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06
KPC. 유현
PC. 송미노
[영의 꽃]
-
-
...
...현, 현아.
숨이 가빠 오고, 산소가 점점 모자랍니다.
갑작스러운 건물 화재에 속수무책으로 불길 속에 갇혀버렸습니다.
아, 생의 마지막 순간이 이런 것이라니.
현과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갑니다.
함께 보내던 어릴 적의 기억,
연인이 된 이후에 쌓았던 소중한 순간들.
첫 데이트, 첫 키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까지 미노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에 대한 생각 하나로만 가득 찹니다.
자신이 죽으면 홀로 남겨질 현 생각에 저절로 눈물이 한 방울씩 떨어집니다.
점차 의식이 희미해집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는 몸의 기능이 청각이라고 했던가요?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밖에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와 타다닥, 무언가 타들어 가는 소리.......
어라..?
자세히 들어보니 누군가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 《듣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6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분명, 현의 목소리입니다.
유현...
… 당신의 소중한 사람..
"ㅡ 나를 ㅡ..."
의식이 꺼져가는 탓에 제대로 들리지는 않지만,
흐릿한 현의 목소리에 한결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가 현의 목소리라니..
미노는 희미하게 웃으며 눈을 감습니다.
...
...
깜빡깜빡, 미노는 눈을 뜹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몸이 타들어가는 고통과 산소가 모자랐던 그 고통은 어디로 갔는지 몸은 가뿐하기만 합니다.
분위기와 건물을 보니 이곳은 장례식장인 듯합니다.
미노의 죽음으로 인해 절망하는 친구들, 그리고 부모님.
… 아, 정말 죽어버린 거구나.

어, 어떻게 된거지...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라앉히며 주위를 둘러봅니다.
어찌 된 건지 당신을 추모하기 위해 보내진 화환들은,
작고 푸른빛이 도는 둥근 모양의 꽃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추모를 위한 화환은 흰 국화로 되어 있지 않던가요?
: 《이성》 체크

기준치: | 60/30/12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자연》 또는 《식물학》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25 |
판정결과: | 실패 |
...

주변을 더 살펴보면,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 당신의 소중한 사람..
현이 구석진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미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처럼, 넋이 나간 듯한 모습입니다.

...미노는 닿지 않을 목소리로 현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친구도 부모님도, 유령이 된 미노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죠. 죽은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게 가능할 리 없으니까.
현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 그 순간,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하게 주위를 살피기 시작합니다.


현...아?



정말로 죽은거구나...
... 어디에 있어..?


현의 손이 허공을 가릅니다.
아무래도 그는, 미노의 목소리만 들리는 듯합니다.
현은 소리가 나는 쪽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눈물을 한 방울씩 떨어트리기 시작합니다.

(어쩌지, 허우적대며 허공에서 안절부절 못한다.)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100 |
판정결과: | 대실패 |


(손..잡아줄 수가 없나..)
울지 마..응?



미노는, 현을 안아 등을 토닥입니다.
그 널따란 품을 껴안는 두 팔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안아 줄 수는 있어도 현의 따뜻한 살결이라든가,
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아무리 힘을 주어 꽉 안아도, 현에 대해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미노는 다시 한 번 더 자신의 죽음이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 《이성》 체크

기준치: | 60/30/12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1
…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현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이렇게나마 그를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현도 어느 정도 진정이 된 건지 보이지도 않는 당신을 향해 천천히 속삭이기 시작합니다.

계속, 계속 내 곁에 있어줘. 미노야..

: 《심리학》 판정

기준치: | 25/12/5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니…
뭐, 그것이 현의 부탁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미노입니다.
이런 모습이라도 괜찮다면, 함께 있어주겠다고 미노는 약속합니다.




..보고싶어, 현아.

어디 가면 안돼.. 옆에 꼭 붙어서 걸어줘.


..근처에 공원 있는데, 그쪽으로 가도 괜찮을까..?
바람 쐬고 싶어. (작게 훌쩍 소리를 내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
천천히 현과 발을 맞추어 걷다 보니 장례식장 근처의 한적한 공원에 도착합니다.
사람은 거의 없어 조용하기만 합니다.
그나저나... 현이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던가요?
공원에 도착하기 전까지 그는 쉴 틈도 없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걸어왔습니다.
: 《심리학》 또는 《아이디어》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현은 평소보다 조금 더 불안해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미노는 부쩍 말이 많아진 현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만큼,
지금 그는 당신이 자신의 곁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테니까요.
얼마간 긴 걸음이 이어지고,
호수를 옆에 두고 산책로를 걷다 보니 붉은 꽃들이 잔뜩 핀 꽃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라도 있어주면 난 괜찮아... 손, 꼭 꼭 계속 잡고 있어줘..


...그렇게 보였으면 미안해. 미안해, 미노야..

..아니라면 다행이다..
사랑해, 현아.



그래도, 네가 다시 찾아와줬잖아. ..미노, 너만 있으면 난 괜찮은걸.








함께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붉은 꽃밭입니다.
향긋한 꽃향기에 불안하던 마음도 조금 활력을 되찾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이 꽃, 어디서 본 적이 있지 않던가요?
: 《자연》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53 |
판정결과: | 실패 |
기억속에 언뜻 남아 있는 것처럼 익숙한 꽃이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면, 금세 꽃길의 끝에 당도합니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지금 상태의 현을 두고 가기에는 마음이 좋지 못합니다.
잠시 주변을 돌아다니다보면 기분이 풀릴 수도 있겠죠.
다음은 어디로 가볼까요?








같이.. 같이 가. 옆에, 있기로 했는데.. (엉거주춤 발걸음을 내딛어본다.)



…
둘은 함께 걸음을 옮깁니다.
닿지는 못하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까이 걷습니다.
도착한 곳은, 공원에 위치한 아주 작은 미술 전시관입니다.
하루 또는 한주, 길게는 한 달 동안 번갈아가며 전시 작품이 바뀌는 모양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은은한 꽃 냄새가 풍겨 옵니다.
깔끔한 하얀 벽에는 대부분 무채색의 그림들이 벽에 걸려 있습니다.
팸플릿을 보니…
오늘의 테마는 작가 미상의 <유령과 꽃>.
한 남자와 다양한 꽃들을 그려 놓은 그림들이 한가득입니다.
눈에 띄는 작품은 세 개 정도네요.
미노와 현은, 천천히 첫 번째 그림부터 살펴보기로 합니다.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벽 한 면을 다 덮어버릴 정도의 크기로, 꽤나 웅장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한 남자의 주변에 미묘하게 덩굴 모양으로 달라붙어 있는 붉은 꽃.
붉은 꽃을 채색한 것 이외에는 거의 무채색 계열로 이루어져 있으며,
남자의 얼굴은 달걀귀신 마냥 눈 코 입이 없는 기괴한 그림입니다.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작품명은 <선사>.
꽃을 선사한다는 뜻일까요?
그렇다고 하기엔 꽃을 받는 사람이 없는걸요.
도저히 그 뜻을 이해할 수 없는 그림입니다.

..다음 그림도 볼까?

현과 미노는 다른 작품들도 천천히 둘러봅니다.
기분 탓일까요. 눈에 유독 들어오는 작품이 있습니다.
심하게 어질러진 방 안에서 괴로워하며 웅크려 있는 한 남자.
그리고 그 주변에 온통 푸른색의 꽃과 하얀 꽃이 뒤엉켜 그려져 있습니다.
이 그림 역시 꽃들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다 무채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1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작품명은 <사랑>.
사랑이라니. 이 괴로워 보이는 그림과 사랑이 무슨 관련이 있는 걸까요?
작품명대로 그림을 해석을 하려 노력해봐도 도저히 <사랑>으로 보이는 그림은 아닙니다.
: 《자연》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



아니야. 아무말도 없어서, 없는 건가 하고..

..놀랐어?




손 잡고 있어서, 좋다.


지금은, 이게 최선이니까..

네가 답답하거나 불편해 할까봐. ..그러다가 내가 질리면 어떡하지.

네가 아니었으면..더 외로웠을거야.

내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단지 그래서 특별한 거야..?







어차피 나, 이제 갈데도 없고..


같이..밥은 못 먹어주겠지만, 대화만으로도 좋다면 난 상관없어.

..이것도 약속하는거지?




나란히 걷다 보니, 이제 끝인 듯 미술관의 출구가 보입니다.
미술관의 마지막 그림 또한 첫 번째 그림과 같이 벽 한쪽을 다 차지하고 있습니다.
붉은 꽃밭, 그리고 그곳에 놓인 한 남자가 정면으로 서있습니다.
이 그림 또한 꽃을 제외한 사람과 배경은 무채색으로 칠해져 있으며,
남자는 눈코입이 그려져 있지 않습니다.
… 그런데 어째서일까,
이 그림 속 남자가 당신을 쳐다보고 있는 듯한 오묘한 느낌이 듭니다.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1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림 속 붉은 꽃의 이름은 '석산'.
흔히 '상사화'라고 부르기도 하죠.
이 꽃의 꽃말은 '죽음'으로, 별로 좋지 않은 뜻이었음을 기억합니다.
그 때문일까. 그림에서 묘한 슬픔이 느껴집니다.








미안, 생각해줬는데..
그래도.. 난 이런 것보단 너랑 얘기하는게 더 좋아.
















...
꽃길의 끝, 마지막에 위치한 연못입니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연못에는 작고 붉은 금붕어들이 헤엄치고 있으며,
작고 하얀 연꽃 몇 송이가 보기 좋게 피어 있습니다.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7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연못 앞에 작은 팻말이 놓여 있습니다.
[연꽃의 꽃말 : '당신은 아름다워요.']
[당신의 아름다운 사람에게 꽃을 선사하는 건 어떨까요?]
[연꽃도 좋고 아니면-?]
팻말의 뒷부분에는 누군가가 심하게 낙서를 해두어 읽을 수 없습니다.





..현이 넌 꽃 좋아해..?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눈을 뜨면 아침이고, 정신을 차리면 밤이어서..




다시 한 번만이라도, 얼굴을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한번 다시 꼭 안아주고 싶은데..


따지고보면..내 잘못인데.


지금도, 얼굴을 못 보고 있는건 너고..

나는 해줄 수 있는게, 이렇게 대답하는 것밖에 없는데..
그래서, 그래서... 나는, 네가 나한테 질려버릴까봐. 그게 제일 무서워..

계속, 계속 옆에 있어주겠다고도 했는데..



집으로, 돌아갈까..




...
현을 따라 집으로 향합니다.
되돌아가는 길에도 현은 여전히, 그리고 끊임없이 말을 걸어옵니다.
당연히 아무도 당신을 보거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겠지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현의 모습은 기이해 보일 수 있으나, 정작 그는 상관없는 듯 보입니다.
이렇게라도 미노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기쁠지도 모를 테니까요.
…
...한참을 걷고 또 걷자, 익숙한 집 앞에 도착합니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현은 다시금 허공에 팔을 휘적입니다.







..아무것도 안느껴지지..?


: 《듣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82 |
판정결과: | 실패 |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아무것도 느낄 수 없습니다.

..나도, 안고 있어?


미노야.. 나, 부탁이 있는데.


계속 말 걸어줄 수 있어?
..귀, 귀찮을거 알지만. 갑자기 들리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불안해서 못 잘 것 같아.

편히 잤으면 좋겠네..





아까처럼 또 쓸데없는 말까지 해버릴까봐..

피곤하면 쉬자.




함께 방으로 들어선 뒤, 현은 피곤했던 몸을 침대에 뉘입니다.
그러면서도 간간이 미노가 곁에 있지는 않은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네가 옆에 있어도, 난 알 수가 없는데..

그러니까..너무 무서워하지 마.

너를 완전히 잃어버릴까봐..

어떻게 하면 내가 옆에 있는걸 알려줄 수 있을까..?


그래도..나는 볼수라도 있는데, 넌 아니잖아.
그 걱정이 더 큰것같아..

..손, 잡아줘. 잠들 때까지.


..좋아한다고 해줘.


많이 피곤했던 걸까.
곧 현의 눈꺼풀이 굳게 닫힙니다.
새근새근, 작은 숨소리를 듣고 있으려면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미노도 그제서야 한 숨을 돌리며 방안을 둘러봅니다.
이전에도 몇 번 현의 집에 놀러온 적이 있기에, 풍경이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크게 없습니다.
앞에서 곤히 잠들어 있는 유현과 침대, 그리고 그 옆에 자리잡고 있는 책상정도입니다.

잠든 현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싱숭생숭 합니다.
현도 자신을 볼 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현의 목에 작은 붉은 꽃이 여러개 그려져 있습니다.
이게 대체 뭘까요?

: 《자연》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현의 목 주변에 있는 꽃모양은, 이전에 책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꽃의 이름은 '황금 싸리'
하지만 당신이 알기로는 황금 싸리는 보통 연한 홍자색을 띠는 꽃인데 말이죠.
어째서인지, 그의 목에 있는 황금싸리는 붉은색을 띠고 있습니다.

으음..(침대를 살펴본다.0
현이 누워있는 침대입니다.
간혹 그의 집에 놀러올 때면 이 침대에 누워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었죠.
유령이 된 지금의 미노에겐, 이젠 그런 일상이 꿈만 같은 일이라 느껴집니다.

음...(옆의 책상을 살펴본다.)
책상은 현의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주듯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가지런히 놓인 책과 노트, 그리고 필기구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노와 함께 찍은 사진이 들어 있는 작은 액자.
어지간히 당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현이였나 봅니다.
: 《관찰》 또는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4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유난히 눈에 띄는 작고 붉은 노트가 책상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노트를 펼쳐 보면, 처음 만났을 적의 감정부터 함께 했을 때에 느꼈던 행복한 감정들이 세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노트에는 오로지 미노에 관한 얘기뿐입니다.
현은 당신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었나 보네요.
당신도 현을 사랑하나요?

...
그 때,
갑작스러운 현기증에 정신이 아찔합니다.
시야가 함몰되듯 가라앉는 것은, 비단 기분탓은 아닌 듯합니다.
미노의 몸이 맥없이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점차 어둠으로 물들어가는 정신 속에서, 무언가 작은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 《듣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미세하게 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미노가 죽을 때와 똑같습니다.
뭐라고 하는 건지... 자세히 들리지는 않지만,
현의 목소리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 수 있씁니다.
무엇을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런 의문과 함께, 정신을 잃고 맙니다.
…
…
깜빡깜빡, 눈을 떠보니 익숙한 천장입니다.
창문에서 따뜻한 햇살이 이곳을 비추고 있습니다.
몽롱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봅니다.
창틈으로 들어오는 기분 좋은 햇살과는 달리,
끔찍할 정도로 훼손된 가구들과 물건들이 바닥에 널브러진 풍경이 보입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렇게 까지 방이 훼손되지 않았는데.

미노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다시금 방 안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곧 눈에 들어오는 건,
방구석에 쪼그려 앉아 정신이 거의 나간 채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현.
...아무래도 간밤에 정신을 잃은 동안,
당신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은 것에 불안해진 현이 방을 엉망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계속, 옆에 있기로 했잖아.

갑자기, 기절해버려서.. ..미안.

..내가 질린거지?

혀, 현아..

...아,
아니, 아니야, 미노야... 미안해.
화낸게 아니야, 미안.. 그냥 옆에 있어줘..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현에게서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이 듭니다.
원래 이렇게 심할 정도로 집착했었던가요?
알 수 없는 기분에 현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그 때,
눈 앞에 있던 현이 갑자기 맥없이 픽하고 쓰러집니다.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현의 주변에 다량의 수면제가 널브러져 있습니다.
설마.... 이건.
미노의 머릿속에서 불길한 생각이 흘러넘치기 시작합니다.
분명 현은, 당신을 따르기 위해서-....
: 《이성》 체크

기준치: | 59/29/11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무, 무슨..
: 이성 수치 감소 1
현은 아직까지 미세하게 숨이 붙어 있습니다.
미약하게 숨을 쉬는 입과 코에서 잠시 시선을 떨구고 나면,
왼쪽 목에선 붉은 꽃의 문양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이할 정도로 증식해버린 문양은, 왼쪽 귀의 뒷쪽까지 넓게 퍼져있습니다.
: 《이성》 체크

기준치: | 58/29/11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이를 빨리 누군가에게 알려야 할텐데, 당신은 유령입니다.
현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당신의 목소리 조차 닿지 않습니다.
미노는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쓰러진 현을 보는 것이 전부 입니다.
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래요, 어쩌면 현외에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미노는 서둘러 방에서 뛰어 나갑니다.
오직 현을 살리기 위해서요.
...
급히 밖으로 나와 거리를 뛰어다니며 사람들에게 말을 겁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미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이런 미노의 심정을 모르는 건지,
속이 타는 마음과는 상반되게도 하늘은 맑고 햇빛은 절망스럽게 따스합니다.
계속, 계속해서. 미노는 오직 현을 위해 달렸습니다.
...얼마쯤 달렸을까요?
어제 현과 함께 걸었던 공원의 꽃길 앞에 도착 합니다.
: 《아이디어》 또는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8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어라..? 분명 어제와는 다른 붉은 꽃이 피어 있습니다.
: 《자연》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25 |
판정결과: | 실패 |
화려한 꽃들로 가득 채워진 꽃밭입니다.
이 꽃, 언젠가 본 적이 있었는데…
하지만 이런건 생각할 시간 따위 없습니다.
미노가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현의 숨이 곧 끊어질지 모르니까요.
다시, 꽃길을 따라서 뛰기 시작합니다.
어제 그와 함께 들렀던 곳에서, 무언가 해결 방법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때 있었던 카페와 미술 전시관, 작은 연못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신 꽤 면적이 큰 건물 하나만 우뚝 서있을 뿐입니다.

…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니 사람이라고는 한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이 곳을 관리하는 사서 조차 없습니다.
내부는 조금 어둑어둑한 분위기에 썩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조금 기이한 것은, 일반적인 도서관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배치가 사뭇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넓은 복도에,
천장은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높으며,
심지어 책꽂이 또한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높게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헛수고였을까.
...아무래도 이곳에서 현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그 때,
철컥.
걸쇠가 잠기는 소리와 함께 도서관의 문이 닫힙니다.
아무리 열어보려고 힘을 써도 문은 꿈쩍하지 않습니다.
미노는 허무하게도, 도서관에 갇히고 맙니다.

…
시간이 없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 곳에서 나가지 않으면 현이 위험한데.
미노가 할 수 있는건... 오직 이 끝도 없는 어두운 도서관 복도를 걸어가는 것밖에 없습니다.

뚜벅뚜벅-
공허한 발자국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얼마나 긴 복도일까요.
미노가 걸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뒤쪽 에서 툭 하고 무언가가 떨어진 소리가 납니다.

뒤로 돌아보면, 꽃 문양이 그려진 책 한 권이 떨어져 있습니다.
: 《자연》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15 |
판정결과: | 실패 |
미노는 책을 펼쳐 내용을 확인합니다.
책의 제목은 <이기적 로맨스>.
한 연인들의 서사가 그려진 로맨스 소설 입니다.
한 장, 두 장을 넘기다보면 유독 눈에 띄는 구절이 있습니다.
" 너를 보고 싶어서 나는 세계를 바쳤어."
"이기적이라고 생각해?"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 해야만 너를 만날 수 있다는데."
그 외의 내용은 아무리 읽으려고 해보아도 눈에 전혀 들어오지 않습니다.

...(다시 걸음을 옮긴다.)
미노는 책을 두고 다시 복도를 걸어갑니다.
뚜벅뚜벅-
또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요.
다시 한번 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등 뒤로 무언가가 떨어집니다.
이번에도 책입니다.
아까전과는 다른 꽃이 그려진 책.
: 《자연》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96 |
판정결과: | 대실패 |
책 내용을 확인 하면, 아까전과는 또 다른 소설책 입니다.
책의 제목은 <세계와 사랑>.
아까 전과 같이 유독 눈에 띄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대랑 함께하는데 다른 사람이 무슨 상관이지?"
"네가 없는 세계 따위, 망해버리라지."
"그냥 우리 둘만 생각하는 거야. 괜찮아, 괜찮을 거니까.."
마음이 촉박한 탓일까.
나머지 내용을 읽으려 해도 도저히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책을 두고 다시 걸음을 옮긴다.)
미노는 책을 다시 두고 복도의 끝을 향해 걸어갑니다.
시간이 없어요. 서둘러야만 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는 미노는, 오직 쓰러진 현에 대한 생각 뿐 입니다.
얼마간 또 걸음을 옮기자,
또 다시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이번엔 미노의 앞에 나무 한그루가 그려진 책이 떨어집니다.
: 《자연》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70 |
판정결과: | 실패 |
책을 펼쳐 살펴보면, 또 앞에 것들과는 다른 소설책 입니다.
책의 제목은 <사랑을 위한 선택>.
역시나 이번에도 눈에 띄는 구절이 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싫어.”
나는 당신이 싫다고 거짓을 고했다.
당신이 어떤 얼굴이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말 밖에 없었으니까.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하지만 말 할 수 없었어.
...유독 이 책만큼은 끝까지 페이지를 넘겨봅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본 순간, 미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페이지 속에는, 현의 목에 있던 붉은 꽃문양과 똑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적힌, 읽고 싶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는 문장들...
<영(靈)의 꽃>
유령과 유령을 사랑하는 이가 있었습니다.
유령을 사랑하는 이의 애정은 유령의 눈에 보이지만,
유령의 애정은 유령을 사랑하는 이에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것을 대신하듯 유령의 애정은 붉은 꽃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 꽃을 통해 유령의 애정이 보여지게 되지만,
이 꽃이 피어남에따라 유령을 사랑하는 이는 서서히 미쳐가기 시작했습니다.
오직, 유령만을 생각하고 유령만을 위하고,
유령만을 생각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유령은, 자신을 사랑하는 이에게 이 꽃을 선사했습니다.
그래요, 바로 당신이 말이죠.
영의 꽃, 유령, 유령을 사랑하는 이-..
수많은 생각들이 미노의 머릿속에 박히기 시작합니다.
현의 왼쪽 목에 피어 있던 붉은 꽃, 죽은 자기 자신,
그리고 죽은 미노를 여전히 사랑하는 유현.
현이 그토록 불안해하고 고통스러워했던 이유.
현이 그토록 당신에게 집착했던 이유.
현이 약을 먹고 쓰러진 이유.
그 모든 이유에는 바로 당신, 송미노가 있었습니다.
당신이 현에게 말을 걸었기에,
그리고 그런 현에게 자꾸만 순수한 애정과 사랑을 주었기에,
그렇게 현은 크게 고통스러워하다 결국에는.....
: 《이성》 체크

기준치: | 58/29/11 |
굴림: | 98 |
판정결과: | 실패 |
: 이성 수치 감소 1d4+1

rolling 1d4+1
()
+14
5
: 《지능》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75 |
판정결과: | 실패 |
: 《자료조사》 또는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페이지의 가장 끝자리에 작은 글씨로 몇 문장이 더 적혀 있습니다.
'모든 것은 당신의 선택에 의해서,'
'당신의 혀로 ㅡ가 무너지고 ㅡ가 멸망할 수 있으니'
'부디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
미노는 자신의 죽음과 현을 향한 애정이 너무나도 잔인하고 끔찍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당신의 죽음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며,
현을 향한 애정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미노는 이 끝도 없는 복도를 계속해서 걸어갑니다.
이 복도의 끝은 어디인지, 걸어도 걸어도 공허한 발소리만 들립니다.
얼마쯤 걸었을까요.
희미한 꽃향기가 어느 순간 도서관 복도에 가득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알 수 없는 꽃향기를 맡으며 걷다보니,
어느덧 나무로된 문 하나가 미노의 앞에 나타납니다.
아무래도 출구인 것 같습니다.

끼이익-
녹슨 소리와 함께 출구가 열립니다.
문을 여는 순간 라벤더 향기가 미노의 코를 자극합니다.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저 라벤더 꽃이 끝도 없이 이어진 꽃밭만이 미노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아니, 믿을 수 없다기보다는 당연하다는 듯,
현은 멀리 미노를 보며 서있습니다.
꽃은 다르지만 미술 전시관에서 본 마지막 그림과 같은 분위기.
현의 목에 피어난 붉은 꽃문양은 더이상 피어날 자리도 없을 정도로 가득합니다.
그 붉은 증표는 마치 그를 잡아먹을 것처럼,
왼쪽 목에서 부터 왼쪽 귀 뒤와 쇄골 까지 한가득 피어 있습니다.
어지간히도, 현을 향한 애정과 사랑이 너무나 깊었나 봅니다.
...
미노는 라벤더 밭에 들어섭니다.
그에 맞춰 현이 이쪽을 향해 뛰어옵니다.
어라..? 미노가 보이는 걸까요?
달려오는 현의 표정은 멀리서 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미노를 볼 수 있다는 벅찬 행복함과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현의 표정.
현은 무작정 미노에게 뛰어와 빈 틈이 없을 정도로 꽉 품에 안습니다.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어..
갑작스러운 현의 행동에 미노는 그저 어안이 벙벙하기만 합니다.
현의 젖어있던 눈가에서도 뚝뚝 물방울이 흩어 떨어집니다.


하지만, 난...
이미 죽은 사람이잖아. ..응?

아직 죽지 않았어...




현실 세계의 너는.. 아직 혼수상태에 빠져 있어서, 언제...
아니, 영영 안 깨어날지도 몰라..
그래서, 너를 되돌려 달라고 빌었는데...
이런식으로.. 네가 죽은 세계로 올 줄은 몰랐어..

..하지만..너도 위험하잖아.




같이 있을 수 있다면, 나도 정말 좋을텐데..

계속 같이 있어준다고 약속 했으니까..
미노야,


여기 둘 뿐인 곳에서 계속 남아있으려면,
네 사랑이 필요해. ..
..물론, 현실세계는 다 망가져 버리겠지만..
그래도, 나는.. 나는, 너랑 여기 계속 있고 싶어.

..네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강행하겠습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하지만...
..

..미노야,
하지만이라니... 나랑 같이 있어주지 않을거야..?

너를 안아줄 수 없다고 해도..(고개를 떨군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데...
..그래도 안 되는거야?
...


...
현의 간곡한 부탁에도 미노는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미노가 사랑한다고 한다면,
자신과 현에 의해 세계는 종말을 맞이할테니까요.
차마 입을 뗄 수 없습니다.
현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것을 부탁합니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사랑한다고 말해달라며,
당신을 붙잡고 처절히 매달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끝내 미노는 현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었습니다
미노의 눈에 슬픔이 얼룩진 현의 얼굴이 보입니다.
울음이 가득한 목소리를 내며, 당신을 마주 봅니다.

미노의 이마에 입맞춤을 합니다.
마지막 인사라도 하는 것처럼.
그 말을 끝으로,
미노의 몸은 서서히 붉은 꽃잎이 되어 바스라지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없어진다면, 현은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생각하며 미노는 무거운 눈을 뜹니다.
..흐려지는 의식속에서 마지막으로 당신이 본것은 너무나도 처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무너지는 세계에서 사라지는 당신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현.
그리고 현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곧 그 자리에 쓰러지며 숨을 헐떡이기 시작합니다.
...
당신 덕분에 세상도, 자기 자신도, 당신이 사랑하는 이도 내일이라고는 맞이할 수는 없겠죠.
내일을 위한 꽃 따위, 더 이상 필요도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 현의 마지막 모습을 끝으로, 미노는 영원히 눈을 감습니다.
END.2 절망의 꽃을 오늘에게
20190406
유현 로스트
송미노 로스트
-
[영의 꽃]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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