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17
KPC. 유현
PC. 송미노
시계장치의 태엽을 감는 마을
-
-
째깍, 째깍.
오늘 아침도 잠에서 깨어난 미노의 귓가에 규칙적인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려옵니다.
오래된 누런색을 띄고 있는 집 안에서는 아주 오래된 목재의 냄새가 납니다.
...
언제부터였을까요?
이 집 안은 물론 모든 거리에서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려오고
집 안의 물건과 거리의 건물들이 누런 옛것들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어느 날 마을 중앙에 본 적 없는 시계탑이 생겨난 이후부터 모든 거리에서 초침 소리가 들리고,
마을은 누렇게 바래가기 시작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
기이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라는 듯,
분주히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간을 보낸 지도 어언 3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늘도 일상을 보내는 수밖에는 없겠지요.
자, 오늘은 뭘 하는 게 좋을까요?
: 《지능》 판정해주세요.

Value: | 50/25/10 |
Rolled: | 34 |
Result: | Success |
미노는 오늘 현과의 약속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립니다.
이런, 늦기 전에 어서 준비하고 나가야겠어요.

대체 왜 잊어버리고 있던 걸까요?
어쩐지 요즘 곧잘 깜빡깜빡하는 기분입니다.
-
미노는 적당히 준비를 끝마치고, 오래된 거리로 나가기로 합니다.
약속 장소로 향하기 위해 바깥에 나간 순간,
툭
미노의 발치에 무언가 떨어져 내립니다.

발에 닿는 것을 주워 들자, 미노는 이것이 '편지'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챕니다.

고급스러운 양피지에 말끔해 보이는 글씨체로 하나의 문장만이 적혀 있는 '편지' 입니다.
수신인도, 발신인도 적히지 않은 편지에는 오직 한 문장만이 적혀 있었습니다.
마을을 되돌려 주세요.
...?

이게 무슨 말일까요? 마을을 되돌려 달라니.
혹시 이 옛것처럼 변해가는 마을을, 원래대로 되돌려달라는 걸까요?
하지만 왜 미노에게 이런 편지가 온 걸까요? 이상하네요.
미노가 뭘 할 수 있다고요.
편지가 잘못 온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몰라요.
이 편지는 찢어져 있는걸요. 누군가 장난으로 놓고 갔을지도 모르지요.

이상한 편지를 받았지만, 미노는 현과의 약속에 늦지 않기 위해 약속장소인 '시계탑 광장'으로 향하기로 합니다.
-
미노는 시계탑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금이 가 있는 돌바닥, 언제 생겼는지 모를 거대한 시계탑.
그것을 중심으로 생겨나 있던 작은 광장.
사람들은 광장의 시계탑 앞에서 약속을 잡아 만나고는 했고,
미노와 현 역시 그랬습니다.
... 갑자기 생겨난 것일 터인데,
이상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사람들이 오늘도 광장에 모여 있습니다.
시계는 딱, 12시를 알리는 종을 울리고 있었습니다.
: 《듣기》 판정해주세요.

Value: | 70/35/14 |
Rolled: | 24 |
Result: | Hard |
미노는, 주변에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시계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째깍, 째깍, 째깍.
주변 거리의 소리에 맞추어 돌아가는 그 커다란 소리가 귓가에 가득 맴돕니다.
그 심장소리에서부터.
: 《이성》 판정해주세요.

Value: | 60/30/12 |
Rolled: | 61 |
Result: | Fail |
: 이성 수치 감소 -1
미노는, 주변에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시계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째깍, 째깍, 째깍.
주변 거리의 소리에 맞추어 돌아가는 그 커다란 소리가 귓가에 가득 맴돕니다.
그 심장소리에서부터.

...
그 때였습니다.
주변의 소리를 듣고 있던 미노에게 한 사람이 다가옵니다.
다름 아닌, 여태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현이었습니다.



어? 그그랬나..?

..오늘 좀 늦게와서, 무슨 일 있는 건가 했어.


(토닥토닥, 등을 가볍게 두드린다.)

다음부턴 일찍 나올게..!내가먼저!


혀,현이는 평소처럼 와..

으, 음...... (눈치보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둥 마는둥 움직인다.)

...
기분탓일까요?
미노는, 들려오던 시계초침 소리가
현이 다가온 후부터 더욱 선명하게 들린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현이 너 시계같은거 들고다녀..?


..으음..
째깍, 째깍.
요란한 초침소리.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 걸까요.
미노는 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여 봅니다.
: 《듣기》 판정해주세요.

Value: | 70/35/14 |
Rolled: | 48 |
Result: | Success |
미노는 이내, 자신을 안아주고 있던 현의 심장께로부터
째깍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 어째서 들려오는 건지 알 수 없는 소리. 알 수 없는 불안감.
왜 너도?
: 《이성》 판정해주세요.

Value: | 59/29/11 |
Rolled: | 18 |
Result: | Hard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시계, 차고 나올 걸 그랬나...

혀,현이 너..수술같은거 받은 적 없지..?



나 어디 아파보여..? (제 몸을 이리저리 훅훅 훑어본다.)

미안..
...(현은 이 소리가 안들리나..?)



일단, 어디라도 갈까?
모처럼.. 만났는데.

어, 어디갈까..?

데, 데이트..코스. (우물우물, 작은 소리로 웅얼거리다 고개를 떨군다.)

뭐, 뭐든 괜찮을 것 같아..나는..
(긁적..)

그럼 영화.. 볼래? 같이 고르고 싶어서, 아직 예매는 못했지만.

영화..언제든지 같이 봐도 좋지..





(손을 꼭 마주잡으면서) 갈까?

-
누런 외벽, 90년대쯤 볼 법한 흑백의 영화 포스터들이 한 가득 걸려 있는 영화관으로 왔습니다.
꼭 옛날, 처음 세워진 영화관에 온 기분이네요.
째깍, 째깍.
... 여전히 귓가에 들리는 초침소리는 멈추지 않습니다.






..일단, 들어가볼까? 자리가 많이 있어야 될 텐데.

입구를 지나 영화관 내부로 들어옵니다.
한쪽 벽면에 놓인 현대식 기기들이 누런색으로 물들어 있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당일 상영 중인 영화들의 [ 포스터와 전단지 ]들이 걸려 있고,
사람들은 [ 매표소 ]에서 줄서 영화를 끊고 있었고,
[ 매점 ]에서 먹거리를 사 계단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음...먼저 영화를 골라야겠지..?


현재 상영중인 영화 네개의 포스터들이 걸려 있습니다.
누렇게 물들어버린 흑백의 포스터, 그 아래 놓여진 낡은 전단지들...
현은 곧장 전단지를 들어 하나씩 미노와 살펴보기 시작합니다.
...
...?
: 《정신력》 판정해주세요.

Value: | 60/30/12 |
Rolled: | 35 |
Result: | Success |
왜 이 전단지만 글씨가 마구 깨져 있는 걸까요?
이런 저런 것들을 생각해보려는 순간,
머리를 강하게 내려치는 듯한 심한 통증이 느껴지며 미노의 귓가에 태엽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눈앞에 어지러운 시곗바늘이 수도 없이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
통증이 사라지는 순간, 눈앞에 새하얀 풍경이 펼쳐집니다.
째깍. 귓가에 거슬리던 그 시끄러운 소리들이 사라진 어느 작은 광장의 풍경이었습니다.
미노는 이곳이, '시계탑 광장'이라는 것을 떠올립니다.

어째서일까요?
'시계탑 광장'이라는 것은 확실한데, 어째선지 그 커다란 시계탑이 보이지 않습니다.
중앙의 시계탑 대신 커다란 분수 하나만이 끊임없이 물을 뿜어내고, 사람들은 바쁘게 광장을 오갑니다.
미노는 그곳에 서 있었고,
...
...
혼자였습니다.
분명 옆에 현이 서 있었는데, 어째서인지 미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지러운 시계 소리 대신 혼잡한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미노의 귓가에 한 가득 맴돌 때쯤ㅡ,
다시, 귓가에서는 태엽이 감겼습니다.
...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전단지와 포스터. 그 어디에도 네 번째 영화는 없었습니다.





나 두고 어디 가버리면 안 돼. ..알겠지..?(제가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우물거리며 말을 내벹는다.)

(곧 알았다는듯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 내가 어딜 가겠어.

음..그러니까, 영화..고르고 있었지..

..어떤거 볼까? 셋 다 괜찮아 보이는데.

(곰곰..)'내일에게 보내는 인사' 한번 볼까..?

..표, 끊어올테니까 잠깐 기다릴래?




미노와 현은 나뉘어 매표소, 그리고 매점으로 향합니다.
오래된 영화관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현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표 두장을 끊어 미노의 곁으로 다가옵니다.



2층 A관이래. (표를 조심스럽게 흔들거린다.)




그거랑.. 콜라 두개 하면 되겠지?


여, 여기 내가..! (끙끙, 지갑에서 잘 빠지지 않는 카드를 열심히 뽑아든다.)

(불쑥, 카드를 꺼내 계산대로 내민다.)


직원: 카드 받았습니다.

직원: 이걸로 결제해드리면 될까요?



직원: (카드를 미노에게 건네주고, 곧 커다란 팝콘 하나와 콜라 두개를 올려둔다.)


넌 표 끊어 왔잖아!

그, 그럼, 나중에 또 오면. 내가 그땐 꼭 사줄게.
여기, (일단 앞에 나온 팝콘을 집어 미노의 품에 안겨준다.)

..너무 시무룩하진 말고, ..응?(애써 부비적거리며 애교부려봄..)

응, 전혀. 전혀, 안 시무룩해. (도리도리)
(부비적거리는게 좋은지, 자꾸만 힐끔힐끔 얼굴로 시선이 간다.)

(열심)

..이, 일단 올라갈까..?

미노와 현은 함께 2층으로 향합니다.
녹이 슬어있는 엘리베이터는 사용이 힘들어 보였고. 둘은 자연스럽게 계단을 이용하여 천천히, 걸음을 내딛습니다.
표를 확인한 뒤, 미노와 현은 상영관 내부로 들어옵니다.
상영관의 안쪽은 무척이나 어둡고 고요합니다.
구식의 [ 영사기 ]와 색이 누렇게 바랜 [ 스크린 ], 주욱 늘어선 [ 좌석 ]이 보입니다.

19세기나 20세기에서나 볼 법한 구식 영사기가 영화관 한 켠에 놓여 있습니다.
: 《관찰》 판정해주세요.

Value: | 85/42/17 |
Rolled: | 97 |
Result: | Fail |
영사기를 살펴보려 했지만,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좀처럼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거슬리는 째깍 소리에 더해 들려오는 알 수 없는 톡, 톡 소리.
영화는 제대로 볼 수나 있을까요.


아, 여기다. (좌석 두개를 가리킨다.)
(먼저 앉으라는듯, 의자 하나를 내려둔채 미노를 바라본다.)


재밌으면 좋을 텐데..


..나, 나도. 같이 보니까... (고개를 숙이고 작게 속삭인다.)


드르륵 -
시끄러운 초침 소리 사이로 낡은 영사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빛바랜 스크린에 영상이 투영되기 시작하고, 스크린 위로 누런 색의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아주 오래 전에 방영되었을 법한 흑백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듭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끊임없는 소리들이 거슬리긴 하지만, 웅장한 영화의 소리들에 서서히 묻혀갑니다.
...
[내일에게 보내는 인사]
멈춰버린 세계에서, 주인공은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 못 했던 일들, 더 이상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
그 모든 일들을 하던 주인공은 문득 외로워지기 시작합니다.
아무도 없는 세계, 오직 홀로 행복할 뿐인 세계, 모든 사람들은 멈춰 마치 죽은 것만 같았습니다.
결국 주인공은ㅡ
...
영화를 절반 정도 보고 있었을 때 쯤,
갑자기 스크린에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맞물리며 돌아가는 영상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일부인 걸까요?
그런 기이함을 느끼는 순간ㅡ
갑작스레, 모든 소리가 사라집니다.
오직 초침소리만이 선명하게 귓가에 울리기 시작하더니
영화 스크린과 앞쪽의 벽면이 꼭 유리처럼 산산 조각나서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고,
그 뒤에 있던 거대한 톱니바퀴들이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규칙적으로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그 거대하고 웅장한 소리, 귓가에 울리는 선명한 초침 소리.
쿵, 쿵.
스크린과 벽이 모두 무너져 내리자 그 너머에서 돌아가는 거대한 시계장치만이 미노의 눈에 들어왔고,
극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습니다.
고요해진 극장 안, 규칙적인 시계바늘 소리가 귓가에 커다랗게 울리기만 합니다.
: 《이성》 판정해주세요.

Value: | 59/29/11 |
Rolled: | 17 |
Result: | Hard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이 공간에서 살아 움직이는 건, 오직 현과 미노뿐이었습니다.


(와중에도 현이 움직이는구나,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잡은 손에 꾹, 힘을 준다.)

이거, 꿈 꾸는 거 아니지..? (당황한듯 주위를 빠르게 살핀다.)



당황한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미노는 멈춰버린 상영관 안을 둘러봅니다.
: 《관찰》 판정해주세요.

Value: | 85/42/17 |
Rolled: | 16 |
Result: | Extreme |
벽이 무너져 내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기계장치 사이에,
이상한 유리 파편 같은 것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무언가를 비추고 있는 것 같긴 했지만,
단순한 거울 비슷한 것이라기에는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주변의 모습을 반사하고 있는 게 아니라, 꼭 그림처럼 무언가 새겨져 있었다는 점이었지요.

혀, 현아..?
현을 살피는 미노의 눈에 이상한 광경이 들어옵니다.
바로 곁에 있는 현의 모습이, 꼭 산산 조각난 유리 조각처럼 어긋난 채로 보이고 있는 것.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미노의 속은 불안하게 뒤틀립니다.
: 《이성》 판정해주세요.

Value: | 59/29/11 |
Rolled: | 28 |
Result: | Hard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이, 이게, 무슨.....
미노야?

괜찮아..?




...
무언가를 할 새도 없이, 주변은 점점 다시 원래의 빛바랜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조각조각 어긋나 있었던 현의 모습도, 서서히 맞춰져갑니다.
... 그렇지만 주위은 여전히, 멈춘 상태에 불과했습니다.

...그만, 다른 곳으로 갈까?

그저 기분 나쁜 꿈을 잠깐 보았을 뿐인 겁니다.
피곤한 걸까요? ...
-
상영관을 나와서 보인 것은ㅡ,
아주, 아주 느리게 흘러가는 영화관 내부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꼭 시간을 0.5배속으로 돌려놓은 것만 같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사람들, 길게 늘어지는 목소리가 시계 초침 소리에 섞여옵니다.


이상합니다. 분명히 이상하지만, 그저 그 뿐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영화관에서 빠져나옵니다.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여전히 바빠 보였고, 초침 소리는 여전합니다.

근처... 아, 음. (눈치를 보다가)
근처에 공원이랑... 전시회 열린다고 들어서, 찾아왔는데.
어디라도 가볼까..?


피곤하면, 억지로 돌아다닐 필욘 없지만.. (손가락을 꼼질이며 고개를 떨군다.)

..전시회 가 볼까..? 뭔가 구경이라도 하자.

..사실, 티켓 구해놨었는데. 잘됐다..
(그나마 조금 기분이 좋아진듯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
시계탑 광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미술관입니다.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림이나 조각상을 여럿 전시중이라네요.
중세풍의 새하얀 기둥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입구를 통해 지나가면 곧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던 미술관 외벽은 금이 가 있거나
조각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개져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들은 마치 고대의 신전처럼 보였습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초침 소리 새로 미술관 내부에 잔잔하게 깔려 있는 클래식 음악이 섞여 들어옵니다.
적잖은 수의 사람들이 미술관 내부를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A관, B관으로 나뉜 것 같은데...
안내데스크부터 가볼까...? 나도 여기 직접 온 건 처음이라서.

안내데스크에는 시설을 안내하고 분실물을 찾아주는 직원 몇 명이 대기 중이었고,
데스크 위에는 팜플렛이 놓여 있습니다.

오늘의 전시회를 소개하고 안내하기 위해 적힌 팜플렛입니다.
오래된 것 마냥 색이 바래 알록달록한 색으로 인쇄되어 있었던 것 같지만
원래의 색을 알아볼 수 없이 칙칙해져버렸습니다.

나중에 또 오면, 그때는 다른 것도 볼 수 있겠다..


일단은, 음.. A관부터 가볼까?


각종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는 A관입니다.
비교적 부피가 큰, 조각상들이나 설치미술이 전시되어 있는 모양이네요.
... 석고로 되어 있는 조각상들은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은 한 눈에 보아도 오래되었다는 티가 날 뿐이었습니다.
눈에 띄는 작품들로는 [사랑의 구체화], [Melting Love]가 있습니다.

A관으로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작은 전시품으로, 유리 케이스 안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물은 하트 모양의 보석입니다.
섬세하게 세공되어 있는 붉은색 보석은 그 안에서 피가 흐르는 것만 같은 착각을 주기도 합니다.




..다른것도 볼까...?
(Melting love로 시선을 돌린다.)
A관 가장 중앙에 전시되어 있는 커다란 석고 조각상입니다.
뜨겁게 녹아내리는 하트ㅡ,
정확히는 하트처럼 보이는 심장을 조각해낸 작품이네요.
녹아내리는 재질이 지독할 정도로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습니다.


미노,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 그건, 나도 그래..
.. (불그스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다.)


그래도, 흔적없이 사라지는건 슬프니까..
..너는?


..다른곳도 가볼까?



각종 미술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B관입니다.
A관과는 다르게 대부분 그림의 형태로, 액자에 걸려 벽면에 늘어서 있습니다.
액자는 고풍스러운 나무 액자들이었고,
액자 안에 든 그림들은 대부분 물감이 바래 있었습니다.
오래된 물감 냄새가 납니다.
눈에 띄는 작품들로는 [두 사람], [비탄], [영원의 연인]이 있습니다.


[두 사람]
B관에서 가장 긴 그림으로,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을 시작으로, 청소년, 어른, 중년, 노년이 되어
함께 늙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그림이네요. 사랑하는 사람과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면.
...

.. (그림과 미노를 흘끔 번갈아본다.)




(쑥스러운듯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지만 크게 티가 나지는 않는다.)

[비탄]
'두 사람'의 맞은편에 붙어 있는 그림으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이 한 사람을 끌어안은 채로 비탄에 잠겨 있는 모습의 그림입니다.
사랑하는 이가 죽은 모습을 그려낸 걸까요.
그림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





..다른것도 살펴볼까?(어쩐지 오래 보고 있기 어려웠다.)


[영원의 연인]
B관의 가장 끝에 그려진 그림입니다.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두 연인의 뒤로,
멈춰 있는 시계와 톱니바퀴 장치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작품 설명에는,
멈춰버린 시▒▒치 앞에서 영원을 맹세하는▒▒▒▒▒▒▒▒▒▒▒▒▒▒▒▒▒▒▒▒▒▒▒▒▒▒▒▒
째깍.
: 《정신력》 판정해주세요.

Value: | 60/30/12 |
Rolled: | 70 |
Result: | Fail |
... 순간, 머리를 강하게 내려치는 듯한 강한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머지않아 두통은 사라지고, 동시에 새하얀 광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얘진 시야를 비집고 들어오는 모습은,
... 품에 안겨 있는 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합니다.
품에 안겨 있는 현은 눈을 내리감은 채로 피부는 창백해 생기가 없었고,
큰 상처를 입은 것처럼 몸 여기저기 성한 부분이 없어보였습니다.
그리고 미노는...
... 꼭 [비탄]의 그림처럼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습니다.
현을 끌어안은 팔에서 검은 정장 소매가 보였습니다.
싸한 향냄새가 납니다.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
...
... 또다시 머리를 깨트릴 정도로 강한 두통이 느껴져 눈을 찌푸리자,
흐려진 시야가 서서히 바뀌어가는 게 느껴집니다.
벽에 걸려 있던 작품인 '영원의 연인'은,
‘반복하는 사랑'이라는 다른 작품으로 바뀌어 있을 뿐입니다. ...
: 《이성》 판정해주세요.

Value: | 59/29/11 |
Rolled: | 84 |
Result: | Fail |
: 이성 수치 감소 -1
... 또다시 머리를 깨트릴 정도로 강한 두통이 느껴져 눈을 찌푸리자,
흐려진 시야가 서서히 바뀌어가는 게 느껴집니다.
벽에 걸려 있던 작품인 '영원의 연인'은,
‘반복하는 사랑'이라는 다른 작품으로 바뀌어 있을 뿐입니다. ...
[반복하는 사랑]
세상의 끝에서 다음 생을 기약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 그려져 있습니다.
사랑은 몇 번이고 반복되는 거야.
생이 끝나더라도...
...


미노야?


...무슨 일 있어?


피곤하면 슬슬 돌아갈래..?
(걱정스러운 얼굴로 천천히 상태를 살펴본다.)


...
현과의 데이트를 마쳐갈 쯤에는,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습니다.
누렇게 바래버린 거리에 드리워지는 노을빛.
시간이 늦기 전에 돌아가는 편이 좋겠지요.
오늘 하루 종일 이상한 일들 투성이었던 것 같지만,
어째서인지 깊게 신경 써서는 안 될 것만 같았습니다.
강한 피로감이 몰려오고, 그저 쉬고 싶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해옵니다.
해가 저물어가며 거리도 함께 저물어가는 것만 같은 풍경이 눈에 선하게 들어옵니다.
... 이제 돌아갈까요?

...
현과 작별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해는 어느새 저물어 있고 검은 밤하늘만이 드리워졌습니다.
거리의 풍경만큼이나 건조한 공기가 볼을 스쳐 지나갑니다.
: 《관찰》 판정해주세요.

Value: | 85/42/17 |
Rolled: | 21 |
Result: | Hard |
하늘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들이 수놓아져 있습니다.
요즈음 시대에서 이런 하늘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인데 말이에요.
...
... 한가득 수놓아진 별들은 크고 화려한 별 하나를 중심으로
어지럽게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 《과학(천문학)》 또는 《교육》판정해주세요.

Value: | 60/30/12 |
Rolled: | 37 |
Result: | Success |
그 어지럽게 돌아가는 수많은 빛의 향연, 알 수 없는 기현상일 뿐이었습니다.
정체모를 광경을 본 미노는 순간 속이 뒤틀린 기분을 느낍니다.
: 《이성》판정해주세요.

Value: | 58/29/11 |
Rolled: | 95 |
Result: | Fail |
: 이성 수치 감소 -1
그 어지럽게 돌아가는 수많은 빛의 향연, 알 수 없는 기현상일 뿐이었습니다.
정체모를 광경을 본 미노는 순간 속이 뒤틀린 기분을 느낍니다.
-
고단한 하루를 마친 미노는, 급격하게 몰려오는 피곤함을 느끼며 침대에 눕습니다.
오늘은 부디 깊은 잠에 빠질 수 있기를.
...
미노가 잠에 들기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귓가에서부터 잠을 깨울 정도로 소란스러운 시계 초침 소리가 들려옵니다.

잠들 때도 이 시끄러운 초침 소리 탓에 힘겹게 잠에 들었는데,
이제는 미노의 기나긴 잠마저도 방해하는 걸까요?

...눈을 떠 주변을 둘러보자,
...
...?
그곳은 미노가 잠들었던 집이나 침대 위가 아닌 전혀 본적 없는 새하얀 공간입니다.
사방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 시계 ]가 돌아가고 있고,
그 시계들의 뒷편에서는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장치들이 어지럽게 돌고 있었습니다. ...
: 《이성》 판정해주세요.

Value: | 57/28/11 |
Rolled: | 66 |
Result: | Fail |
: 이성 수치 감소 -1
그곳은 미노가 잠들었던 집이나 침대 위가 아닌 전혀 본적 없는 새하얀 공간입니다.
사방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 시계 ]가 돌아가고 있고,
그 시계들의 뒷편에서는 톱니바퀴로 이루어진 장치들이 어지럽게 돌고 있었습니다. ...

규칙적인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는 수많은 시계입니다.
저 각기 가리키고 있는 시간은 달랐고,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었고,
...
: 《관찰》 판정해주세요.

Value: | 85/42/17 |
Rolled: | 44 |
Result: | Success |
미노는 이내, 이 시계들이 보통의 시계처럼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한 시에서 두 시가 아니라 한 시에서 열 두시로, 열 한시로, 열시로...
... 그래요, 이 시계들은 모두 거꾸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혼란스러운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 때,
문득, 시계들은 꼭 길을 따라 세워진 것처럼 죽 늘어서 있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어떻게 할까요?

시계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천천히 걸음을 내딛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요?
미노는 곧, 그 끝에 서 있는 거대한 시계장치를 보게 됩니다.
시계 소리에 섞여 목소리가 들려오지만, 여러 소리들이 섞여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 《듣기》 판정해주세요.

Value: | 70/35/14 |
Rolled: | 26 |
Result: | Hard |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시간을 되돌릴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보아하니 바라는 게 있어 보이는데."
"저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 간절함입니다. ... ..."
"그래요, 바로 이것이 시간을 되돌릴 시계 장치의ㅡ... ..."
...
그렇게 소리에 집중하고 있을 때,
쿵
머리에 울리는 강한 충격을 느끼며 미노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
잠기운을 갈무리 할 새도 없이, 요란스러운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사방에서 우르릉ㅡ 거리는 소리와 째깍거리는 소리,
온갖 금속 재질이 맞물리며 돌아가는 소리나 부딪히고 으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곧장 일어나서 주변을 살펴보니,
...
집이,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아니, 집뿐만이 아닌가요?
우그러진 창문 너머로 무너져가는 거리가 보였습니다.

흙바닥이 되어 버린 지 오래인 시멘트 도로는 쩍쩍 말라 갈라져 그 아래가 드러나고 있었고,
집 주변에 세워진 집이나 건물들은 조각 조각나 바닥으로 쏟아져 내려 그 안에 있던 이상한 기계장치들이 드러난 채였습니다.
온 사방에서 들리던 초침 소리가 죽어가는 것처럼 느리게 들려오기도 하다가,
다시 빠르게 흐르기도 하다가.
...
...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 《이성》 판정해주세요.

Value: | 56/28/11 |
Rolled: | 28 |
Result: | Hard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그때였을까요.
다시 한 번 커다란 진동이 울립니다.
: 《민첩》 판정해주세요.

Value: | 40/20/8 |
Rolled: | 66 |
Result: | Fail |
천장의 커다란 조각이 미노가 서 있던 자리로 떨어져 내렸습니다.
급하게 몸을 피하긴 했지만, 파편에 스친 건지 몸이 아려옵니다.
: HP-1

우르릉ㅡ, 커다란 진동소리가 또 한 번 울립니다.
미노가 서있는 이 집도, 금세 무너져 내릴 것 같습니다.

미노가 집에서 빠져나오자,
곧장 집의 겉면이 조각조각 무너져 내리고 그 중심부가 가라앉습니다.
망가진 시계가 틱, 틱 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요. 세상이 멸망하고 있는 걸까요?
그런데.. 어째서 이토록 조용한 건지.

(불안하다..)
이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급한 대로 머리를 굴려보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보거나, 주변을 다시 살펴보는 것 정도가 떠오릅니다.
물론, 어딘가에 있을지 모를 현을 어서 빨리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뚜- 뚜-
신호음이 계속 가고 있지만, 어째선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어떻게..어디로...
...그 순간, 아직 무너지지 않은 거리 새로 어렴풋 익숙한 형체가 지나갑니다.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미노는 그것이 곧 현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미노는 급히 현의 형체를 따라 걸음을 옮깁니다.
...
모든 것이 무너져내려갑니다.
빛이 바래버린 거리에 초침 소리만이 공허하게 맴돕니다.
아직 무너지지 않은 거리의 건물들이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어제 현과 함께 돌아다녔던 곳도, 대부분 무너져 있었습니다.
-
현의 형체를 따라서 도착한 곳은 도서관이었습니다.
분명 빠르게 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현의 모습은 보이질 않네요.

...(도서관에 들어가본다.)
무너지지 않은 채 낡아보이는 외형을 유지하고 있는 커다란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을 드나들던 사람들도 모두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습니다.
입구는 열려 있습니다.
: 《관찰》 판정해주세요.

Value: | 85/42/17 |
Rolled: | 88 |
Result: | Fail |
사람이 드나들지 않은지 조금 된 듯한 모습입니다.
다른 곳 보다, 더 빠르게 멈춰버리기라도 한 걸까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
안으로 더 들어가볼까요?

안쪽으로 들어서니, 수도 없이 많은 책장과 오래되어 낡아버린 종이 냄새가 풍겨옵니다.
꼭 고서들을 전시해둔 박물관에 온 것만 같아요.
... 이런 곳에서 찾을만한 게 있을까요?
현은 이런 곳에 있을까요? 단서 같은 게 있을까요?
...
: 《자료조사》 판정해주세요.

Value: | 70/35/14 |
Rolled: | 5 |
Result: | Extreme |
누군가 최근에 한 번 꺼내본 듯이 흔적이 남아 있는 책 한 권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래되어서 집기만 해도 바스락 소리를 내며 가루가 떨어지는 낡은 책입니다.
제목은 번져 있어 알아보기 어렵네요.
... 다만 누군가 읽은 흔적이 있음은 확실합니다.
내용마저도 읽기 힘들 정도로 이리저리 번져 있지만, 겨우겨우 살펴본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과거를 바꿀 수 있는가.
수많은 과학자들이 과거로의 여행은 불가능한 것이라 결정지었다.
미래로의 시간여행은 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하지만, 과거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설령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지식을 이용해 과거로 향한다 하더라도, 과거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일어난 일을 뒤바꾸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바뀔 것이고,
미래에서 온 자신은 물론 미래에 도달해야할 세계마저 무너질지도 모른다.
...

이 외의 살펴볼만한 책은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쿵
미노가 도서관에서 나오니 커다란 굉음과 함께 도서관도 무너져 내리고 맙니다.
무너져 내린 도서관 안에서 낡은 책들이 찢겨져 새어나오는 먼지에 호흡기가 아플 지경입니다.
콜록, 콜록.
먼지섞인 숨을 토해내고 있을 때,

저 멀리, 다시 익숙한 형체가 지나가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따라가 볼까요?

-
현의 형체를 쫓아 또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서 멈춰 서 있는 사거리입니다.
이번에도 현의 형체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어디로 간걸까요?

(두리번)
미노는 주위를 돌아봅니다.
오가던 차들도 바래고 녹이 슨 채로 도로에 멈춰 서 있고,
횡단보도는 초록색 불인 채로 모든 게 멈춰 있었고,
색이 바랜 거리,
더 이상 활기차지 않은...
...
...
이곳에 도착한 미노는, 문득 한 가지 기억나는 게 있습니다.
: 《정신력》 판정해주세요.

Value: | 60/30/12 |
Rolled: | 11 |
Result: | Extreme |
기억을 방해하듯 느껴지는 강한 두통, 미노는 어색한 기억 하나를 떠올리는 것에 성공합니다.
분명 이 거리였던 것 같습니다.
삼 개월 전, 현은 이곳에서 사고를 당할 뻔 했습니다.
그때 어째서인지 미노는 현에게 사고가 일어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마냥, 현을 말린 적이 있었지요.
...
어떻게?

어색한 기억을 떠올리고 난 미노는 뒤늦게 사거리를 다시 살펴봅니다.
글쎄요, 이곳도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으니.
살펴볼만한 것이라고는 [ 멈춰 있는 자동차 ], [ 횡단보도 ], [ 사거리 너머 ] 정도입니다.

이곳저곳, 멈춰 선 채로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들입니다.
흔하게 들려오던 자동차의 모터 소리 대신 끊임없이 돌아가는 톱니바퀴 소리가 납니다.
: 《관찰》 판정해주세요.

Value: | 85/42/17 |
Rolled: | 22 |
Result: | Hard |
자세히 자동차들을 살펴보자,
그 사이에서 횡단보도 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커다란 트럭이 한 대 보입니다.

횡단보도 선에 걸친 트럭은, 어쩐지 금방이라도 부딪힐 것 같이 위태로워보입니다.
... 그 광경에 미노는 심한 두통을 느낍니다.
자동차가 급정거하는 커다란 소음이 귓가에 들려옵니다.
사람들의 비명, 무엇인가 쾅,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에 퍼져옵니다.
꼭 여기에서 사고를 겪었던 사람처럼, 그 일을 떠올리는 것처럼 머릿속에 강하게 스쳐지나가는 어지러운 기억.
눈을 한 번 깜빡, 감았다 뜨면 어지러운 사고 현장이 눈 앞에 남아 있습니다.
바래지 않은 화려한 신호등 불빛과 어지러운 핏빛,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미노와
그 도로에 쓰러져 있던 건,
유현.
...
...
: 《이성》 판정해주세요.

Value: | 56/28/11 |
Rolled: | 93 |
Result: | Fail |
: 이성 수치 감소 1d6

rolling 1d6
()
4
4
눈을 한 번 깜빡, 감았다 뜨면 어지러운 사고 현장이 눈 앞에 남아 있습니다.
바래지 않은 화려한 신호등 불빛과 어지러운 핏빛,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미노와
그 도로에 쓰러져 있던 건.... 유현,
...
불안한 생각이 엄습해옵니다.
주변은 순식간에 물이 빠지는 것 마냥 색이 빠져나가고 그 어지러운 형체들도 사라집니다.
더 둘러볼까요?

빛바랜 초록 불이 들어온 횡단보도입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들이 멈춰 서 있습니다.

으음..
(사거리 너머로 시선을 돌린다.)
사거리 너머로는, 커다란 광장이 하나 보입니다.
그 가운데 우뚝 솟은 시계탑.
... 그래요, 언제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시계탑 광장.
그렇게 주위를 살피고 있을 때,
미노는 또다시 익숙한 인기척을 느낍니다.

(주변을 살펴본다.)
익숙한 인기척의 정체는, 여태 미노가 찾아 돌아다닌 현이었습니다.
허나, 현은 미노를 발견하지 못한 걸까요?
다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따라갈까요?

-
현의 형체를 따라서 도착한 곳은 호수공원이었습니다.
이번에도 현은 흔적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쿵, 쿵.
이곳도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지만, 아직은 그 형체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흙길은 드문드문 끊어지거나 땅이 솟고, 움푹 꺼진 채였지만 그 주변을 돌아보기엔 충분했습니다.
새하얗게 바랜 태양빛이 빛바랜 호숫물 새로 눈부시게 산란합니다.
호숫물은 전부 빠져나가 허공에 동그란 물방울이 되어 어지럽게 움직이다가, 쏟아져 내립니다.
명백히 비현실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 《관찰》 판정해주세요.

Value: | 85/42/17 |
Rolled: | 76 |
Result: | Success |
그 찬란한 물빛 사이에서,
미노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고급스러운 양피지 한 장을 봅니다.
양피지는 누군가 몇 번이고 보았던 건지 손자국이 남아 있고 드문드문 구겨져 있었습니다.
아랫 부분은 찢어져 있었지만,
... 이건 분명 편지입니다. 정갈한 글씨체로 적힌.
내용은,
...
...
...
: 《이성》 판정해주세요.

Value: | 52/26/10 |
Rolled: | 22 |
Result: | Hard |
: 이성 수치 감소 1
호수공원에는 더이상 살펴볼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광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멀리서 바라본 시계탑은 아직 무너지지 않은 채 남아있습니다.
광장으로 돌아갈까요?

미노가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그대로 호수마저 완전히 어긋나 무너져 버립니다.
...
-
모든 사람들이 멈춰 있는, 광장의 분수마저도 멈춰 색이 바랜 커다란 시계탑 광장입니다.
모두가 약속을 잡고 있는 것처럼, 영원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영원히 기다리기만 하는 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
그러고 보면, 정말 이상했지요.
삼 개월 전ㅡ 갑자기 생겨난 이 광장의 커다란 시계탑.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 마냥 살아가는 사람들이 당연한 건줄 알았는데,
여기서부터 모든 게 잘못되었던 거라면, 만약 이게 미노에 의해 생겨난 것이었다면.
...
자세히 주위를 둘러보니, [시계탑 ]으로 들어가는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미노가 시계탑으로 들어가기 위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광장의 바닥이 하나, 하나 무너져 내립니다.
시계장치의 마을이, 모두 무너져갑니다.
이제는 이 시계탑 하나만이 우뚝 서 있는 걸로 보일 정도로.
-
시계탑 내부로 들어서자 곧장 끝없이 꼭대기를 향해 가는 [ 나선형의 계단 ] 이 보였습니다.
나선형의 계단 뒷편으로는, 작은 [ 문 ] 이 하나 보입니다.
시계탑의 관리실인 걸까요?

시계탑 관리실로 추정되는 내부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습니다.
열쇠가 걸린 건지 문고리를 잡고 돌려봐도 철컥, 소리만 날 뿐입니다.
열쇠는 관계자들에게만 지급된다는 안내판만이 붙어 있네요.
...
: 《아이디어》 판정해주세요.

Value: | 50/25/10 |
Rolled: | 84 |
Result: | Fail |
(다시 해보겠습니다..)
Value: | 50/25/10 |
Rolled: | 89 |
Result: | Fail |
(하지 말랜다)
미노는 잠시 생각에 잠겼지만,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안내판 앞에서 갈팡질팡 하던 찰나,
주머니 안에 무언가 들어있다는 것을 눈치챕니다.

손을 넣어 주머니를 뒤적여보자, 언제부터 들어있었는지 모를 작은 열쇠가 손에 잡힙니다.

끼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먼지가 내려앉은 듯한 나무재질로 이루어진 작은 방이 눈에 들어옵니다.
방 안에는 [오래된 고서]와 낡은 [노트], [선반],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 부품]들이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습니다.

알아볼 수 없는 문양들이 적혀 있는 오래된 고서입니다.
낡은 티가 나는 나무 책상 위에 펼쳐진 채로 아무렇게나 올려져 있네요.
고서에 적혀 있는 문자는 분명 그 어떤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 어째서인지 그 내용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미 읽어본 적이 있던 것처럼.

육체를 갖지 않는 정신으로만 갖춰진 존재,
시간의 비밀을 밝혀낸 유일하고 위대한 종족에 대한 아주 오래된 기록이 적혀 있습니다.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전의 시간대에,
지구를 지배하던 종족에 대한 것들.
...

으음.(노트를 살펴본다.)
오래되어 겉이 너덜너덜해진 가죽 수첩입니다.
오래된 고서 옆에 놓여 있는 걸 보아서는, 고서와 관한 내용이기라도 한 걸까요.
엉망인 필기체로 여러 글이 적혀 있습니다.
그 필체 중에는,
...
...분명 미노의 필체도 있었습니다.

(내용을 살펴볼 수 있을까.)
난잡한 기록들이 적혀 있습니다.
오늘의 성과, 연구 결과, 이런 방법은 안 될 것 같다는 내용이나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자며 복잡한 단어들이 섞인 채로 적혀 있네요.
: 《자료조사》 판정해주세요.

Value: | 70/35/14 |
Rolled: | 41 |
Result: | Success |
자세히 들여다보니 무언가의 설계도 같은 것이 그려져 있습니다.
원뿔형의 몸통을 가진 기이한 생명체의 스케치와, 기계장치처럼 보이는 커다란 것의 설계도가 노트 두 면에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그 아래에 적혀 있는 글들은,
'시간을 여행하는 장치'
'위대한 종족의 지식과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동원한다면, 인간도 시간의 비밀을 알아내 시간을 여행할 수 있지 않을까.'
...
그런 글들이 노트를 빼곡히 채우고 있었고,
마지막 단락에는 ‘시계장치’라는 것에 대해 적혀 있습니다.
: 《지능》 판정해주세요.

Value: | 50/25/10 |
Rolled: | 99 |
Result: | Fail |
강한 두통. 모든 것이 명확해져가는 것만 같습니다.
자신이 이곳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 어쩌면 시간을 넘어 왔다는 것.
그렇지만 떠올리고 싶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어째서인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

(선반을 살펴본다.)
벽에 붙어 있는 선반에는, 조금 녹이 슬어 있는 태엽 두 개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새하얀 태엽과 짙은 검은색의 태엽.
... 새하얀 태엽에는 month라는 글이 적혀 있었고,
검은 태엽에는 years라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둘 다 미노의 손 안에 들어갈 작은 크기로, 챙겨갈 수 있습니다.

이제...(기계부품으로 눈을 돌린다.)
녹이 슬어 있는 황동색의 기계 부품들이 바닥에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파이프 관부터 작은 톱니바퀴, 사용되지 않은 시침, 시계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들.
...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었던 것들인 모양입니다.

(더 살펴볼 수 있을까.)
이곳에는 더 이상 살펴볼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미노는 오래된 문 밖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바닥이 위태로워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처럼 느껴집니다.
이제 남은 건...
저 계단 위로 올라가는 길 밖에 없는 걸까요?

-
끝없이 이어선 나선의 계단을 오르다보니, 저 위에 넓은 공간이 보입니다.
저곳이 끝인 걸까요.
...
...
마침내 시계탑 최심부에 올라서자,
미노의 눈에 곧장 들어온 건 거대한 톱니바퀴들이었습니다.
제대로 맞물린 다양한 크기의 톱니바퀴들이 사방에 붙어 있었고, 커다란 시계가 중심에 멈춰 있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시침과 분침, 그리고 초침.
그 중심에는 태엽을 꽂는 작은 구멍이 하나.
우르릉,
소리가 들릴 때마다 천장에서부터 가루들이 떨어집니다.
... 이곳도 곧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
그리고 그 시계 앞에는ㅡ
현이 서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와줄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


...사실, 있지.
내가 먼저 봐버렸어. 그 편지.

그럼..다..알고있겠네..

난 역시 삼 개월 전에.. 그 때,
그래, 거기서.. 죽어야 했던 운명인거겠지.

싫어...

미노야.
...벌써 이 시계탑밖에 남지 않았어.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여기까지 다 무너질 거야.
...미노야?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난.. 네가 선물해준 삼 개월이라도,
조금이라도 널 더 볼 수 있어서 좋았으니까...
난 그거면 됐어... 괜찮아.


당장은 힘들겠지만... 괜찮아.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미노야. 이제 돌아가자.


... (티가 났을지는 모르겠지만, 안고있던 손끝이 잘게 떨렸다.)
쿵, 쿵.
바닥부터 시작되는 커다란 진동이 느껴집니다.
이대로 있다간 마지막으로 남은 이 곳도 흔적없이 사라질 것 같습니다.
미노, 당신은 태엽을 감을 수 있나요?


무슨... 얘기하는 거야.
이대로 있으면 너도...

혼자 돌아가서, 혼자 기다리고 싶지 않아..

...미안해.




이럴 줄 알았으면.. 평소에 더 좋아한다고, 많이 얘기해줄걸...
좋아해. 좋아해, 미노야...

...
미노는, 결국 시간을 되돌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시간을 되돌려 멸망해가는 세계를 구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렇게 구한 세상에 과연 살아갈 의미가 존재할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현이 죽는 걸, 다시 볼 수는 없습니다.
그를 다시 죽일 수 없습니다.
미노는 할 수 없었습니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곧 세계는 멸망할 테고, 멸망해버린 미래에서 미노를 향해 비난해올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좋아요.
그런 세계보다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중요했습니다.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쿵, 쿵.
커다란 굉음과 함께, 천장에서부터 수많은 잔해들이 쏟아져 내려옵니다. ...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미안해. (이마에 가볍게 입술을 맞추다 꼭, 힘을 주어 껴안는다.)
마지막을 직감하는 그 순간에, 미노와 현은 함께이기로 했습니다.
쏟아져 내려가는 시계탑에서,
무너져 내려가는 시계장치의 마을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마을에서,
사랑하던 마을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기에 행복하던 세계에서.
... 미노와 현은 서로를 끌어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시계탑에서는 마지막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고
두 사람은 거리와, 마을과, 시간과, 세계와 함께,
... 사라져갑니다.
언젠가 세상의 시간이 다시 돌아가면, 그때 다시 만나.
사랑해.
END. 무너지는 시계장치의 마을
20190117
유현 - 로스트
송미노 - 로스트
-
[시계장치의 태엽을 감는 마을]
'TR 로그 백업 > 현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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