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8
KPC. 유현
PC. 송미노
[손에 닿게 해줘]
-
-
눈을 뜨면 미노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장소에 서있습니다.
알고 있는 구조속에, 알고있는 것과 다른 요소들로 가득 차있는 장소입니다.
찬란한 노을 빛에, 세상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노을 빛에 시선을 빼앗길 때면, 미노의 곁을 눈에 익은 사람이 스쳐지나갑니다.
현입니다.
…
어라, 미노를 발견하지 못한걸까요?
자신에게 꽂힌 시선을 느낀 현은 그저 의아한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마치 모르는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입니다.



...
그의 이름을 말하던 미노는 문득 직감적으로 깨닫습니다.
이 사람 또한 내가 알고 있는 현이면서 내가 알지 못하는 현이라는 사실을요.
자신을 바라보는 현의 표정에 놀라는 감정이 스치는걸 보게된 순간,
시야가 흐려지더니... 곧 캄캄하게 물이 듭니다.
…
…
마치 멀미를 하는듯한 울렁거림을 느끼며 다시 눈을 뜹니다.
아까는 거리였다면 지금은… 침대 위입니다.
몸은 무겁고, 배가 고픈 것 같습니다.
: HP - ½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3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창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습니다. 벌써 밤이 된 걸까요.
주변을 둘러보면, 이 곳은 생활감이 많이 느껴지는 누군가의 집 같습니다.
확실한 건… 미노의 집이 아니라는 것 정도.
침대 곁에 있는 탁자엔 누군가의 신분증이 놓여 있습니다.
신분증 속 사진에는 현이 보이네요.
...그렇다는건 이 곳은 아까 거리에서 보았던 현의 집인걸까요?

갑자기 왜 여기에..(두리번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어, 일어났네.

으응, 현아..

..아까 길에서 갑자기 쓰러지길래, 어쩌다보니 데리고 왔는데..
미안, 일어나자마자 조금 놀랐지.


거기다가 내 이름도 알고 있길래, ..그냥 두고 올 수가 없어서.
..우리 만난적이 있던가?


아, 미안. 피곤할텐데...
일단 밥 먹고 얘기할까..?
저녁 차려놨거든. ..그, 피곤하면 억지로 먹지 않아도 괜찮아..

: 《건강》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킵니다.
휘청,
시야가 틀어짐과 동시에 힘없는 몸이 바닥에 주저앉습니다.
다리에 힘이 풀려버린 걸까요. 확실히 오늘은 몸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몸이 조금 나아질 때까지는 편히 쉬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거의 다 차려두긴 했는데... 아직 조금 더 준비해야해서,
그때까지 조금 더 쉬고 있어.. (힐끔 눈치를 본다.)


그동안 심심할 수도 있으니까.... 으음,
.... (두리번)
(근처에서 리모컨을 집어 미노의 손에 쥐여준다.) 올 때까지 TV라도 보고 있을래..?



리모컨을 들고 TV를 틀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은 한 다큐멘터리의 재방송 입니다.
‘이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눈에 띕니다.
몇년에 한번씩 경찰서에 자신이 다른세계에서 왔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황당무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말이지만,
반복되는 일에 호기심을 품어 제작진은 그들에 대해 조사해보았습니다.
그들은 종종 아무 물건도 소지하지 않은채 경찰서에 나타납니다.
허황된 얘기를 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찾을 때가 있습니다.
또한 자신을 모른다 얘기하는 사람을 지인이라 주장할 때도 있습니다.
자신의 신상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주장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에게 찾아가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거나,
혹은 흔적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몇몇 사람이 장난을 쳤던 걸까요?
잠시 혼란을 느꼈던 사람들이었을 뿐일까요?
아니면 정말,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일까요?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사람은, 어디로 간걸까요?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문득, 위화감에 사로잡힙니다.
다큐멘터리에서 말하는 경우가 자신과 닮지 않았나요?
하나도 없는 소지품, 미노를 알아보지 못하는 현, 자신이 알던 것과 사뭇 다른 거리…
미노는 정말 다른 세계에 넘어와 버리고 만 것일까요?
미노가 사라진걸 원래 세계의 현이 안다면... 많이 걱정할텐데.
돌아갈 방법이 없는 걸까요?
: 《이성》 체크

기준치: | 60/30/12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1
그 때, 문을 열고 현이 들어옵니다.
열린 문틈 사이로는 맛있는 식사 냄새가 솔솔 풍겨옵니다.

준비 다 됐는데, 바로 먹을래?

(꼬르륵)

..걷기 힘들어 보여서.
식탁까지 데려다줄게.




식탁에는 찌개와 밥, 몇개의 간소한 반찬들이 올려져 있습니다.
배가 많이 고팠던건지, 냄새만 맡아도 급격하게 허기가 지는 기분입니다.


고, 고마워..(음식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앉는다.)

아냐, 나도 오랜만에 누구랑 같이 먹어서 좋은데...
...요리 대접하는건 처음이라서, 입에 맞을지 모르겠어.




..없는데..
(머쓱하게 긁적이며 눈치를 본다.)

미, 미안...(눈을 굴린다.)

..아니, 아냐. 이제 이런 이야기 아무렇지 않아서..
밥먹는데 쓸데없는 얘기해서 미안.

잘먹을게.

꽤나 익숙해 보이는 음식입니다.
아무래도 현이 만들어줘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네요.
미노는 힘없는 손을 들어 식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음식 맛은...
: 《행운》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꿀꺽, 감칠맛이 도는 음식이 입으로 부드럽게 넘어갑니다.


맛있어..!(허버허버)

마.. 많이 먹어.
더 먹어도 돼.

움냐.

(맛있게 먹는 모습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듯 미노를 흘긋거린다.)


아, 아냐... 뭔가, 신기해서.

뭐가..?(고개가 슬 기울어진다.)

처음이라서, 엄청 신기해. (깜빡깜빡, 묘하게 들떠있는 모습이다.)

처음, 이야..?

먹고 싶으면 더 먹어도 돼. 얼마나 해야될지 몰라서... 밥도 엄청 많이 해뒀거든.





너, 너도 많이 먹어..

밥그릇이 조금씩 바닥을 드러냅니다.
배를 채우고 나니 축 가라앉았던 무거운 몸이 한결 편안해지는 기분입니다.
: HP+1
...
어찌저찌 식사를 끝내고 나면, 현은 익숙한듯 식탁위를 치우기 시작합니다.
미노에겐 몸이 좋지 않을테니 쉬고 있으라며,
달그락달그락, 싱크대 앞에 서서 그릇도 닦아냅니다.



아, 아니. 아까 하던 얘기 말인데.


..혹시 우리 이전에 본 적 있어?


..물어보면 안되는거였나...?
(쭈뼛거리며 손을 멈춘채 돌아본다.)

그, 말해줘도 못믿을것 같은데.



미, 미안. 내가 얼굴 기억을 잘 못하나봐.

그으, 저기..







..마, 마음.. 마음대로...








..어..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돼?


... (잠깐만이라고 했으니까. 정말로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

아, 설거지 해도 되는데..

해야지, 설거지.. (횡설수설 떠들어대며 어색하게 손을 움직여본다. 그릇을 닦는건지 미노를 보는건지. 눈이 핑핑 돌고 있었다.)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얘기를 하면 할 수록 묘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눈 앞에 있는 현과 자신의 세계에서 서로 사랑하던 현,
이 둘은 정말 동일인물처럼 느껴집니다.
또한... 미노는 지금 돈도, 집도, 그 어떤 소지품도 없기에.
남의 도움 없이는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는 것도 알아챕니다.
현이라면 뭔가 도움을 주지 않을까요?



(대뜸)



..집에, 안 가고..?

있을곳이 없는데..
그, 성인이니까. 가출 청소년은 아니고..(어물어물)

..나는, 상관없는데...
..불편하지 않겠어?




...어, 음.. 그럼. 몸 나을때까지는 푹 쉬다가 가.


저..
이름이 뭐야?
...미안, 이것도 기억이 안나서.. (눈썹을 축 늘어트린다.)

미노..송미노야.


맨날 듣..들어도 좋으니까..

응, 미노... 미노라고 부를게.






어, 어, 응... 너도 피곤할테니까..


이만, 자자는.. 얘기였는데..

그러니까 같이 자자고...

나, 나랑?

너밖에 없지 않아..?
그리고 침대도 한개지..?

침대는 네가 써..

같이 자는거 아니면 내가 소파에서 잘게.

몸 안좋은 사람이 편히 쉬어야지.
..침대도 1인용이라서.. 좁으니까. (눈이 어색하게 굴러간다.)

난 괜찮은데..



......


불편할텐데...
그...
그래도, 괜찮으면.....


으음..
알았어, 그럼..
같이 자자.

헷..
어쩌다보니... 둘은 같이 침대로 향합니다.
슬슬 밤이 깊어갑니다.
창 밖의 풍경도 새까만 어둠으로 내려앉아 잠을 독촉합니다.
밖으로 이동할만큼 몸이 좋지도 않으니, 오늘은 이만 잠드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자, 잘자..

불편해보이는데..
..이리와.



미노야..?




대답을...
(엉거주춤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안놓아줄거같은데... 이대로 자야하나. 끄응, 앓는 소리를 내다가 애써 눈을 감는다.)


(어째선지 자꾸만 얼굴이 빨개져서 곤란했다.) 어, 얼른.. 얼른 자.

잘자..(온몸을 바짝 붙인 채 품에 파고든다.)

...
..잘자.


...
짧은 인사로 마무리를 하고 둘은 잠에 빠집니다.
…
…
먹먹한 느낌에 정신을 차리면 울컥, 목구멍으로 물이 넘어옵니다.
무력하게 허우적 거리는 몸에 상황을 파악하면, 이곳은 바다 위입니다.
...어째서? 왜 갑자기 바다에 빠지게 된 걸까요?
: 《수영》 판정

기준치: | 20/10/4 |
굴림: | 50 |
판정결과: | 실패 |
시야가 물살에 이리저리 휩쓸립니다.
넘실거리는 물로 목이 막혀와 숨이 가파릅니다.
: HP-1
잡을 것을 빨리 찾지 않으면, 강한 물살에 버티지 못해 죽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여기서 죽어버리면, 소중한 현을 다시는 볼 수 없을텐데.
...
운이 좋았던걸까.
근처에서 떠다니던 판자 하나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어째선지 판자가 맥없이 기우뚱하네요.
정신없는 시야 사이로 겨우 그쪽을 바라보면 이미 누군가가 판자를 잡고 있습니다.
아마도 판자는 한사람을 지탱해줄 부력만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보려고 해도 흐릿하게 보여 확인할 수 없습니다.
: 《행운》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상대방이 어찌할바를 몰라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지금 저 사람을 밀친다면, 판자를 차지할 수 있을겁니다.
주변엔 다른 붙잡을건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 판자를 놓지 않는다면 둘 다 가라앉을테고…
놓아버린다면 자신이, 밀어버리면 상대방이 그대로 죽어버리고 말것입니다.
송미노. 당신은 판자를 양보하나요?

당신은 판자를 끌어안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는 없으니까.
판자가 끌어당겨지자, 반대쪽을 붙잡던 손은 물살위를 헤매다 그대로 파도에 삼켜집니다.
: 《이성》 체크

기준치: | 59/29/11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
…
가쁘게 호흡하며 다시 눈을 뜨면 침대 위입니다. 꿈이었던 걸까요?
상태가 신경쓰였는지 때마침 침대에 앉아 미노를 지켜보던 현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괜찮아?



괘, 괜찮아..

잠기운을 애써 떨치며 미노는 몸을 일으켜 앉습니다.
어제보다는 확실히, 몸이 한결 나아진 기분이 듭니다.
: HP+1

뭐 좋아하는지 몰라서.
아침은 그냥 간단하게 차렸어. 샌드위치랑 우유 있는데, 가져다 줄까?




이것도 입에 맞았으면 좋겠다.
(침대에 걸터앉아 미노의 무릎 위로 쟁반을 올려준다.)


..내가 고기를 좋아해서, 그.. 재료가 없다보니 야채는 거의 못넣긴했는데. (머쓱한듯 머리를 긁적인다.)


미노는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합니다.
어제 먹은 찌개와 밥은 입에 맞았는데. 이번에는 어떨까요?
: 《행운》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주 맛있습니다. 미노의 입맛에 딱이네요.


마시써!



(꿈뻑)
이.. 이거? (미노가 먹던 샌드위치를 힐끔거린다.)




(합, 크게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물고 우물우물 입을 움직인다.)
..으음, 먹을만해. (제가 만든거니.. 사실 맛이 다 똑같이 느껴지긴 했지만.)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강행해보겠슴니다..)
기준치: | 50/25/10 |
굴림: | 2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미노는 원래 세계에서 미노를 기다리고 있을 현을 떠올립니다.
갑자기 미노가 없어져버린 탓에 애타게 찾고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돌아가는 방법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어떤 정보도 없는 미노는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러던 중, 문득 떠오르는 생각 하나.
이 세계에 있을지도 모르는 ‘또다른 송미노’를 찾는다면…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원래 세계의 미노가 살던 집이 있는 곳으로 한번 찾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외출이라도 할까.(웅얼)

어디로?




...나야 상관은 없지만..
몸은 괜찮고?


그럼.. 이것만 다 먹고 나가자.



(꿀꺽)
..왜?

아, 아니. 미안.
그냥... 어, 멍때렸어. (눈치)

으음...
그래..?(다시 오물거린다.)


..?(힐끔)

..아니, 많이 먹으라고.. (손가락을 꼼지락)

(꼴딱꼴딱..)

어, 어. 음. (제발 저리듯 이상한 추임새를 넣다가 말을 돌려본다.)
..그런데, 집은 어디쯤이야?

어, 여기 근처일텐데...

음... 그래?
내가 차가 없어서, 멀면 어쩌나 했어.













...
...
함께 밖으로 나온 후, 둘은 미노가 기억하고 있는 위치까지 걸음을 옮깁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나란히 걷던 걸음을 곧 허무하게 멈추고 맙니다.
…
미노가 기억하는 그 장소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것도요.
텅 빈 공터만 둘을 반길 뿐입니다.
이 세계의 미노는… 다른 곳에 사는 걸까요?
아니면 이 세계엔 미노가 없는 걸까요?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알 수가 없습니다.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3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공터의 바닥에 놓인 담배꽁초들이 보입니다.
종종 다른 사람들이 이 곳에 와서 담배라도 피는 걸까요.
아직 불이 미처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 하나가 눈에 띕니다.
그 미약한 불꽃을 보니, 어째선지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습니다.
: 《정신력》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1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지금은 빈 공터일뿐이지만…
자신의 집이 있던 장소에 쓰레기가 많이 놓여있다면, 누구나도 이렇게 느끼지 않을까요?

...여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혼란)





(뭔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시무룩한 태도에 눈치가 보이는듯 곁에서 쭈뼛거린다.)
이제 어떡할까요?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신경쓰인다면 주변에 있는 집에 뭐라도 물어볼까..?

(흘긋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이대로 돌아가기엔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인근 주민들에게 물어본다면, 무언가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길거리는 꽤나 한산합니다. 오가는 이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네요.
공터와 가장 가까운 집을 골라 초인종을 누르면,
인터폰 너머로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주민: 누구세요?

주민: ..네? 말씀하세요.

주민: 옆에 집...?
..아, 거기말인가요? 음… 제가 듣기론 20년 넘게 계속 비어있던 걸로 알아요.
터가 안 좋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주민: ...? 네, 20년. 그게 왜요?


주민: ...그런데, 거긴 왜요? 무슨 가게라도 들어온대요?

구시렁거리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인터폰이 툭 끊깁니다.

..미노야?

어, 어떡하지..
나, 집에 못돌아가나..

집이 있던 곳이 기억이 안나는거야..?
아깐 여기라고 했는데... 20년넘게 비어있다해서, 뭐가 뭔지.. (긁적)


네가 살던데선?



..다른세상에서 왔다고 하면 믿어줄거야..?

... 그게..
..진지하게 얘기하는거지?


....
...
(쭈뼛쭈뼛, 미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가 그렇다는데, 믿어야지.




..... (훅훅,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안되는데.)


(힐끔힐끔)
..이, 일단 그럼.
어, 음...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괜스레 말을 돌리듯 아무말이나 내뱉는다.)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미노의 집이 있던 장소는 아무것도 없고,
근처에 사는 주민에게서 얻은 정보도 마땅치 않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럼, 동사무소에 가보는건 어때...?

뭔가 나오려나..


(손을 잡고 당긴다.)

...
동사무소는 간간이 오가는 사람들을 빼면 꽤나 한산한 편입니다.

...하지만, 데스크에 가까워지자마자 들려오는 큰 소음에 발길이 멈춥니다.
어떤 할아버지가 난리를 피우고 있고, 그 앞에서 직원들이 쩔쩔매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겠네요.
: 《듣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 손님이 불만 가득한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손님: 어휴, 저 할아버지 또 시작이네.
한번 시작하면 세시간은 족히 걸리니… 나중에 와야겠다.
혀를 내두르며 손님은 들고 있던 서류를 가지고 밖으로 나갑니다.
...어떻게 할까요?
세시간동안 이런곳에서 시간 낭비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쩌지,
(눈치)

어, 어쩌지..
할아버지는 무슨 일로 저렇게 화가 난 걸까요?
대화를 시도해보거나... 그게 아니라면 시간을 때우고 다시 돌아오는 쪽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한테 가볼까..?

나.. 나, 나는 괜찮아.



가보자!(현의 손을 이끌고 간다)

미노와 현이 다가가자, 직원들에게 고래고래 화를 내던 할아버지가 곧 이쪽을 돌아봅니다.
할아버지: 뭐야, 너희들은?

무, 무슨일인가요?
할아버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미노를 바라보다가 직원에게 삿대질을 한다.)
...나 참, 어르신이 들어오는데!
나랏돈 받아먹는 놈들이 말야, 웃으면서 인사를 해야 할 거 아니야!?

할아버지: 시퍼렇게 어린 것들이, 웃지도 않고 멀뚱멀뚱 서서. 집에서 그렇게 가르치던. 어?




저, 저 어르신..진정하세요.
할아버지: 허, 진정~? 늬들같으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 《심리학》 판정

기준치: | 25/12/5 |
굴림: | 79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10/5/2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귀가 아플 지경입니다.
이래서야… 뭔가 얻어서 돌아갈 순 있을까요?
: 대인기능 사용 가능

기준치: | 20/10/4 |
굴림: | 36 |
판정결과: | 실패 |
....

기준치: | 40/20/8 |
굴림: | 46 |
판정결과: | 실패 |
..말도 안되는 설득에 할아버지는 더 화가 난듯 보입니다.

기준치: | 10/5/2 |
굴림: | 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할아버지: 흥, 이 사람 때문에 내가 봐주는거야.
계속해서 화를 내던 할아버지도 조금은 진정한 듯 보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지팡이를 툭툭 치면서 문밖으로 돌아갑니다.
어쩔 줄 몰라하던 직원의 표정도 조금 안도한 것처럼 보입니다.

현, 현아..?(돌아본다.)


쩔쩔매던 직원도 다시 자리로 되돌아갑니다. 이제 데스크에 물어볼 수 있겠네요.



직원: 네, 무슨일로 오셨나요?

(현을 보고 속닥속닥)주소 찾으면 되겠지?


직원: 어떤 목적이신지 알 수 있을까요?

(현이 찬스!)(현의 손을 끌어당긴다.)

....... ...? (굳은채로 미노를 본다. ..나?)


(뭐라 얘기를 하지. 어색하게 데굴데굴 눈동자가 굴러간다.) ..치, 친척집을 좀 찾고있어서.. 거기가 맞는지 확인 해보려고...


직원: 죄송하지만... 타인의 신상정보를 아무에게나 알려줄 수는 없습니다.
신분증이 있으신가요?



(지갑 안들고다녀?)(소곤)







선뜻 말이 없는 미노와 현에게 직원은 의심가득한 눈초리를 보냅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할 것 같은데...
: 대인기능 사용 가능

기준치: | 20/10/4 |
굴림: | 25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40/20/8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기준치: | 20/10/4 |
굴림: | 42, 73, 95 |
+2: | 실패 |
+1: | 실패 |
0: | 실패 |
-1: | 실패 |
-2: | 실패 |

기준치: | 40/20/8 |
굴림: | 58, 23, 25 |
+2: | 보통 성공 |
+1: | 보통 성공 |
0: | 실패 |
-1: | 실패 |
-2: | 실패 |
...
헛기침을 하던 직원은 특별히 알려주는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척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합니다.
그대로 잠시 기다리고 있자, 직원의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집니다.
그 주소는 미노와 현이 들었던 대로 20년도 더 빈 곳으로 남아있던 곳입니다.
이런 곳에 친척이 있던게 맞냐면서, 직원은 아리송한 얼굴을 들어보입니다.


이래선 큰 수확이 없는데. 뭔가 더 물어볼 것이 없을까요?


아까, 너희 집 찾아갔던거 맞지?


근데 거기에 아무도 없었다고 하니까...
..이쪽.. 세계 (말이 어색하게 나온다. 왠지 모르게 조금 부끄럽기도.) ..
여기서 살고 있는 너는 어디에 있는거지..

여기서 주소말고 사람을 찾는 것도 되나..?


직원: 네?

재차 요구를 하자 직원의 얼굴에 불퉁한 기색이 드러납니다.
조금 귀찮다는듯이 투덜거리던 직원은 마지못해 다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
또 얼마간 기다리고 있자, 이번에도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직원이 고개를 듭니다.
미노가 말한 자신, ‘송미노’는 이세계엔 존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름이 틀릴리가 없는데...)


이.. 일단 나갈까?


...
동사무소 밖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길가를 쭉 둘러보면 작은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풍경이 보입니다.
눈에 띄는 곳은 꽃집, 크레페 가게, 공원, 마카롱 가게. 그리고 경찰서입니다.
근처를 둘러보다가 들어가도 좋고, 이대로 집에 가서 쉬는 쪽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
작지만 다양한 꽃들이 있는 꽃집입니다.
조그마한 화분이나 다발로 예쁘게 묶인 꽃도 눈에 들어옵니다.
어떤 일을 기념하거나 추억으로 남기기엔 꽃만한게 또 없죠.
: 《행운》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인상이 좋게 생긴 꽃집 사장님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꽃집 주인: 연인이신가봐요~ 너무 보기 좋네요.




아니, 아니에요, 그런거...
(우물우물, 열심히 말은 하는데 목소리가 너무 작아 잘 안들린다.)

꽃집 주인: ...아. 괜찮으시다면 이거, 가져가시겠어요?

꽃집 주인: 아까 오전에 예약이 들어왔던 건데, 방금 전에 취소 돼서요.
마침 보기 좋은 커플이 있어서, 내가 특별히 주는거예요.
사장님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작은 아네모네 다발을 미노에게 건네줍니다.
싱그러운 향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나도 꽤 좋아해.


...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듯 입꼬리를 처음으로 살짝 올려본다.)

웃는 얼굴이 예쁘네.

으... 어? (당황한듯 어버버 말이 나온다.)




내, 내가... 예뻐.. (말도 안된다는듯 우물우물 혼잣말)
나랑, 안 어울리는데..

둘다 예쁘네!

....
나.. 나보다, 네가 더..

뭐라고?

네가, 더 잘어울려.. 꽃이랑.

..고마워..너도 잘어울려.

꽃, 더 살거야..? 아니면 나가보자..


..장미, 한 송이 사다둘까. 식탁도 조금 허전한데.


자, 잠깐...!
(엉거주춤 뒤따라간다.)

아.
계, 계산...(어물어물 돌아간다.)

갑자기 가버려서 놀랐어..

(계산대 위에는 장미꽃 한송이와 하얀 동백꽃 한송이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동백꽃 힐끔) 이것도 살거야?


(각각 신문지에 돌돌 말린 꽃 두송이를 집어들고 미노에게 슬쩍 건네준다.) 여기.






(가만히 꽃과 미노를 번갈아보다가 동백꽃을 조심스럽게 다시 받아든다.)
..나도 뭔가 의미있는걸 살 걸 그랬나..


..집에 돌아가면 바로 꽂아둬야겠다.


..이제 어디로 가볼까? (아까보다는 묘하게 들뜬 모습)




마카롱....
그럼 마카롱 먹자~~

응, 얼른 가자. (아까보다 텐션이 올라간다.)


...
작은 마카롱 가게입니다.
형형색색의 마카롱들이 귀엽게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격은 하나에 2000원.
비싼 디저트 답게, 배부르게 먹으려면 돈이 꽤나 필요할 것 같네요.
: 《행운》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카운터에 있던 가게 주인이 갑자기 말을 걸어옵니다.
가게 주인: 손님, 혹시 꼬끄 후레이크 좋아하시나요?

가게 주인: 앗, 다행이네요. 잘 팔리지 않아서 재고가 많이 남았거든요.
괜찮다면 가져가서 함께 드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미노의 손에 손바닥만한 마카롱 꼬끄 후레이크 한봉지를 선물합니다.
운이 좋은 하루네요.

오늘 운이 엄청 좋네....
잘먹겠습니다.. (우물우물)

그러게..(꽃다발부터..)



..뭐 더 사갈거야?





나는..플레인 맛 제일 좋아해.


여러개..살거면 다양하게 살까..?





(주인에게 하나하나 주문을 하자, 계산까지 끝마친 마카롱을 작은 봉투에 차곡차곡 담아준다.)
.. (그 봉투를 미노에게 슬쩍 건네며) 여기. ..음, 불편하면 내가 들고갈까?

꽃다발..이랑..엄..(들 공간이 없다..)



테이블도 몇개 없고... (힐끔)

가게 안을 뒤늦게 둘러보면 두세개의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테이블에 앉아있는 손님들의 목소리가 목소리가 간간이 들려옵니다.
: 《듣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도란도란 떠드는 목소리는 제법 선명하게 들려옵니다.
손님: 너, 도플갱어를 만나면 죽는다는 얘기 알아?
나참, 도플갱어가 어디있냐? 그걸 믿어?
그 뒤의 내용은 목소리가 작은 탓에 자세히 들리지가 않습니다.

...나갈까?




(쫄래쫄래 따라 나가다가 가게문근처에서 서성거리며) 어... 근데 저녁은 어떻게 할까?
집에 재료가 마땅치 않아서. 괜찮으면 먹고 들어가도... (힐끔힐끔)


어, 어...그럼, 음.. (뭔가 할말이 있는지 우물쭈물)
여기 근처에 괜찮은 초밥집이 있는데... 같이 갈래?
...꽤 유명한 맛집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은 안받아줬거든..

초밥집인데 혼자 못간다니..


너.. 초밥, 좋아하잖아.

어, 어...
좋아..하는데.


응, 나 따라오면 돼. (처음으로 제가 먼저 조금 앞서 걸어 나간다.)

미노는 현을 따라서 초밥집으로 향합니다.
어둑한 길가였지만 현과 함께 걸어서 그런지, 무섭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현은 현인걸까.
여러 상념에 잡혀있다보면 어느덧 초밥집 앞입니다.
다행히 시간을 맞춰 왔는지, 줄을 서 있는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적당한 자리에 함께 착석합니다.





주, 주문을....


주문을 받은 직원이 다시 한번 메뉴를 확인하곤 서둘러 초밥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애매한 시간이라서 그런걸까.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미노와 현이 시켰던 초밥이 테이블로 나옵니다.


맛있겠다...
..많이 먹어, 미노야. (흘끔)


(초밥 하나를 집어 우물우물)..... (표정 변화는 크게 없었지만 양 볼이 옅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맛있다..



고기 정말 좋아하나보네..

어느정도 접시를 비워나갈 때 쯤,
문득 옆테이블의 대화 소리가 들려옵니다.
대충 들리기로는 ‘이세계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얘기 같습니다.
: 《듣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손님 1: : 저번에 한 다큐멘터리 봤어? 이세계 어쩌구 저쩌구..
손님 2: : 이세계에서 온 사람들? 재방송으로 봤어. 왜?
손님 1: : 아 예전에 익명사이트에 자기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 주장하는 스레드를 본 것 같아서...
손님 2: : 그런거 다 뻥아냐?
손님 1: : 아, 아닌 것 같은데… 그… 책도 있었잖아? 자기가 겪은 실화라는거…
손님 2: : 뭔 책인데?
손님 1: : 아.. 그거. 그으… 도서관에 있었던 책인데…
손님 2: : 밥이나 먹어라.
...그 뒤의 대화는 들리지 않습니다.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식사에 집중하느라 별다른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내일 가는건..?


응, 그럼 내일 일정은 그렇게... (하나 더 집어서 우물우물)

(오물오물..)
...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끝마치고, 미노와 현은 함께 밖으로 나옵니다.
그 사이, 둘이 걸어왔던 길목은 아까보다 더 새까만 어둠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시간이 이렇게나 늦은걸까요.
서둘러 돌아가 잠자리에 드는 편이 좋겠습니다.
...
집에 돌아오자마자 현은 선물받은 동백꽃을 화병에 꽂아둡니다.
내일 일정을 위해 서둘러 잘 준비를 마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피곤하겠지..?



부... 불편하지 않았어..?
꿈자리도 안좋던거 같던데..




(그래도 선뜻 좋다고 얘기하면 이상하니까..)


그럼, 같이...
(힐끔힐끔 눈치를 보다가 먼저 방 안으로 들어간다.)








조.. 좁을 것 같아서.

나는 괜찮으니까~

..정말 괜찮아?




부.. 불편하면, 꼭 말해..


..잘자.

...
요란했던 하루 일정을 끝마치고, 조용히 잠을 청합니다.
…
…
깜빡, 눈꺼풀을 들어올려 정신을 차리면 한 건물 안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미술관인것처럼 보입니다.
잠을 자고 있던 것 같은데, 왜 이곳에 와 있는 걸까.
...
미노의 앞에는 현이 작품 하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미노가 곁에 서더라도 그는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현이 보고있는 작품은 배 한척이 그려진 그림입니다.
그림 밑에는 ‘테세우스의 배’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 《교육》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테세우스의 배.
분명 이전에 들어봤던 이야기입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짚으며, 미노는 떠올리기 시작합니다.
옛날 아테네 사람들은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친 테세우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테세우스의 배를 보존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배의 여러 부품들을 보수해야할 일이 생겼고,
아테네 사람들은 낡아 부식된 판자는 떼어버리되,
그 대신 튼튼한 새 목재를 덧대는 일을 계속 반복해나가기 시작합니다.
...만약 어느 시점부터 테세우스가 있었던 원래의 배의 조각이 하나도 남지 않고, 모두 새 부품으로 교체된 상태가 되어버린다면.
이 배는 테세우스의 배일까요?
...
허전한 느낌에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새 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뒤입니다.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가 서있던 자리는 정체불명의 그을음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갑자기 현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그리고 저 그을음은 무엇일까요?
: 《이성》 체크

기준치: | 59/29/11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 이성 수치 감소 1d3

rolling 1d3
()
3
3
…
깊은 수마에서 잠을 깨어 눈을 굴리면 어제와 같은 천장입니다.
아직 잠기운이 덜 가시긴 했지만, 몸은 전날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집니다.
: HP+1
꿈과 현실의 경계선 사이로,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피부가 물집으로 덮인 채 괴로워하는 현의 모습.
주변에는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미노의 기억 속에서,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신음을 내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습니다.
: 《이성》 체크

기준치: | 56/28/11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 이성 수치 감소 1d3

rolling 1d3
()
2
2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제서야 미노는 떠올립니다.
평행 세계가 아닌, 미노가 살던 원래 세계의 현은 몸이 좋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현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돌아가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꼭 돌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몸을 일으킨다.)끄응.
오늘은 전날과 다르게 옆자리에 현이 없습니다.
거실에서 작은 인기척이 들립니다. 나가볼까요?

(밖으로 나가본다.)
거실로 나가면, 한켠에 놓인 컴퓨터를 두드리고 있는 현이 보입니다.

어... 잘 잤어, 미노야?

..뭐 해?

뭔가 도움이 될까 해서...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데... 잘 안나오네.
...네가 한번 찾아볼래?




..미안, 이런걸로는 도움이 안될까..


...그, 어..
사용하려면 편히 써도 되니까... (어버버, 어색하게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미노는 현이 앉던 자리에 몸을 앉힙니다.
무궁무진한 인터넷 속 세상이라면 무언가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관련된 검색 키워드를 하나씩 상기시키며 키보드에 손을 올립니다.
키워드 : ‘원래 세계’
: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가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네티즌끼리 질답을 공유하는 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찾을 수 있습니다.
댓글에는 이곳은 장난질하는 사이트가 아니라며 쓴소리 하는 내용만 가득하네요.

키워드 : ‘평행 세계’
: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 오컬트 게시판에서 관련 이야기를 발견합니다.
키워드 : 익명 사이트에서 ‘다른 세계’에 대해 검색
: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오래전에 있었던 스레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딸깍,
스레드에 첨부된 기사 링크를 눌러보면, 다른 페이지로 연결이 됩니다.
지금으로선 떠오르는 키워드는 이것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TV에서 언뜻 들었던 것 같기도 한데...
..일단 도서관부터 가볼까?


미노와 현은 나갈 채비를 끝마치고 걸음을 서두릅니다.
도착한 곳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도서관입니다.
온갖 종류의 서적들이 차곡차곡 책장에 쌓여있습니다.
오래된 서적의 냄새도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한켠에는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컴퓨터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다, 다시..
: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3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제법 익숙한 제목의, ‘이세계에서 온 친구’라는 책을 발견합니다.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흥미로운 이야기 같습니다.
...



...평행세계에 그대로 정착하는 사람들도 있나보네....

돌아가는 방법은 안써있네..





...조금 쉬다가, 다시 어떻게 할지 생각해볼까.


..근처에 카페 있던데, 잠깐 쉬면서 생각해보자.





...
도서관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카페입니다.
딸랑,
짧은 차임벨 소리와 함께 안으로 들어서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카페 인테리어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응, 그럼 그렇게 시킬게.




....
그냥 똑같은 걸로 두잔 시켰어.


고구마라떼 시켰는데, 괜찮아?

라떼는 다 좋아하니까..

쿠키도 같이 시켰어. 미노 너 다 먹어도 돼.



(습관적으로..)

.... (나 먹으라는건가? 놀란듯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그대로 굳어있다.)
아.... 아? (어색하게 쭈뼛쭈뼛, 동시에 미노의 눈치를 보면서 쿠키를 입으로 받아 먹는다.)
....


..다, 다음엔 내가 먹을게..

(흘끔거리며 쿠키를 먹는다.)

(시선을 느꼈는지 미노 흘끔)





그 때,
어디선가 벨소리가 울려옵니다.
미노는 핸드폰도 가지고 있지 않으니, 이 벨소리는 당연히 현의 것이겠죠.

핸드폰을 확인하던 현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괜찮지?


그 말을 끝으로 현은 카페 밖으로 걸어 나갑니다.
전화를 받으러 간 것이니, 그리 늦지 않게 돌아올겁니다.
그동안 미노는 뭘 하면 좋을까요?
소지품도, 아는 사람도 없는 미노로선 이 시간이 지루하게만 느껴집니다.
…
그런 미노의 곁으로, 곧 한 남자가 다가옵니다.
다가온 남자는 무언가 안도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까지 내쉽니다.
이 사람은 누구죠? 미노를 알고 있는 사람일까요?
?: ...이제야 만났네요. 아직 기억이 잘 안나시나요?

누구..?
?: ... 여기는 보는 눈이 많으니까요. 잠시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이... 평행세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모든 사실을 말씀드릴테니… 잠깐 따라와주세요.

(현이 기다릴텐데..)(잠시 고민하다가 따라간다.)
…
…
미노는 남자를 쫓아 카페 밖으로 나섭니다.
발걸음이 멈춘 곳은 카페 근처, 인적없는 골목길.
?: 이쯤이면 괜찮겠네요. (두리번거리다 미노를 바라본다.)

의사: 저는... 의사입니다. 은퇴한지는 조금 지났지만.

의사: 네,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 좋을지....
기억이 나실지는 모르겠지만… 저희는 며칠 전 함께 이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당신뿐만 아니라… 원래 세계의 유현씨도 함께요.

의사: 지금... 원래 세계의 유현씨는, ‘죽음의 주문’에 걸려서 살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아마… 내일에서 모레로 넘어가는 자정이 지나면 온몸이 불타 죽고 말겠죠.

의사: 현대의학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이미 너무 오래 지나기도 했고...
...송미노씨, 당신은 그런 유현씨를 살리고 싶다면서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 일 때문에 함께 이 곳, 평행 세계로 넘어왔지만…
당신이 단기적으로 기억을 잃어서 혼란스러워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환자인 유현씨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 두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당신이 사라져버려서, 여태껏 제가 찾아다녔구요.
...
의사: 지금이라도 만나게 돼서 정말 다행이에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짓던 남자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미노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었습니다.
…
그제서야 당신은 떠올립니다.
이곳으로 넘어 오기 전, 현과 겪었던 일들을.
...현은 어느날부터 갑자기 이유모를 고통에 시달렸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타는 냄새가 진동하고,
온몸은 커다란 물집에 좀먹혀 그의 생명을 갈아먹기 시작했습니다.
현을 살리기 위해서 미노는 이곳저곳 병원을 다녔지만 소용이 없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수소문한 결과,
사망할 것 같았던 많은 환자를 기적적으로 살려낸 한 은퇴한 의사를 찾아냈습니다.
비로소 그 의사에게서 현이 죽음에 주문에 걸렸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으며...
살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 이야기했습니다.
머릿속을 강타하듯, 일순간 밀려들어오는 기억의 조각들.
단편적으로 조각조각 떠오르던 장면들이 이제서야 한 곳에 모아집니다.
: 《이성》 체크

기준치: | 54/27/10 |
굴림: | 3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1

의사: ...
그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 세계에 있는 유현씨의 몸이 필요해요.

의사: 이미 당신이 살던 세계의 유현씨의 몸은... 망가져서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몸이 필요하다는건, 무슨 뜻인지 알고 계시죠?
이쪽 세계에 살고 있는 유현씨를 죽여야 합니다.

의사: ...그리고 의식을 할 준비가 다 끝나면,
이 곳으로 함께 넘어온 유현씨를 다시 한 번 목졸라 죽여야해요.
그 몸에서 나온 영혼을… 이 세계에 있는 유현씨의 몸에 담는겁니다.
힘들다는건 알지만, 지금으로선 방법이 이것 뿐입니다.
: 《이성》 체크

기준치: | 53/26/10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1
...남자는 그 어떤 강요도 하지 않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무엇이든 존중해 주겠다고 합니다.
오늘 돌아가고 싶다면, 바로 돌려보내 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의식을 진행할경우 모든 살인은 미노의 몫이며,
자신은 미노를 돕는 역할일 뿐이니 직접 살인하지 않겠다 이야기 합니다.
의사: ...당장은 힘들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내일 밤 9시에 유현씨의 집으로 찾아갈게요.
부디, 그때까지만 결정해주세요.

의사: 아마 내일 밤 9시쯤이면 의식 준비가 끝날겁니다.
혹시 의식을 진행할 생각이라면… 그쯤 살해해주세요.
너무 일찍 죽이면 시신이 깨끗하지 못할테니까요.

이야기를 마친 남자는 미노의 손에 투명한 액체가 담긴 유리병을 건네줍니다.
무색무취의, 마치 물과도 같은 액체.
이것을 물에 타 마시게하면 신체손상없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입니다.
의식까지 남은것은 단 하루, 당신은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 건가요?
남자는 그 하루동안 이 세계의 현과 지내면서 쓰라며 5만원 짜리 지폐도 함께 쥐어줍니다.
이것을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전부 미노의 선택입니다.
의사: 그럼, 저는 먼저 돌아가보겠습니다.
내일 뵐게요.
그 말을 끝으로 남자는 골목을 벗어나 자취를 감춥니다.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미노는 카페로 되돌아갑니다.
잔은 아직 반도 비우지 못했는데, 자리에는 현이 없습니다.
먼저 집으로 돌아간걸까요?

미노도 달리 아는 곳이 없으니,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미노는 결국 현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남자는 현에게는 돌아갈 방법을 찾았다는 것 외의 다른 이야기는 말하지 말라 했습니다.
어스름한 골목을 가로질러 가면, 집에는 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 미노야...


카페로 다시 왔는데, 네가 없길래.
... 혹시 갑자기 돌아가버린줄 알고..

나..돌아갈 방법을 찾았어.

..어, 어.. 정말?


...
다..다행이다.


.. (고개를 푹 숙이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언제 가야돼?


빠르네.
.... (어색하게 고개를 돌린다.)




..그게, 무슨..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같이, 있을까..

나랑 있어도 괜찮아..?
하루 뿐인데.


나는.. 얼마든지 좋지만..
.....
...그럼, 저기.
미노야.


같이 가줄 수 있을까?


누구랑 같이.. 가본 적은 없어서.

..그럴까?



그.. 그럼, 일찍 잘까? 너도 내일 돌아가려면 피곤할테니까...


..
가.. 같이?




.. ...그럼, 같이 있어줘.


(너무 기쁜 티를 내면 안되는데. 바닥만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가 먼저 방 안으로 들어간다.)




..미노야. (어색하게 눈동자를 굴리다가 조심스럽게 마주본다.)





그, 너는 아니지만 조금 실례되는 말일수도 있는데..



..어..
(놀란듯 입술을 살짝 벌린채로 우뚝 멈춘다.)
.......
그럼, 너는?

나도 좋아해.

..다른 세계의 나는, 행복한 사람이네..


피곤할텐데 얼른 자.


잘자, 미노야.



…
…
아무런 꿈도 꾸지 않은채 미노는 일어납니다.
마음을 정했든, 아직 정하지 못했든 밤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여태 도와준 현에게 보답으로,
혹은 현을 자연스럽게 죽일 수 있도록…
오늘은 현이 원하는 것들을 함께 하는 날입니다.

...잘 잤어?

으으으..(몸을 못일으킨다..)

..미노야, 더 잘 거야?


그럼.. 조금 이따가 다시 깨워줄까?




(잠시 망설이나 싶더니 그 위에 조심스럽게 제 손을 잠시 얹다가, 곧 꾹 주먹을 쥐며 거둔다.)


...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될까... (혼잣말하듯 아주 작은 소리로 소곤소곤 중얼거린다.)


(그렇게 10분, 20분.. 계속 미노만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시간이 꽤 지난듯 느껴지자 톡톡 건드려본다.)
..미노야. 일어나.
...미노야?




..계속 잘거야? (살짝 흔들어본다.)
우리, 영화...



어..?(퍼뜩)
여, 영화..(엉금엉금 몸을 일으킨다.)
....(퀭)

...많이 피곤하면 그냥 집에서 쉴까..?

영화, 보고싶었다고..




...


(잠시 뒤, 좀 더 멀끔해진 모습으로 튀어나온다.)갈까!



갈까? (제 손끝을 꼼지락거리며 내려다보다가 어색하게 먼저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
미노와 현은 영화관에 도착합니다.
갑자기 표를 구하자니 볼만한 영화는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거 하나뿐이네.
..들어봤어?


괜찮으면 이거라도 볼까?


..그럼, 이거 보자. 티켓 사올게.

잠시 뒤, 표를 사온 현과 함께 상영관으로 향합니다.
어두운 상영관에선 현재 광고만 흘러 나오고 있고, 곳곳에 자리를 채운 관객이 보입니다.
자리에 앉을까요? 곧 영화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






..신나보이네.

꼭 다른 사람이랑 같이 와보고 싶었으니까...


...
영화 : 《노을 아래에서, 안녕을.》
남자와 여자는, 어렸을 적부터 함께였습니다.
언제부터 시작이였는지 모릅니다.
어렸을 적 기억의 끄트머리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서로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과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는걸 서로 바라보면서,
둘은 계속해서 함께였습니다.
...
누구나 그러하듯 남자와 여자에게도 사랑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 사랑이 서로를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둘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
하지만, 그 사랑을 하늘이 조금 질투한걸까요.
어느날부턴가 부쩍 여자의 몸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 어떤 병원을 찾아가도 모른다는 대답뿐이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수척해지는 여자는 잠이 들 때면 더욱 괴로워 했습니다.
남자는 그런 여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같이 마음 아파하는 것밖에.
그저 밤이 되면 여자가 편히 잠들길 바라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것밖에.
남자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
어느날, 남자는 오랜 노력 끝에 그 어떤 병이든 고칠 수 있다는 의사를 찾아갑니다.
의사는 묻습니다. 여자를 위해서 그 어떤 대가라도 치를 수 있냐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남자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하여, 남자가 치루게 된 그 대가는…
…
…
한 연인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문득 옆을 돌아보면, 현은 영화에 무척 몰입하며 집중하고 있습니다.


...? (놀라는 것도 잠시, 무슨 일이냐는듯 눈을 한번 꿈뻑인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현은 손을 놓지 않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고, 관객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한 후에야 어색하게 손을 떨굽니다.

..우리도 나갈까..?



...
함께 밖으로 나오자 솔솔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가 곱게 헝클어집니다.
지독하다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맑고 아름다운 날입니다.
지독하다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맑고 아름다운 날입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두르는 것이 좋겠죠.
주변을 둘러보면 게임장, 아이스크림 가게, 백화점, 놀이터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야기 좀 더 나누고 싶은데..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잠깐 앉았다 갈까..?
...이번엔 내가 사줄게.

도, 돈은..?




미노 너는, 뭐 좋아해..?

..현이가 좋아하는걸 좋아해.
흠흠, 그럼 바닐라 두개 사올게..

(그 현이, 날 말하는 건 아니겠지만...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스크림은 하나당 2000원입니다.
직원은 미노가 카운터에 다가가자 반갑게 맞이합니다.

직원: 네, 계산은 뭘로 하시겠어요?

직원: 현금 받았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세요. 바로 준비해드릴게요.
짧은 시간이 지나고,
다시 카운터로 돌아온 직원은 콘 위에 바닐라맛이 얹힌 아이스크림 두개를 건네옵니다.


잘 먹을게.. (하나를 조심스럽게 받아든다.)


... 맛있다.



..맛있네..

아이스크림은 무척 맛이 좋고 시원해서,
잠시 복잡한 생각을 잊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 이성 수치 회복 1








..직접 들어와보는건 처음이라서.


..미안. 내가 아까부터 너무 주책떠는 거 같네..

저..집에서 혼자 살아?



없어.
어렸을 때, 사고가 있어서..


아냐, 아니야.
괜찮아, 이런건... 이제 아무렇지 않아서.

저..아까 영화 되게 열심히 보던데.





나, 내가 주인공이었으면.. (점차 시선을 떨구다가 아이스크림을 든 제 손을 내려다본다.)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뭐든 했을거야.

갑자기 이상한 질문해서 미안..

...이렇게 영화 얘기도 나누고, 좋은데..


난 그냥, 이렇게 있는 것도 좋으니까... (혼잣말을 하듯 우물거린다.)

..정말?

..응, 좋아.

..그,
내가 여기 있어서..불편하진 않았어?

어, 어.... 아니, 전혀.
난 오히려 네가 불편할까봐...

집에서 재워달라고 하고, 사달라고 하고..
같이 자자고 하더니, 갑자기 돌아간다고 하고...
....

처음엔, 조금 당황했는데...
..그래도 왠지, 하나도 불편하지 않았어.
왠지, 너랑은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아서...

..만약, 만약에...
내가..여기서 산다면..어떨것같아..?

...어?


...정말, 만약인거야...?

모르,겠어.
그러면...어떨것같아?

... 네가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
...
계속, 나랑 같이.. 있어줬으면 좋겠어...


(괜한 소리를 한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주먹을 꾹 쥐고 굳어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
미안해.
..방금 한 말은 잊어줘..




나, 나야말로 미안..




..뭐, 아, 아니..
아니야..
..그래도, 며칠동안 나랑 같이 있어줘서 고마웠는걸.

..며칠뿐이면 돼?

..더는, 내 욕심이니까...
....
..미노, 네가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잖아.
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지..



그냥, 네가.. ..


..잘 모르겠어.

나랑 많이 닮았어?

..날 모르는걸 빼면..

그럼... 그러면,
....
나도, 조금은 좋아졌어..?
조금.. 아주 조금이라도..


..고마워.






슬슬.. 갈까. 밖이 어두워졌어.





…
…
어둑해진 길을 되짚으며 현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즐거웠던 시간은 끝이나고, 다시 현실입니다.
집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다는 것을.
미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곁에 서서 당신과 함께 걷고 있는 현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골목에 내려앉은 어둠과 함께, 가슴 한켠이 무겁게 가라앉습니다.
…
…
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8시 30분.
남자가 말한 시간까지는 고작 30분정도 남았습니다.


..저,
몇시쯤 가게 되는 거야?


..얼마 안 남았네.

....


처음 왔을 때처럼..

그.. 그래도 될까. 내가..

..안아줘.


..현아,





그렇게 얘기하면... 쓸데없이, 기대하게 되는데...
..무슨 뜻이야..?


..나, 나랑.
있어주겠다는 ... 그런거야?

있어줄 수 있어?

계속... 계속 있을게..






…
째깍, 째깍.
시계는 어느덧 9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 느껴진적이 있던가요.
야속하리만큼 결정의 순간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 멀리, 문 밖으로 차 한대가 멈추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연한 수순처럼 초인종소리가 울리고,
문을 열어주면 지난번 그 남자가 서 있습니다.
... 남자는 묻습니다.
의사: ...송미노씨, 결정은 하셨나요?

의사: 어떻게 하시겠어요?

의사: 안되겠다는 말은... 포기하시겠다는 건가요?

…
미노는 현을 죽일 수 없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한 무고한 사람까지 죽이라니.
스스로에게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
미노는 이 세계의 현과 함께 하기로, 평행세계에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누구도 스스로의 손으로 죽일 수 없음에, 당신이 선택한 도피처.
남자는 미노의 선택을 존중하듯 묻습니다.
의사: … 마지막을 지켜보실건가요?

제..책임이니까..
남자는 그 대답에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다시 돌아오겠다는 짧은 인사를 현에게 남기고, 남자를 따라 길을 걷습니다.
고요한 저녁.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돌아가는 길.
숨이 막힐듯한 적막은 씁쓸한 기분을 자아냅니다.
이 길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미노는 알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내 사람, 현아.
그의 마지막 모습을 맞으러 가는 길.
오늘따라 발걸음이 무거운 것은, 기분탓이 아닐겁니다.
…
…
남자를 따라 이어지던 발걸음을 멈추면, 어느덧 한 집에 도착해 있습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무언가 타들어가는 냄새.
… ...
현은 여전히 고통스러워 보입니다.
미약한 숨은 끈질기게도 그를 붙잡아둔 채 고통의 수렁텅이에 빠트려 놓습니다.
탄내음이 진동하고, 매순간을 아픔에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생명이 타들어가는 소리. 생명이 연소되어가는 내음.
사랑하는 이의 마지막은 이렇게 고통뿐인 걸까요.
...미노는 죽음의 끝이 드리운 현에게 다가섭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탄내음이 슬플만큼 지독하게 느껴집니다.
현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작게 미노의 이름을 부릅니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이라도 한듯, 힘을 짜내어 잡아달라는듯 손을 뻗습니다.
손을 잡으면, 저주에 내부가 타들어가는 피부가 홧홧하게 느껴집니다.
이 순간에도 시간은 그의 생명을 차츰차츰 갉아먹으며 계속해서 흘러갑니다.
시간을 붙잡아 둘 수 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
서로의 손이 닿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현은 괴로운듯한 마지막 비명을 토해내며 불길에 휩싸입니다.
커다란 불길이 오르내리고, 그가 있던 자리에는 검은 재만이 흩날릴 뿐입니다.
현은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검은 재는 손으로 모아도, 힘없이 흩어져버립니다.
…
이 세계에 남기로 결정한 미노를 위해, 남자는 정부기관과 연결해주었습니다.
미노에게는 자연스럽게 사회에 녹아들을 수 있을 신분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쪽 세계의 현은, 더더욱 미노가 알던 현과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와닿습니다.
새로운 세계에서의 삶도 점차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미노가 살던 곳이, 애초에 이곳이었던 것처럼 느껴질만큼.
…
…
하지만,
종종, 이따금씩.
날리가 없는 탄내음이 미노를 괴롭혀올 때가 있습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이건.
내가 놓아버린, 소중한 사람의…
END.D 뻗은 손의 끝은
2019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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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닿게 해줘]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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