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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5
[세계를 건너 다시 너에게]
w. 유현 송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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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시 하늘이 무너집니다.
붉게 물든 하늘, 굉음, 쏟아지는 비명소리.
사람들 사이에 퍼져가는 당혹감과, 찢어진 틈새로 보이는 괴물들.
아아. 결국 또 이렇게 되는군요.
쾅. 타고 있던 버스에서 큰 폭발소리가 들립니다.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터져나가고, 곧 매캐한 연기와 함께 혈향이 끼쳐옵니다.
미노의 몸이 천천히 무너집니다.
고작 만난지 일주일 된 당신을 필사적으로 끌어안으며, 울고 있는 모습이란.
툭. 결국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자리에 가득 찬 것은 오로지 혼란과 아비규환 뿐.
그래요. 또다시 세계는 멸망했습니다.
당신은 언제나 그랬듯, 반지를 가만히 손에 쥡니다.
미노와 함께 했었던...아아. 그러니까 몇 번째 세계였었죠.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오래 흘러버린 시간은 소중한 기억마저 마모시켰습니다.
괜찮습니다.
아니, 괜찮은걸까요?
이젠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다시 건너간 세계에서, 당신은 또다시 미노를 만날 수 있으니 괜찮은 거겠죠.
다시 만난 미노에겐 무슨 인사를 할 건가요?
눈을 감고, 그렇게 집중을 하며, 다시 눈을 뜬 세계는 분명.
...
...
어라. 어째서일까요.
붉게 물들대로 물들어 구름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 하늘과, 피어오르는 먼지의 연기.
그저 무언가의 잔해만 가득 남은 이 세계는, 마치 이미 멸망이 지나간 세계같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떤 건물의 옥상인 것 같습니다.
바깥으로 보이는 정경은 이미 무너져버린 땅과 그 사이에 자라나고 있는 알 수 없는 검은색 식물들, 그리고 아직 건물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몇몇 건물들이 보입니다.
잔해 더미를 보거나, 문으로 건물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을 듯 합니다.

(잔해더미부터 살펴본다.)
[ 잔해더미 ]
석탑을 쌓은 듯한 흔적입니다.
간간히 알 수 없는 문자로 적힌 글이 보이며, 마법진처럼 생긴 그림들이 몇 그러져있습니다.
...이곳에서 무언가를 하려 했던 걸까요?

(더 살펴볼 건 없나?)

Value: | 65/32/13 |
Rolled: | 29 |
Result: | Hard |
잔해 사이에 찢어진 책의 페이지가 하나 보입니다.
"열쇠의 금지된 노래, 아아. 신이시여, 이곳에 강림하나이다. 제물은…."
라고 휘갈겨진 글이 겨우겨우 보입니다.

읽을 수 있는건 이게 다인 것 같은데... (밖으로 나가볼까..)
문 안쪽으로 들어가니,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옥상과 다르게 건물의 안쪽은 그나마 상태가 양호해보이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곳곳에 폭발이 터진 흔적이나 무너져버린 잔해는 여실히도 남아있습니다.
퀘퀘하게 풍기는 곰팡이 냄새가 지독히도 풍겨옵니다.
벽에 지도가 붙어있습니다.
아무래도 옛날에는 백화점으로 쓰였던 건물인 듯 하네요.
일반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그런 건물인 듯 하지만...
어라. 6층에서부터 8층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공간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는 고장난 듯 한데...,
건물은 차례대로 내려가며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선 내려가는 수밖에 없으니까..
(영화관으로 향하는 계단을 찾는다.)
현은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한 때 영화관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의 흔적만 남은 곳은,
이제 그 흔적조차 제대로 알아볼 수 없습니다.
재와 그을린 흔적만 가득 보입니다.
유현 [아이디어]판정

Value: | 55/27/11 |
Rolled: | 99 |
Result: | Fail |
무언가 생각날듯도 한데..기억나지 않습니다.
[관찰]판정해주세요

Value: | 65/32/13 |
Rolled: | 34 |
Result: | Success |
근처에 폭탄으로 추정되는 것과, 탄 흔적이 남은 밧줄이 몇 보입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 사용은 불가할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구석에 [영화포스터]가 한 장 붙어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영화의 포스터입니다.
두 사람이 웃으며 울고 있는...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Value: | 55/27/11 |
Rolled: | 55 |
Result: | Success |
아. 생각났습니다.
몇 번째 세계였더라...보았던 기억이 확실하게 존재합니다.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던 영화였던가요.
두 사람은 결국 같이 죽고..., 아무것도 안 남은 허무한 엔딩때문에 뇌리에 남은 적이 있었죠.

.. (매표소나 상영관도 확인 가능한가..?)
심하게 무너저 더이상 영화관에서 살펴볼만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 ? ]

비교적 양호해보이는 공간들이지만, 무너져버린 흔적은 역력하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군가가 개인생활을 이었던 공간인지, 그나마 형태가 양호한 방에는 침대와 책장, 책상등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라면 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상이라면 뭐라도 있지 않을까..)
신에 관련 된, 혹은 마법에 관련된 서적이 몇 권 있습니다.
알 수 없는 문자와 마법진이 그려진 종이가 가득합니다.
이 방의 주인은 대체 누구였을까?

(한참이나 종이를 들여다보다가 다음으로 책장을 살펴본다.)
신에 관련 된, 혹은 마법에 관련된 서적이 몇 권 있습니다.
펼쳐보아도 알 수 없는 내용입니다.

Value: | 60/30/12 |
Rolled: | 19 |
Result: | Hard |
책들 사이에 유독 이질적으로 끼워진 책이 한 권 보입니다.
「드디어 범 우주적인 그 분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아아, 아아! 신이시여!」
「그분이야말로궁극의마법을그분이야말로궁극의마법을그분이야말로궁극의마법을」
「어리석은 자들을 지배할 수 있는 정점을 내려주소서.」
「신이여. 부디 자비를...!」
광기어린 내용이 가득적힌 글은 일기장 같습니다.
그분을 부를 수 있게 되었다라니. ...누구를?

(잠시 책을 살피다 마지막으로 침대 근처를 둘러본다.)
먼지가 쌓여있고 몇년간 정리를 한 흔적이 없습니다.

(다음 방으로 가볼까..)

알 수 없는 문자, 혹은 신, 혹은 마법에 관련된 서적이 잔뜩 꽂혀져 있는 서재입니다.
이 곳에 지냈던 이들은 도대체 어떤 이들이었을까요.

관찰 혹은 자료조사 판정해주세요.

Value: | 65/32/13 |
Rolled: | 46 |
Result: | Success |
『신을 소환하는 법』과 『절대적인 존재들에 대하여』라는 책이 유독 눈에 띄입니다.

사이비들이나 볼 법한, 신을 소환하는 몇몇가지 주문이 적혀있는 책은 인쇄된 책이 아닌 누군가 자필로 써낸 책 같습니다.
낡고 낡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든 페이지가 있는가 하면, 찢겨져나간 페이지가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제물과...석탑.

옥상에서 본 것도 비슷했던 것 같은데...
('절대적인 존재들에 대하여'도 이어서 펼쳐본다.)
누군가 자필로 쓴 듯한 책은 몇몇 알 수 없는 신에 대해서 서술되어 있습니다.
특히나 페이지를 자주 본 듯 쉽게 펼쳐진 페이지에는...,
"위대한 마▒사들의 신은 ▒원을 뚫을 수 있는 능력을 ▒▒▒, 혹은 ▒계▒ 다양한 ▒물들▒을 지배하는 능▒력을 줄 수 있으며" ...
...무슨 신에 관한 내용일까요?

Value: | 65/32/13 |
Rolled: | 46 |
Result: | Success |
「허나 신께서 이루는 소원은 어긋난 형태로 비극이 될 수도 있다.」

(일단 서재 밖으로 나간다.)
알 수 없는 마법진과 돌무더기들이 한가득 들어차있네요.
근처로는 양호하게 사람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알 수 없는 저 더미들은 무엇이지?

아이디어, 혹은 관찰 판정해주세요.

Value: | 65/32/13 |
Rolled: | 69 |
Result: | Fail |
지진이라도 일어난 모양인지 상태가 아주 엉망입니다.
정리할 사람도 없어보이지만 말이에요.

Value: | 55/27/11 |
Rolled: | 79 |
Result: | Fail |
흐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주변을 한참 둘러본 탓일까, 슬슬 피로가 몰려옵니다.
일단 쉬어두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네요.
당신은 잠을 청하기로 합니다.
바로 직전에 멸망을 보고 온 탓일까, 몸은 금방 노곤해져 곧 잠에 빠져듭니다.
...
...
이미 멸망해버린 세계에서의 낮밤 구분이 의미가 있을까요.
꿈은 꾸었나요? 무슨 꿈을 꾸었나요?
수백개의 세계에서 바스라져 갔던 미노를 생각했나요?
그것을 꿈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희미하게 빛이 들어오고, 눈꺼풀을 들어올리면 여전히 낡아버린 폐허입니다.
...여전히, 멸망해있는 세계의.
오늘은 어제에 이어 건물을 마저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려가는 계단을 찾아 이동한다.)
[서점]
서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빛이 잘 들지 않은 서점엔 퀭한 향만 감돌며, 책들이 쓰러질대로 쓰러지고 어지러이 무너진 흔적만 역력합니다.

(널브러진 책을 하나 주워 들어본다.)
심하게 손상되어 읽기 어려워 보이는 책입니다. 책들의 종류가 많아, 모두 확인해 보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Value: | 60/30/12 |
Rolled: | 30 |
Result: | Hard |
책들 중 두 권의 다른 책이 눈에 띕니다.
『타로의 모든 이해』, 『너와 나의 종말』 심심하니 한 번 읽어볼까요?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입니다.
영화와는 다른 내용으로 흘렀던 것 같은데...
파국에 이르른 관계에서 한 명이, 다른 한 명을 죽이는 내용으로 이어졌던가요.
그렇게 두 사람은 관계의 끝을 맞이하고...나쁘지는 않은 엔딩입니다.

펼쳐진 페이지는 마침 한 카드에 대해 설명을 적어놓고 있습니다.
『XIII. Death, 죽음』
말 그대로 죽음을 의미하는. 끝.
최악의 상황. 헤어짐.
해골의 형상을 한 사신이 하얀 말을 타며 지나가고 있고, 그 주변으로 쓰러져 죽은 사람들이 가득한 이미지가 그려진 이 카드는 말 그대로 '죽음'을 의미한다.
극단적인 상황이기도 하며, 연애운으로 나올땐 '헤어짐'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또한 모든 것이 끝나고 '새로운 시작'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두 책 외에는 살펴볼게 없을까요?)
더이상 살펴볼만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백화점]
한 때 화려하게 조명을 비추며 사람들이 오갔을 백화점은 이제 그 건물의 잔해더미만 가득한지 오래입니다.
슬슬 배가 고파옵니다.
그러고보니, 이쪽 세계로 넘어오고 나선 한번도 식사를 챙기지 못했네요.
어떡하지. 이대로 쭉 굶어야 하는 걸까요.

(주변에 뭐가 없는지.. 천천히 둘러본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백화점이면 음식을 보관해놓는 상점도 있지 않을까요?
다른 음식은 상했을지 몰라도, 초콜렛이나 통조림 형태의 음식이라면 남아있을지 모릅니다.

조금 더 둘러보자, 편의점처럼 보이는 곳에 음식이 조금 남아있습니다.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형태의 인스턴트 음식들입니다.

(바로 먹어볼까..?)
먹을 수 있어 보입니다!

당신은 인스턴트 음식을 뜯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오래된 탓인지 아주 맛있는것 같진 않지만.. 아무렴 어때요.
간만에 맛보는 음식에 절로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느낌입니다.

후.. (약간의 뽀듯한 숨.)
음식을 먹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세계는, 멸망한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수백번의 세계를 넘는동안 이미 멸망해 있는 세계는 단 하나도 없었는데,
어째서 이 세계만큼은 시작부터 멸망해 있는 걸까요?
상념과 의문이 몰려드는데,
바스락.

누군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습니다.
분명, 이 곳엔 아무도 없었을 텐데?

소리가 난 곳으로 돌아보자 그곳에는 무척이나 그리운, 그립고도 또 그리운 얼굴이 있었습니다.
오래 굶었을까, 조금 상해있는 얼굴은 기억보다 나이들어 보입니다.
무척이나 놀란 눈은, 당신을 보며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허겁지겁 곁으로 달려가 꼬옥 안아준다.)

누구야?

미노야, 그.. 무슨 소리야? (안던 팔에 절로 힘이 풀린다.)


내가, 누군지 기억 안 나..?

여긴 위험해.
이런곳에 무장도 안한채 돌아다닐만한 사람은 없을텐데.. 어디서 왔어?

(날 모른다고..? 무슨 얘길 하는건지...)
널, 찾고 있었는데... (어디서 왔는지, 어떤식으로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세상이 멸망한지 벌써 3년이나 됐어. 누가 날 찾는다고 해도.. ..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남은 사람들은 모여서 대항하고 있어.
..그보다 너는 어째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인데..(눈을 가늘게 뜬다.)

저.. 미노, 너는 왜 여기 있는 거야?

그보다..널 여기 두고 가면 어떻게 될지 뻔할것 같은데..
..동행할까? 생존자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게.

..아, 아니. 같이 가줘.


그의 말에 따라, 생존자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 봤을때도 그랬지만,
아. 그래요. 확실히 이 세계는 멸망해 있습니다.
인기척은 커녕, 살아있는 생물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않습니다?
인간처럼 보이나, 고무처럼 보이는 피부와 발굽을 가진 생명체.
개 같은 얼굴에선 침이 질질 흘려내리고 있고,
아. 저걸 과연 생명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피부 사이사이로 보이는 곰팡이.



어라.
괴물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오히려 그는, 느린 걸음으로 현과 미노를 피해 다른 곳으로 떠나갑니다.


... ...반지에 유독 눈길이 가는 이유는 왜일까요.

그렇게 둘은 다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가는길에 몇 번, 각기 다른 괴물을 마주했지만 결과는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괴물들은 현에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기분탓일까요,
계속해서 같은 곳을 배회하고 있는 기분입니다.


아, 아냐!



(눈치 봄..)

(뽈뽈뽈..)

그렇게 걷기를 한참,
영원히 붉게 물들어 있을 것만 같은 하늘에 점차 어둠이 잠식하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붉은 기가 남아있는 하늘이지만, 그래도 낮이라 추정되는 시간들보단 어둡습니다.

우리, 좀 쉬었다 갈까..?(흘금)




이런곳이 여기 말고도 몇개 더 있어.

커다란 느릅나무 아래서 밤을 맞이하자니, 밤하늘에 드리운 별이 반짝이게 빛납니다.
미노는 챙겨온 모포를 당신의 몸에 덮고, 식량을 쥐여주며 이만 쉬라고 말합니다.
이제 곧, 잠들어야 할 시간이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그는 당신을 모르는 사람인 양 대하고 있지만, 정말로 모르는 걸까요.
그의 눈빛은 당신을 모르는 사람의 것이 아닙니다.
...
...적막이 공간을 잠식합니다.
달조차 빛을 비추지 않건만, 이렇게까지 환한 이유는 어째서일까요.
미노는 잠들어 있습니다.

(누구냐고 그랬는데.. 진짜일까?)
미노는 여전히 잠들어 있습니다.
...
잠든 미노를 보자..
잠들어있는 그의 손목 사이엔, 상흔이 존재합니다.

아니, 손목뿐만이 아닙니다.
옷 사이사이로 보이는 곳곳의 상처는, 수많은 싸움을 해왔다고 해도 나기 힘들어보이는 상처입니다.
...이건, 자살을 하려던 흔적입니다.
미노는 죽고 싶어했나요? 어째서?

유현 [관찰]판정해주세요.

Value: | 65/32/13 |
Rolled: | 23 |
Result: | Hard |
미노의 옷 사이로 삐져나온 편지조각이 하나 보입니다.

『 ... ...나는 네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어, 현아. 보고 싶어. 이곳에서 살고싶지 않아... .』

어. 이것은 무슨 내용일까요?
곤히 잠든 얼굴은 편안해보입니다.
간만에 편히 잠든 모습 같은데-...
편지에 적힌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당신은 미노를 깨울 수 있나요?

현은 다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제대로 잠이 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
다시 아침이 밝아왔습니다.
붉게 물든 하늘은 여전합니다.
갈라진 땅으로는 검은색 식물이 꿈틀거리기도 하지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합니다.
공기중에 먼지냄새가 섞여 바람이 불어옵니다.
휘이잉
폐허에 어울릴법한 바람이 불어오고, 먼지가 피어오르고-...
해가 보이지도 않는데 하늘은 왜 저렇게 붉을까요.

다시 이동하자..


난 널 데려다주고 또 떠나야하니까..


지나가는 괴물들도 여전합니다.
모든게, 그대로입니다.
괴물들은 언제나 그랬듯 현에게 일정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습니다.
걸음을 옮기고 옮기고, 또 옮기지만 왜일까.
꼭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미노의 표정에는 심란함이 깃들어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하고, 중간중간 쉬어갔을까.





(표정이 다소 누그러진다.)..정말 금방 다녀올게.

....
..알았어. 기다릴게. (기가 죽은듯 약간 시무룩한 얼굴이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여전히 붉은 색.
먼지가 피어오르고, 삶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 공간.
당신이 넘어왔던 세계들도 결국 이런 모습이 되었을까요.
이미 지나온 세계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오로지 미노를 만나기 위해 몇 번이고 밟아온 세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글쎄. 알아야 할까요.
한참 상념에 빠져 있자니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옵니다.

또 괴물일까, 신경을 끄려 하는데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모포를 뒤집어 쓰고, 쪼글쪼글한 형태의, 살아있는 사람.

노인입니다.
미쳐버린 노인은 당신을 붙잡은 채 외칩니다.
“ 너 때문에 세계가 멸망했어! ”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무슨 소리를 외치는 걸까요.
알 수 없습니다.

그는 그저, 풀린 동공으로 외칠 뿐입니다.
“ 너 때문에, 세계가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멸망했어. 네가, 네가 살아있어서. 너를 살리기 위해서! ”
노인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갈라지는 그의 목소리에 머리를 울립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는, 미쳐버린것만 같습니다.
아니, 이미 미쳐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멸망한 세계에서, 멀쩡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 그래, 네가. 너만이, 이 멸망을 부른 너만이 더 이상의 멸망을 막을 수 있어. ”
밀어낸 후에도 한참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던 노인은 곧 어디선가 달려온 미노에 의해 저지됩니다.
...살아남은 생존자였을까요.
미노에게 저지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습니다

미노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이제 그만 가자고.
그 순간, 노인은 무언가를 중얼거립니다.
[듣기]판정해주세요.

Value: | 20/10/4 |
Rolled: | 58 |
Result: | Fail |
Value: | 80/40/16 |
Rolled: | 60 |
Result: | Success |
“ 죽음을 기억해. 끝은 새로운 시작이니까…. ”
두 사람은 다시 이동을 시작합니다.
멸망해버린 세계에서, 마치 단 둘만 남은 것처럼.



.. 아까 그 사람.. 내가 누군지 알고 말하는 것 같았어..



..신경쓰지 말고 어서 가자.
...(심란한 얼굴로 다시 걷기 시작한다.)

또다시 밤이 되었습니다.
붉게 깔린 하늘 위에 남색의 물감이 어우러진듯한 정경.
그 위에 흩뿌려진 별은 끝없이 아름답습니다.

미노는 당신의 손에 식량을 쥐여주고, 모포를 둘러줍니다.
얼마전에 처음 만난 사람 치고는 지나치게 친절한 모습입니다.
아, 아니.
그 눈빛은 단순히 친절하다 할 것이 아닙니다.
무언가 애틋한 것을 보는 듯한-...
...미노는 정말로 죽을 생각인걸까요?
어째서?
정말로 당신을 안다면 왜 모른척 하고 있는 걸까요?
미노는 곧 몸을 뉘이고 잠을 청합니다.
지난번에 보았던 편지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지난밤에 봤던 편지가 아직 남아있을까...?)
[관찰]판정해주세요.

Value: | 65/32/13 |
Rolled: | 60 |
Result: | Success |
미노가 들고다니는 가방 안쪽으로 무언가 종이더미가 있습니다. 읽어볼까요?

「 이 기록은 감히 너를 위해 세계를 바쳐버린 나의 죄의 고해. 」
「 나는 네가 없는 세상에서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현아. 너는 그곳에서 잘 살고 있을까? 분명 이 세계는 종말이 고해진다고 했는데, 나는 아직 살아있어. 네가 없는 세계에서, 여전히. 보고싶어. 」
「 ...잘한 선택이었을까. 너를 살릴 수 있다고 해도, 그런 선택을 한 이유는. 신은 왜 그런 조건을 내걸었을까. 」
「 네가 보고 싶어. 분명 우리의 관계는 끝나야 하는데, 그래도 나는 네가 보고 싶어. 」
「 네가 없는 세계에서 내가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현아. 그럼에도 나는 감히 세계에 종말을 가져온 대가로 이렇게 살아있어. 그곳에서 네가 어떻게 사는지 알 수 만 있더라도, 그저 그 소식 하나만이라도 알고 싶은데... 」
「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찢어진 틈새로 괴물들이 범람하는데도 사람들은 살아있고 나는 살아있어. 네가 없는데, 너와의 모든 관계가 끝났을텐데도, 나는. 아직... 」
「 보고 싶어, 사랑해. 보고 싶어. ...사랑해, 현아. 」
「 나는 너를 살리기 위해 이 세계를 바쳤지. 이 비명들은 전부 나의 죄, 그러니까... 」
「 나는 왜 살아있을까. 」
「 나는 왜 살아있을까. 」
「 네가 없는데 왜 아직 내가 살아있는 걸까. 」
「 죽기 위해 그곳으로 갔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신, 제물, 죽음, 소원. 왜 그런 비극이 우리에게 일어나야만 했을까. 」
「 ...신은 내 소원을 제대로 이루어주었을까? 너는 그곳에서 웃고있겠지. ...제발 그래줘. 」
「 너랑 다시 만나는 상상을 해봤어. 하지만, 네가 살기 위해서는 우리는 남이 되어야 해. 그런 조건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이건 부질없는 상상이겠지. 」
「 죽기 위해 다시 그곳으로 갔지만, 나는 오늘도 죽지 못했어. 이제 살아남은 인간은 7%도 안 되나봐. 」
「 ...죽더라도 차라리 네 손에 죽고싶은데. 」
「 보고싶어. 」
읽을 수 있는 글은 이게 다인 듯 합니다.
... ...이게 정말일까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요?
옆에는 미노가 여전히 곤히 자고 있습니다.
깨워서 물어볼까요?

...
(손끝으로 미노의 옷자락을 살짝 잡아본다.)
(깨울지, 말지... 한참을 고민하다 작게 이름을 부른다.) ...미노야..




..가방에 있던 편지, 멋대로 봐서..

..어?


아으..
이내 미노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굵은 눈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여태까지 참고 눌러왔던 그런 울음입니다.


..나, 기억 하는거지..?



보고싶었어..미안.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내일 다 이야기 해줄게.

(토닥토닥, 등을 약하게 두드린다.)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옅은 웃어보이며 몸을 일으킨다.)
..잘자.


(그대로 옆에 털썩 누워버린다.)

잘자. 미노야. (천천히 팔을 둘러 껴안고, 눈을 감는다.)

...
...
날이 밝아왔습니다.
하늘은 여전히 붉습니다.
일어나보니 품 안은 텅 비어 있습니다.
모든것을 설명해준다던 미노는 보이지 않습니다.

....?
대신 그 자리에 놓여진 것은 쪽지 하나.
「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건물의 옥상으로 와줘. 」
가볼까요?

도착한 장소는, 처음 눈을 떴던 건물의 옥상입니다.
무너진 석탑의 잔해가 있는, 그리고 그 끝에서 미노는 당신을 보며 웃고 있습니다.
울면서, 웃고 있습니다.




..그..
왜, 여기에 혼자 온 거야..?

궁금했을거..지금 다 설명해줄게.
우리는..원래 여기 데이트 하러 왔었어.
이 건물에.
그런데 사교도들에 의해서 건물에 테러가 발생했고..여기 갇혀버렸어.
그들은 신을 부르려 했는데, 그 때 제물로 지목된게 너였어, 현아.

....

그렇게 소환된 신은 내게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어.
나는 너를 살려달라고 빌었는데, 신이 내게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어.
첫번째는.. 이 세계의 종말.
그리고 두번째는..너와 내 관계의 종말.
그래도..그래도 나는 네가 어디선가 행복하게 살거라고 믿고 거래에 응했고..

유현 [아이디어]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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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d: | 78 |
Result: | Fail |
머리가 아픕니다.
미노가 한 말들이 모두 사실일까.
...그렇다면 왜 당신이 넘어왔던 세계들은 멸망해왔나요?


..그래서 모른척 한 거야?

(천천히 다가서더니 손에 권총 한자루를 쥐여준다.)


모든 죄는 나의 것. 나를 죽이는 이는, 내 모든 끝은 너였으면 좋겠어.
미노는 웃으며 당신에게 그렇게 말합니다.
자신을 죽여달라고.
이걸로 당신은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요?

어떻게 죽여, 미노야...
너랑 만나려고...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이렇게 넘어 왔는데..
내가 어떻게..
(총을 가만히 쥐고 있다가 숨을 짧게 내쉬며)
미노, 너가 날 살려줬으니까.. 이번엔 내가 살리고 싶어. (떨리는 손으로, 제 관자놀이에 총을 가져간다.)
죽일 수 있을까요. 죽일 수 있나요?
아니요, 당신은 미노를 죽일 수 없습니다.
어떻게 죽일 수 있겠습니까.
미노를 위해 몇 개의 세계를 멸망시켰는데.
미노는 당신을 위해 세계를 희생시켰고, 당신은 그런 미노를 만나기 위해 몇 개의 세계를 밟아가며 넘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감히 미노를 죽일 수 있겠습니까.
총구는 결국 당신 스스로에게 향했습니다.
미노가 미처 말릴 새도 없이,
탕.
총성이 울려퍼지고 피가 뿜어져 나옵니다.
고통에 이성이 잠식되고, 미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현에게 달려옵니다.
그 모습은 울고 있었던가요.
흐릿한 시야에 맺히는 미노의 얼굴은 잘 알 수 없습니다.
이제 네가 죽는 모습이 아니니까, 괜찮아.
그렇게 암전됩니다.
...
...
툭.
모든 힘이 빠진 현의 몸이 축 늘어집니다.
현이 가지고 있던, 세계를 넘는 아티펙트는 이제 미노의 손에 쥐여집니다.
너는 나를 위해 몇 개의 세계를 밟아오며 넘어왔지.
그러니 이젠 내가 너를 위해 세계를 넘을 차례야.
몇 번이라도, 다시 찾아갈테니까.
나는 이미 너를 위해 세계에 종말을 고했는걸.
사랑해, 이 마지막 말만을 기억해줘.
현 로스트?
미노/생환?
이젠 내가 너를 만나러 갈 차례야.
-
End 3. 사랑해, 이 마지막 말만을 기억해줘.
[세계를 건너 다시 너에게]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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