 손에 잡히지 않으므로. 현은 갈수록 희미해져만 갑니다.
당신은 어째서인지 그의 뺨에 손을 얹습니다.
현의 희미한 시선이 잔상처럼 흔들립니다.
몹시도 그립고 아픈 목소리가, 당신의 귀를 간질입니다.
“날 놓아줘.”
…
…
이내, 완전히 시야가 틔워집니다.
가장 먼저 잡히는 감각은 청각.
째깍, 째깍, 째깍.
시계의 초침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지고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면 그곳은 < 당신의 방 > 입니다.
낯익으나 모든 것이 기이합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 책상 ] 과 [ 창문 ] , [ 협탁 ] 정도인 것 같습니다.
고요한 방 안은 이질적이게까지 느껴집니다.

음..(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협탁을 살펴본다.)
협탁 위에는 조용한 핸드폰만이 놓여있습니다.

아무런 전화도 문자도, 수신되어있지 않는 핸드폰입니다.

필기구와 노트북, 꽂혀 있는 책.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나,
[ 접이식 달력 ] 과 [ 스케줄러 ]만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습니다.

미노가 오래도록 써 왔던 접이식 달력입니다.
한 구석에 ‘현이와 약속!’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아, 오늘은… … ,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현이 약속에 늦는다고 했던 날,
현이 고통에 차 소리치던 남자를 지나쳐 당신에게로 왔던 그 날.
본능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그 날입니다.
당신이 오늘을 어떻게 잊겠어요.
너무도 끔찍하고 비도덕적인 일이 일어났었는데.
잠깐.
기억대로라면, 지금 미노는 과거에서 깨어난 것이 틀림없습니다.
어째서?
기억을 되짚어 보아도,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습니다.

(무슨일이지...)(고개를 갸웃거리며 스케줄러를 살펴본다.)
달력에서 보았던 오늘의 날짜에 동그라미 표가 그려져 있고,
‘약속’이라는 글자와 함께, 그 아래에는 정갈한 글씨로 무언가 적혀 있습니다.
[ Memo : 반드시 못 본 척 하고 지나칠 것. ]
스케줄러를 더 확인해도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당시의 과거에 있었던 여러 약속들만 적혀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 순간,
어쩐지, 당신은 침대 쪽이 신경 쓰입니다.
시야의 옆에서, 무언가 인영이 있는 것만 같은 감각.
불길한 느낌이 엄습합니다.
분명 미노의 기억 속, 이 시점의 당신은 혼자였는데…… .
인영은 침대 쪽에 있는 것 같습니다.

(깜빡깜빡, 창문으로 다가간다.)
당신이 익히 봐 왔던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멀리서 간간이 지나가는 자동차 배기음과 지나가는 새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목소리 혹은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인영의 기척을 쫓아, 미노는 다시 침대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것은... ...
발, 제법 길게 뻗은 다리, 튀어나온 무릎의 곡선과, 납작한 배,
... 그 위에 얹혀 있는 손,
둥그런 어깨,
… … .
당신은 그가 누구인지 알 것만 같습니다.
헝클어진 머리 터럭 사이로 드문드문 들어오는 이목구비는 낯이 익습니다.
꿈에서도 보았던 얼굴이잖아요.
당신의 소중한 사람, 유현.
그가 침대 위에 누워 있습니다.

미노의 걸음이 가까워질수록 현의 모습은 선명하게 보입니다.
생기 없는 창백한 뺨, 파리한 낯색, 눈을 감은 얼굴.
하지만 현은 오늘, 바깥에서 약속으로 만나기로 했잖아요.
어떻게 들어오는 문 소리조차 없이 이 곳에 누워 있을 수 있죠?
인기척이라곤 없었습니다.
현이 어떻게 이 곳에?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당신은, 그를 바라봅니다.
푸르스름한 눈 위와 말라 비틀어진 입술, 그리고 말라붙은 살가죽…
들썩이지 않는 흉곽, 따스한 공기라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꼭 시체를 보는 것만 같습니다.
납으로 만든 조각처럼, 밀랍으로 빚은 인형처럼.
현은 숨을 쉬지 않습니다.
그렇게 그 자리에 누워만 있을 뿐. 어째서일까요,
현은 반드시 살아 있을 텐데,
... ...죽었을 리가 없는데.
: 《이성》 체크

기준치: | 50/25/10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1
뜻밖의 상황에 몹시도 혼란스럽습니다.
어떻게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던 중.
깜박.
갑작스레 현이 눈을 뜬 것은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미노가 보기에 그 눈은 결코 다정하지 않습니다.
그저 생을 잃은 망령처럼 공포스럽고 강렬한 열망을 띠는 눈.
악귀가 형상을 가진다면 그런 얼굴일 겁니다.
공포가 가장 먼저였고, 그 다음으로 놀라움이 찾아듭니다.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 시선.
죽은 시선. 죽어버린 눈.
그의 시선이 어딘가를 향합니다.
어느 샌가, 현의 차가운 손 끝도 그 곳을 가리킵니다.
책상 위, [ 스케줄러 ].

발걸음을 돌림과 동시에 인기척이 사라진 것은 한순간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리면, 침대 위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처럼… … .
미노는 다시 조그마한 스케줄러를 집어듭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아까와 같은 문구만이 미노의 눈에 들어올 뿐.
[ Memo : 반드시 못 본 척 하고 지나칠 것. ]

(눈을 굴리다 다시 협탁으로 가본다.)
약속은 약속이니 나가야 합니다.
게다가 당신은, 구해줄 수 있잖아요.
어느 골목에선가 피가 아롱지도록 맞고 있던 그 사람을.
그러기 위해서라도 나가야 합니다.
걸어서 얼마 걸리지 않는 거리니 늦지 않으려면 어서 준비하는 게 좋겠군요.
그런데… ….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울렸어야 할 핸드폰이 아직까지도 울리지 않습니다.
기억대로라면 분명 이 시간 즈음, 약속에 늦는다고 연락이 왔어야 했는데.
협탁 위에는 핸드폰이 놓여 있지만 어떠한 알림도 액정에 수신되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다릅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 .

(서둘러 집을 나와 밖의 골목으로 향한다.)
미노는 바깥으로 나서기 위해 방에서부터 거실로 걸어나옵니다.
언제 TV를 틀어두었는지 모르겠지만,
TV에서는 시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거슬릴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가.

TV 속 사람들의 목소리가 머리를 울리듯 시끄럽게 들려옵니다.

미노는 TV를 끄고, 현관으로 나섭니다.
신발을 신고 나가려는데,
현관문에 적혀 있는 ‘붉은 글씨’가 눈에 띕니다.
[ 유현은 죽었어. 너를 두고. ]
꺼림칙하고, 너무도 꺼림칙하나,
근원조차 알 수 없는 불쾌감이 목덜미를 끝없이 적시고 있습니다.
불온한 핏물이라도 끼얹어진 것처럼 몹시도 기분이 나쁜데… … .
원인이 어느 하나라고 특별히 단정지을 수가 없습니다.
미노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모든 것이.

(서둘러 밖으로 나선다.)
현관문이 삐리릭, 소리와 함께 자동으로 잠기고,
바깥의 공기가 살갗에 와 닿습니다.
…
…
분명 따스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미노는 기묘한 거부감을 느낍니다.
본능적인 감각입니다.
이 곳에 더는 있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미노에게는 안타깝게도 아직 ‘이 공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어찔, 하고 세상이 수직으로 돌아갑니다.
세상이 돈 것이 아니라 미노의 시야가 회전하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채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갑작스레 내리꽂힌 현기증 탓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을 때,
미노의 머리 위로 미온한 액체가 쏟아집니다.
빗물보다 더 커다란 물줄기.
마치 누군가가 작정하고 위에서 쏟아붓는 것처럼,
그것은 노린 듯 미노의 온몸을 적십니다.
헌데… … ,
멀거니 뜨인 눈꺼풀 너머로부터 느껴지는 색은 결코 투명하지 않습니다.
붉은색. 붉고 따뜻하고 비릿한 것.
점차 짙어지는 역겨운 향에 곧 토악질이 날 것만 같습니다.
고개를 내린 시야, 그 옆으로 파리한 손이 미끄러져 들어옵니다.

공포감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면,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분명 옷이 젖었다고 생각했으나, 당신의 옷에는 피 한 방울 묻지 않았습니다.
주위를 둘러 보지만, 핏물의 주인이라 할 만한 이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모두가 평범하게 걷고, 평범하게 웃고, 평범하게 지나갑니다.
그러나 당신은 주위를 살피느라 잊고 있었던, 발목의 죄이는 감각을 알아챕니다.
누군가 당신의 발목을 꽉 쥐고 있는 것만 같은, 데.
‘ 넌 내가 없으면, 안 되잖아. ’

내려다 보면, 미노의 발목을 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발목을 쥐인 것만 같았던 감각도 한 순간에 사라지고 없습니다.
주위는 이제 완전히 평소와 같습니다.
움직이는 사람들, 붐비는 도로, 밝은 햇살, 약속장소를 향해 가는 길.
그리고 그 사이에는 오로지 미노의 피로한 육신 하나만이 덩그러니 서 있군요.
목소리, 어딘가 낯익지 않았나요?
당신이 떠올린 사람이 있잖아요.
유현. 현입니다.
: 《이성》 체크

기준치: | 49/24/9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현은 정말로 죽은 걸까요? 하지만 왜?
의문이 복잡하게 뒤엉킵니다.
걸음마다 발 밑에 끊임없이 추를 엮어 다는 기분입니다.
이유도 알 수 없이 끌려들어가는 것만 같은 불쾌감은 여전합니다.
악몽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다기에는 모든 것이 지나치게 생생합니다… … .
상념이 뚝 그칩니다.
당신은 그제서야 주위의 풍경을 자각합니다.
이 길을 본 적 있습니다.
당신이 아니라 현이 약속장소를 위해 거쳐왔어야 하는, 그 길입니다.
그의 기억 속에서 보았던, 몹시 끔찍했던 방관의 죄악.
이번에는 사람을 구할 수 있을까요?
문제의 골목이 점점 가까워집니다… … .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1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미노는 문득 알아차립니다.
여태까지 발 밑, 바닥에 어지러이 쓰여있던 글씨가 이어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글자는 흡사 아스팔트 위에 락커칠을 한 듯 선명합니다.
걸음을 되짚으면, 글자들이 차례로 뇌리에 들어박힙니다.
[ 날 버리지 마 ]
[ 날 버리지 마 ]
[ 날 버리지 마 ]
[ 날 구해줘 ]
하지만 어딘지 기묘한 느낌이 듭니다.
바닥에 적힌 글씨체는, 현의 글씨가 아닌 것 같은데... ...
…
정신을 차려보면, 마침내 그 골목입니다.
좁고 폐쇄된 길 안에서는 얻어맞고 걷어차이는 탁한 소리와 함께 비명과 신음이 난자합니다.
골목의 입구에서 그 안을 들여다보아도 상태가 심각해 보입니다.
이마에서는 피가 잔뜩 흘러내리고, 한 쪽 눈은 멍이 들어 퉁퉁 부어 있습니다.
얼마나 맞은 건지 앞니도 부러져 피 떡진 바닥에 떨어져 있습니다.
피멍으로 얼룩진 어깨가 심상치 않아 보이고, 팔도 부러진 것처럼 보입니다.
아, 당신이 보았던 얼굴은 어쩌면 이렇게도 기억과 똑같을 수 있을까요.
쏟아지는 폭력과 살의 사이에서,
쏟아지는 마지막 빛을 본 것만 같은 표정을 두고 당신이 어떻게 돌아설 수 있겠어요.
그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곧 생이 다할 것 같지만.

당신은 말려야 합니다.
저 발길질과 무자비한 폭력을, 어떻게 해서든지.
눈 앞에서 죽어가는 목숨을 그냥 두라니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저 사람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설령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처벌받는 것은 부당합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저리 경시해서는 안 됩니다. 당연하게도.
걸음이 떨리지 않는다면 사실이 아니겠지만, 어떻게든 당신은 앞으로 나아갑니다.
걸음마다 가시밭길을 떼는 것만 같았지만 하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
우뚝,
당신의 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현이였습니다.
언제부터 이 골목 가운데 그가 존재했던가요? 그랬던 기억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눈 앞에는 분명히 현이 존재합니다.
십자가에 못박힌 것처럼 파리한 안색의 그가.
그러나 미노의 걸음을 멈추게 한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인명을 구하러 골목의 안쪽으로 한 걸음 걸어갈수록,
당신의 시야를 막고 있던 현의 몸이 눈에 띄게 비틀리기 시작합니다.
우득, 우드득.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현의 것인지, 아니면 저 너머의 무고한 사람의 것인지 분간할 수 없습니다.
삶을 바라는 모르는 이가 그의 너머에 있고,
현은 미노가 골목의 안으로 들어설수록 망가져만 갑니다.
그의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듭니다. 무심하게도.

..어쩌면, 다신 널 볼 수 없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네게 날 구하라는 선택을 강요하는 건 아니야.
..이런 상황을 내가 만들어낸 건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아.
네 선택을 받아들일게.
알잖아, 나 괴물인거.
핏발 선 눈. 사체의 그것.
꼭 밀랍인형이 턱을 움직여 말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얼굴은 분명 현인데… … .

(얼어붙은것처럼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현에게 한발자국 다가서본다.)
사체의 형상과 다름없는 그는, 더이상의 움직임이 없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요.
빠각, 하는 소리가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립니다.
당신에게 더 이상의 선택권은 없습니다.
구할 수 있는 기회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무고한 생명이, 그 숨이 두 번째로 스러졌습니다.
당신이 목숨의 경중을 저울에 달아 재는 사이에, 그렇게.
그래서는 안 됐는데, 그럴 수는 없었는데.
누가 당신에게 이토록 잔혹한 일을 시켰나요.
: 《이성》 체크

기준치: | 49/24/9 |
굴림: | 58 |
판정결과: | 실패 |
: 이성 수치 감소 1d2

rolling 1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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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처럼 주머니에 넣어 둔 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립니다.
액정에 뜬 것은 현의 이름.

어느새 골목을 보면 기이한 모습의 현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왜 이렇게 늦어. 무슨 일 있는 거야?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짤막한 통화는 끝이 납니다.

미노는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발걸음을 서두릅니다.
현을 보게 된다면, 어떤 표정을 지어야 될까. 어떻게 인사를 건네면 좋을까.
그의 말대로라면 모처럼의 데이트일테니, 되도록이면 기쁜 모습을 보여주는게 좋을까.
그런 상념에 젖어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익숙한 공원입니다.
저 멀리에는 벤치에 앉아 열심히 시계를 들여다보는 현이 보입니다.


(앉으라는듯 제 옆자리를 툭툭 가볍게 두드린다.)





..!(움찔, 부빗거리던 움직임이 잠시 멈추었다가 애써 다시 부비적거린다. 쪽, 작은 소리와 함께 이마에 입술이 닿는 감각이 느껴지자 얼굴에 웃음기가 번진다.)그,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요~

..뽀뽀해줘. 그럼 봐줄게.


..일단 걸을까?


그냥 걷기엔 심심하니까.












..나도, 이런 것보단 미노 네가 훨씬 더 좋아.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잘 알테니까. 그치?








그건 그렇고... 오랜만에 만나니까, 좋네. 요즘 내가 바빴지?




























..이제 슬슬, 돌아갈까.




















그렇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덧 익숙한 집앞입니다.
슬슬 헤어져야 할 시간이네요.
머리 위로 가로등 불이 깜빡깜빡, 어스름한 주위를 밝히고 있습니다.





터벅터벅, 현의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집니다.
이만 들어가볼까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집에 들어섰습니다.
신발을 벗고, 현관을 지나자… … ,
시끄러운 소리가 귀를 간지럽힙니다.
나갈 때 분명 TV의 전원을 껐던 것 같은데.

…
…
지직거리는 기계음 소리가 울립니다.
소리의 근원지는 아마, 이 TV인것 같습니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 그 안의 영상을 확인하면,
그곳에는 가득 차오른 붉은 물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기묘할 정도로 새빨간 물이 미노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한없이 잔잔한 액체 위에 파문이 입니다.
...
...화면이 서서히 올라갑니다.
피곤한 얼굴과 지쳐 보이는 눈가, 생기 하나 없는 시선.
유현입니다.
낮에 당신이 보았던 그것과 비슷한 모습으로, 붉은 욕조 속에 잠겨 있습니다.
방금 전, 그와 함께 데이트를 하고 온 참인데. 어떻게 된 일일까.
살아있는 것인지 죽은 것인지도 불명확합니다.
그저 그 곳에 일렁이는 붉은 욕조와 함께 화면 속에 존재할 뿐이니.
그 안에서는 어떤 생동감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저 죽음같은 적막이 감돌던 TV는 이내 맥없는 소리와 함께 스스로 꺼집니다.
: 《이성》 체크

기준치: | 48/24/9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 이성 수치 감소 1
모든 것이 하나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습니다.
방금 전에 현을 만났고, 웃고, 떠들고, 이야기했지만.
미노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현은,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죽었을지도… … 모릅니다.
하지만 왜?
…
…어떻게, 당신을 두고?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2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내내 잊고 있었던 것이 있습니다.
당신이 왜 과거에서 일어났는지, 있지도 않았던 일을 겪어야 하는지.
문득 알아챕니다.
당신은 분명,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당신의 의지로 이 곳에서 눈을 떴습니다.
왜냐면, 당신이 누군가에게 그러겠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
미노는 충분히 충격적인 광경들을 연이어 보았고, 겪었습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라도 쉬어야 할 것 같은데… … .
조금 쉬면, 이 모든 것들이 잊혀질까.
도통 알 수 없는 것들만 가득합니다.
제 정신으로 깨어 있기에 미노는 몹시도 지쳤습니다.
창 바깥으로는 이미 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습니다.
어김없이 찾아온 밤, 미노는 그렇게 하루를 보냅니다.
지친 당신을 괴롭히는 꿈은 다행히도 없었습니다.
시간은 달려 새벽을 지나 아침을 향합니다.
...
...
밤이 가고, 다시 아침입니다.
미노는 의식 깊은 곳에서 뭍으로 끌려나오듯 일순 눈을 뜹니다.
손에 닿는 것은 낯익은 시트의 감촉.
깜박, 깜박.
눈을 삼박거리면 희미했던 시야가 느리게 선명해집니다.
익숙한 천장, 익숙한 바닥.
이내, 완전히 시야가 틔워집니다.
째깍, 째깍, 째깍.
시계의 초침 소리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방 안에 울려퍼집니다.
따뜻한 조명이 방 안을 비춥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확인하면, 그곳은 < 당신의 방 > 입니다.
침구, 베개, 방의 구조… …
어느 것 하나 낯설지 않습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 책상 ] 과 [ 거실로 향하는 문 ] 정도입니다.

필기구와 노트북, 꽂혀 있는 책.
전반적인 깔끔한 분위기가 눈에 띕니다.
[ 접이식 달력 ] 과 [ 다이어리 ], [ 스케줄러 ] 가 차례로 놓여 있습니다.
[ 알 수 없는 나무 상자 ] 도 눈에 띕니다.

미노가 오래도록 써 왔던 접이식 달력입니다.
당신은 떠올립니다.
한 구석에 ‘현이와 약속!’이라고 적혀 있던 흔적이 보입니다.
글자 위, 다른 펜으로 두 줄이 덧그려져 있습니다.
취소된 일정을 나타내는 표기임은 더 살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어제가 첫 번째 죄악의 날이었다면, 오늘은.

(다이어리를 살핀다.)
부드러운 가죽 재질의 다이어리입니다.
꽤 두꺼워 한 손으로 집기 힘든 감이 있습니다.
이런 디자인의 다이어리를 샀던 기억은 없습니다.
다이어리를 펼치면, 가장 첫 장에 깔끔할 필체의 글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미안해.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이 뭘 의미했는지 잘 모르겠어.

어제와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스케줄러.
취소된 일정 밑에 익숙한 글씨체가 눈에 띕니다.
[ Memo : 직접 할 수 없다면, 적어도 말리지 말 것. ]

오늘따라 유독 본 적 없는 것이 많습니다.
이게 무얼까요?
열어 보면, 실탄이 장전된 듯한 < 권총 > 이 한 자루 놓여 있습니다.
… … 이걸 쓸 일이 있을까요?
상자를 더 살펴 보면 특이한 점이 있을 법도 한데… … .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무 상자 위, 기묘한 문양이 그려져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꺼림칙한 문양입니다.
사악한 것을 부르는 의식에나 사용할 법한,
… … .
: 크툴루 신화 기능 1 상승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권총을 챙겨 거실로 향한다.)
미노는 걸음을 옮겨 거실로 향합니다.
밖으로 나오면, [ 현관문 ]이 어제처럼 낙서로 더럽혀져 있습니다.

외시경이 있는, 보통의 문입니다.
바깥을 확인할 수 있는 인터폰도 근처에 있습니다.
도어락과 체인이 걸려 있고, 가운데에는 어제처럼 붉은 낙서가 쓰여 있습니다.
[ 연인에게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한다는 건 어떤 기분이야? ]
그 때,
덜컥.
덜컥, 덜컥덜컥… … .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쾅!
눈앞의 현관문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억센 힘으로 밖에서 손잡이를 붙들고 흔드는 것만 같은 불길한 진동입니다.

....(체인을 걸어두고 외시경을 살펴본다.)
미노는 외시경으로 바깥을 내다봅니다.
...
당신은 그의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현의 기억에서 보았던 그 소름끼치는 얼굴을 어떻게 잊겠어요.
당신의 스토커.
그녀가 현관문을 잡아뜯을 것처럼 거칠게 흔듭니다.
쾅!
간간이 울리는 큰 소음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립니다.
문제는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그녀의 오른손에 날붙이가 들려 있다는 점이나,
팔 안에 현의 목덜미가 가두어져 있다는 점이나.
미노를 곤혹케 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현은 이미 기절한 듯, 스토커의 팔 안에 갇힌 채 미동이 없습니다.

.. ...
이대로 문을 열어줄 수도, 아니면 위협을 하거나 대화를 시도해 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 외에 다른 방법도 있겠죠.
쿵, 쿵!
문이 거세게 흔들립니다.
어떻게 할까요?

덜컹,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허나 그것도 걸어놓은 체인 덕분에 완전히 열리지는 못했습니다.
현관과 복도, 그 좁은 틈 사이로 희번뜩한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스토커: 하아...하..푸, 흐하하!!
이봐, 야, 송미노..?
...그거 알고 있어? 내가 이 새끼보다 더 널 오래 좋다했다는걸.
네가 유현, 이 놈이랑 각별한 사이인건 알고 있어…
어때? 고맙지? ...그래서, 죽이지 않고 예쁘게 모셔왔다고.

스토커: 아니, 아니야.. 있지, 나는 너랑 싸우려고 온 게 아니거든.
내가 얼마나… 얼마나 오랫동안 좋아했는지, 넌 모르지?
아, 그래. 모를거야.
송미노,
너랑 특별한 사이가 되지 못한다면…
좋아, 좋아...그래…. 차라리 네 손으로 죽겠어.
스토커: 그럼 그렇게라도 네가 날 기억해주겠지?
물론 내 부탁을 거절하면, 유현은 영영 못깨어날거야.

스토커: 왜, 어려운 부탁도 아니잖아..? (총구와 미노를 번갈아 보다가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문고리를 잡는다.)

스토커: 싫으면 말아, 거기서 이 새끼가 죽는걸 구경이나 하라고.

: 《사격(권총)》 판정

기준치: | 20/10/4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탕!
요란한 소리가 맴돌았지만, 미노의 탄환은 허공을 가릅니다.
탄창을 들여다보면, 남은 실탄은 이제 한 발.
어떻게 할까요?
스토커: 뭐하는 거야... 이 자식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이거지?

스토커: 그래, 빨리 죽여! 죽여달라고!!
스토커는 막무가내로 몹시 흥분한 듯 보입니다.
이리저리 서성거리며 발을 구르거나 바깥의 벽을 발로 차는 등의 행위를 이어 갑니다.
명백한 위협입니다.
이후론, 도저히 정상적인 대화는 통하지 않습니다.

: 《사격(권총)》 판정

기준치: | 20/10/4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탕!
마지막 남은 한 발도 허무하게 허공에 틀어박힙니다.
계속되는 실수 때문일까. 문밖의 스토커는 더욱 요란하게 소리를 치기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미노에게 사격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 《행운》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두려움 때문일까. 미노의 눈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문 틈 사이로 들려오는 소음은 더욱 거세게 들려옵니다.
몸을 지킬만한 무기도, 총을 쏠 수 있는 능력도, 미노에겐 없습니다.
공포감에 손이 떨려오고, 눈앞이 아득해집니다.
자신의 무력감에 한탄하고 있을 쯤,
바깥에서는 아까와 조금 다른,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인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몸싸움이 이는 걸까요.

미노가 바깥을 내다봄과 동시에 요란한 소리가 멎습니다.
두려운 마음을 감추며 밖을 내다보면, 거기에는… … .
...
피. 새빨간 혈흔.
하지만 그 피투성이로 쓰러진 것은 현이 아닌 다른 자였습니다.
방금까지 미노를 위협하던 스토커의 옆얼굴이 찬 바닥 위에 얹혔습니다.
복도에 검붉은 핏자국이 퍼집니다… ….
분명하지만 천천히, 꼭 물감이 번지는 것처럼.
그 옆에 우두커니 선 사람은, 확인하지 않아도 알 것 같습니다. 현이군요.
그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응시합니다.

무언가를 바라지도 슬퍼하지도 않는 얼굴. 그저 바라볼 뿐인 무감한 표정.
현은 한참이나 미노를 쳐다보다가,
이내 눈 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 《이성》 체크

기준치: | 47/23/9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 이성 수치 감소 1
헌데,
분명 숨이 끊어졌을 육신이 꿈틀거립니다.
꿈틀, 꿈틀.
꼭 살아있는 것처럼 펄떡거리던 피투성이의 그것은 이내 발작적인 폭소를 터트립니다.
스토커였던 사체.
그녀는 바닥에 손을 짚으려고 노력하며 미노를 향해 웃습니다.
“ 이봐, 이봐.”
목에서 뱉어지는 핏물과 함께 헐떡이는 말이 이어집니다
기괴하게 움직이는 그것은 이내 미노에게 속삭이듯 말을 전합니다.
“ 유현은 널 아끼던 것도 팽개치고 죽었어. ”
“ 지쳤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단 말이야. ”
“ 그것도 몰라? ”
그녀가 고개를 치켜듭니다.
부릅뜬 눈으로 고개를 기울이면서, 재밌는 것이나 말한다는 것처럼.
“ 왜 그랬는지 알려줄까? ”

높고 기괴한 웃음소리가 터집니다.
골이 울릴 만큼 기분 나쁜 웃음소리는 복도를, 집 안을, 이 공간을 가득 메웁니다.
머릿속에서 웃음소리가 울리는 것만 같습니다.
뇌내를 가로지르며 여기저기 부딪히는 것만 같은 불쾌한 소음입니다.
그 사라지지 않는 웃음소리가 미노의 신경을 몹시 거스릅니다.
귀 옆에서 속삭이는 것도 같고, 환청인 것도 같고, 아. 아.
어째서?
그런 의문이 들기 전, 시야가 직각으로 회전합니다.
어찔한 현기증이 돌기 시작합니다… … .
...
밤은 간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어째선지 다시 아침입니다.
미노는 의식 깊은 곳에서 뭍으로 끌려나오듯 일순 눈을 뜹니다.
손에 닿는 것은 낯익은 시트의 감촉.
깜박, 깜박.
눈을 삼박거리면 희미했던 시야가 느리게 선명해집니다.
익숙한 천장, 익숙한 바닥.
이내, 완전히 시야가 틔워집니다.
째깍, 째깍, 째깍.
시계의 초침 소리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방 안에 울려퍼집니다.
따뜻한 조명이 방 안을 비춥니다.
고개를 돌려 주위를 확인하면, 그곳은 < 당신의 방 > 입니다.
책상 위에 놓인 접이식 달력과 두꺼운 다이어리, 스케줄러. 그리고 나무 상자까지.
구태여 들추고 살펴보지 않아도 안에 있는 내용물은 눈 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만 같습니다.
등골을 타고 기어오르는, 어떤 서늘한 기시감이 있습니다.
...
노트의 흐트러진 모양까지 완벽하게 같은 날이 있었던가요?
시계는 왜 일전 보았던 시각을 가리키고 있나요?
달력은 왜 아까 보았던 날짜를 가리킬까요. 그럴 수가 있나요?
달력이나 스케줄러를 확인해도 ‘조금 전’과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미온한 정신이 깨어나는 사이, 멀리서… … .
덜컥.
덜컥, 덜컥덜컥… … .
덜컥, 덜컥, 덜컥,
덜컥, 덜컥. 쾅!
당신은 이 소리를 알고 있습니다.
단단한 쇠로 만들어진 현관문이 거세게 흔들리는 소리.
누군가 억센 힘으로 밖에서 손잡이를 붙들고 흔드는 것만 같은 불길한 진동입니다.

쿵, 쿵.
다시 한 번 요란하게 문이 흔들립니다.

미노는 소리를 따라 거실로 향합니다.
쾅, 쾅!
아까보다 더욱 거세진 소음이 시끄럽게 머리를 울립니다.

미노는 외시경으로 밖을 내다봅니다.
당신은 그녀의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현의 기억에서 보았던 그 소름끼치는 얼굴을 어떻게 잊겠어요.
당신의 스토커.
그녀가 현관문을 잡아뜯을 것처럼 거칠게 흔듭니다.
쾅!
간간이 울리는 큰 소음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립니다.
어쩐지 피투성이가 된 얼굴이 낄낄거리는 웃음을 뱉습니다.
문 너머로 ‘그것’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너는 이 하루를 몇 번이나 다시 겪을 수 있어?”
“ 혹시 고작 하루를 못 견디겠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 ”
“ 유현은 널 포기할 수 없다고 수천만 번의 생을 다시 살았는데 … … . ”
“ 그 새끼가 나보다 널 더 사랑하나 봐. 응? ”
낄낄낄. 기분나쁜 웃음소리도 잠시였습니다.
쾅, 하는 발소리와 함께. ‘그것’은 당신의 눈앞에서 사라집니다.
송미노, 당신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불쑥 눈 앞이 흐립니다.
당신은 이 그리운 감각이 무얼 불러내는지 알고 있습니다.
통증을 동반하는 기억이 의식 위로 버겁게 끌어올려집니다.
그것은 너무도 무거워 당신이 어둠 속에 묻어두고 있던 진실.
...
불운했던 교통사고에서 벗어난 줄로만 알았습니다.
완전히 벗어난 거라고, 다시 그런 불행은 없을 거라고.
당신이 안이하게 생각하는 사이,
현은 형벌처럼 수천만번의 시간을 반복해왔습니다.
정신조차 좀먹혀 더이상 삶의 의지를 이어나갈 수 없을 때까지.
아낀다는 것의 감각을 잊고, 소중히 여긴다는 것의 감각을 잊고, 사랑의 감각을 잊고,
… … .
가늠하기로는 수천 번, 수만 번,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에게는 누군가로부터 선물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과 모든 것을 알고 매번 당신을 만나러 오는 현에 대한 기억이.
그를 만나고, 웃고 떠들고,
둘만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서로가 서로에게 몹시 소중해졌던 순간이 머릿속을 스쳐지납니다.
그 다정했던 목소리와 손에 잡히던 따스한 온기를 기억합니다.
…
그러나 그 밤이 지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도 소중해졌던 밤이 지나면,
시간은 어김없이 처음 만나던 날의 아침으로 돌아갔습니다.
당신은 매번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그를 만났었습니다.
멍청하게도 매번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무너지던 세상을 단 한 번이라도 기억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당신은, 당신이 현을 만날 때마다 그가 지어주던 웃음을 기억합니다.
그가 내밀던 손길을, 변하지 않던 애정과 사랑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숨을 바치려다 모자라 생을 바친 걸까요.
모든 것이 바스러진, 수천만번의 생 앞에선 스스로 목숨을 놓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 세월을 어떻게 혼자 견뎠을까.
당신을 두고 등을 돌릴 만큼이면 얼만큼의 고통을 감내했을까요.
아주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미노가 감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그러니 스스로 납 화살을 심장에 찔러넣고 등 돌렸다 해도,
그래서 더는 당신을 아끼지 않게 되었다고 해도.
그렇게 혼자 죽어갔다고 해도,
이해할 수,
… ... 있나요?
: 《이성》 체크

기준치: | 47/23/9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1d2

rolling 1d2
()
1
1
…
…
부옇던 시야가 가라앉으면, 당신의 앞에는 어느 샌가 얼굴을 모르는 자가 앉아 있습니다.
아니, 저 얼굴을 모르던가요? 정말로?
현이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질렀을 때, 그 기억을 들여다봤을 때,
당신은 저 모독적인 이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낱 미물인 인간은 절대로 반항할 수 없는 존재. 재앙을 내린 자.
저것의 이름은 증오.
당신은 그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저것을 신이라고 불러야 할지.
오래지 않은 침묵 끝에그가 입을 뗍니다.
너는 그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지?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은, 서늘한 목소리가 미노의 뇌리를 스칩니다.
무언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는 말을 이어갑니다.
알고 있겠지만, 유현은 죽었어.
지금쯤 어딘가에서 영혼까지 소멸해가고 있는 상태지.
곧 세상에 존재치도 않을 거야.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고.
..혹, 우리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나?
그를 살리는 대신, 나와 계약을 했던 것을.
미물에 지나지 않은 네가, 우주의 진실을 알기에는 미쳐 발광할까. 이전까지 너의 기억을 잠시 묶어뒀지.
이 공간도 널 시험하기 위해 시공을 비튼 것뿐.
자, 마지막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았어.
지금껏 단계를 밟아왔다면, 그게 무엇인지도 잘 알거야.
지구에 다시금 나를 소환시키는 것.
이 조건까지 완수한다면, 유현은 결함 없이 살아날 거라고.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떤 고통스러운 기억도 가지지 않은 채로.
너의 시간선에 맞춰서 다시 태어나겠지.
비겁해서 못 하겠다면, 좋아.
내게 응하지 않은 죄로 그가 겪언던 수천만번의 반복된 생을 네가 겪는 방법도 있어.
...
다시 한 번 묻겠다. 너는 그를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지?

소환식에 응하겠다는 건가?

...
...
당신이 그와 다를 게 무어였던가요.
촛불로 밝혀 본 그 낯이 얼마나 추악했었는지, 당신은 여지껏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세상의 모든 혼란과 죄악을 짊어지고 살게 된대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신에게 숨을 바친 자, 온 생을 바친 자.
너무도 추악한 당신의 괴물.
그것의 다른 이름은 죄악입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꼭 그와 같은 얼굴이 비칠 것만 같습니다.
...
이젠 당신도 그의 괴물일까.
한때는 용서할 수 없던 것을 끝끝내 끌어안고 가야만 합니다.
속을 긁는 죄책감은 결코 무뎌질 수 없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무너지던 세상에서 손을 뻗은 사람을,
한 번쯤은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서.
비명과 혼란이 난자한 세상에 다른 모든 것을 던져두어도 포기할 수가 없어서.
당신은 결국 당신의 손으로 괴물이 되기를 택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좋아요.
괴로웠던 기억이라면, 나 혼자 짊어지고 갈 테니까.
포식자가 지나간 밤,
몹시도 오래 통증에 시달렸던 것만 같은데,
… … .
스러질 듯 눈이 감깁니다.
의식은 캄캄한 어둠 속으로 고개를 감춥니다.
고통으로부터 도피하듯 몹시 깊은 수마였습니다.
...
미노는 꿈을 꿉니다.
당신이 한때 지녔던 새파란 모래시계가 당신의 손으로부터 빠져나와 한없이 크기를 키우는 꿈을.
표면에 잔뜩 앉아 있던 잔금은 서서히 모습을 감춥니다.
누군가의 생이 시작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파란 모래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자세히 보면, 모래시계의 바닥에 적혀 있는 것이 있습니다.
[ 유현 ]
…
…
어느 날엔가, 몹시 평화롭고 햇살이 밝았던 날.
당신의 귓가에 어떤 목소리가 내리앉습니다.
아, 맞아요. 당신은 이 목소리를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익숙하고 그리웠던,
…
…
END.3 프시케의 얼굴
20190325
유현 생환
송미노 생환
-
[연시:鉛矢]
END.
: 엔딩보상 : SAN 모두 회복. 파란색 모래시계 소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