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30
KPC. 유현
PC. 송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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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사랑할 때 그 불안이 내겐 평화였다.
/박서영, 달의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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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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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
치직, 칙.
아아, 아. 연합정부 소속 안전지대에서,
이 방송을 듣고 있을 생존자 여러분에게 알립니다.
여러분은, 파이로젠 바이러스,
통칭 좀비 바이러스로부터 생존한, 인류의 희망입니다.
아시다시피 아직까지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생존자 여러분은 아직 좀비가 되지 않은 ‘감염자’를 보실 경우 속히 처단해 주십시오.
지금 여러분이 듣고 있을 곳에서 가장 가까운 안전 지대는 캘버리 교도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좀비의 특성을 감안해 생존자 여러분은 최대한 해가 지고 움직여 주십시오.
낮에 움직이는것은 위험합니다.
그곳의 좌표는 xxx.xxx.xxx.
다시 한 번 반복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은 캘버리의 안전지대로 와주십시오.
그곳의 좌표는...…
....
..
뚝.
...
당신은 몇번도 더 들은 라디오의 방송을 끄고,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오늘 쉬어가기로 한 폐공장의 창고 한 구석은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벽 꼭대기에 위치한 환풍구에서 정오의 햇빛이 비치고,
당신의 옆에선 현이 고단한 얼굴로 잠들어 있습니다.
…..
20XX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동일한 질병 증세를 보였습니다.
곧 학자들에 의해 이 질병이 전례없는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임을 알아냈고,
파이로젠 바이러스라 명명되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과 미디어는 이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렀으며,
최초 감염자가 발생한 시점부터 이를 좀비 사태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인류는 곧 좀비들에게 몇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바이러스는 체액으로 전파되며 대표적인 감염경로는 좀비에게 물리는 것이다.
둘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4시간안에 좀비로 변한다.
그 증거로 완전히 좀비가 된다면 눈동자의 동공이 희뿌옇게 탁해진다.
셋째.
좀비는 시력이 퇴화하지만 청력이 발달해, 빛이 없는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 바이러스는 곧 전 지구를 장악했고,
인류의 70%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정부는 힘을 잃고, 집단 자살이 성행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멸망을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인간은 생존할 길을 찾기 마련입니다.
좀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연합정부가 설립되었고,
이 기관은 생존자들을 위한 ‘안전지대’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좀비사태가 발발한지 1년 7개월 12일째.
당신과 현은 이 절망적인 세상속에서 서로를 의지해가며 안전지대로 향하는 여정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
…
당신은 잠든 현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의 상태가 좀 이상합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 《듣기》 판정

당신은 현이 중얼거리는 말을 주의깊게 들어보았습니다.

뭘 약속한다는 걸까요,
현의 표정은 마치 악몽이라도 꾸는 것 같습니다.
...
...

소스라치게 놀라며 잠에서 깨어난 현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다,
얼마 후 가까스로 진정합니다.


어, 어.. 괜찮아..
저기, ..그.. 지금이 몇 시지?

지금 시간은 아침 11시 48분, 곧 정오가 될 시간이네요.
현은 손목시계를 확인한 후 당신에게 말합니다.

이제 내가 보초 설게, 그동안 눈 좀 붙여.





혀, 현아?







(옅게 웃으며 바라보더니) ..이만 자, 피곤하겠다.


현은 자리를 펴고 누운 당신의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여정의 피로 때문일까요.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6월 8일 7pm
당신은 현의 손길에 눈을 뜹니다.
눈을 뜨자 보이는 환풍구 너머의 하늘은 뉘엿하게 해가 지고 있습니다.
곧 좀비들은 활동을 멈출 테지요.
당신과 현은 간단하게 배를 채우고 창고를 떠납니다.
...
어둠이 깔리고 달빛이 내려앉고, 넓은 공장 부지는 황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따금 이 공장 유니폼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은 좀비들이 앞을 보지 못한 채 목적없이 배회하는 것이 보입니다.
당신과 현은 숨을 죽인채 살금살금, 폐공장지대를 빠져나옵니다.
: 《행운》 판정

당신이 한 발을 내딛자 발치에서 난 부스럭, 하는 소리가 납니다.
이런, 미처 발 밑의 과자 봉지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근처에 있던 좀비 두마리가 일제히,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봅니다.
: 《민첩》 판정


..미노야, 뛰어!

현의 말을 마지막으로, 당신과 현은 죽을 힘을 다해 달립니다.
뒤에서 좀비들의 비명소리와 신음소리가 들려옵니다.
…
…
겨우 따돌렸나 안심하던 때,
당신은 바닥에 놓인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맙니다.
: HP -1





끄응..(욱신, 통증의 잔재가 남아있지만 걷는데 지장이 있는것 같진 않았다.)
괜찮은것 같아.


걱정 안해도 돼.(애써 웃어보이면서 손을 꼭 잡아본다.)



(안심시키듯 잡은 손을 조물조물, 꾹꾹 눌러주기도 하더니 살짝 당겨본다.) 그럼.. 이만 갈까?




당신과 현은 지도를 보고, 언제나와 같은, 긴 여정길을 걷습니다.
뻥 뜷린 흙길과 초원은 이따금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제외하고는 고요합니다.
오늘은 달이 밝아 다른 조명 없이도 길이 잘 보입니다.


어..괜찮을까?


...
그렇게 얼마간 더 걸음을 옮기다,
별안간 현이 손가락을 들어 건너편을 가리킵니다.


당신들이 걷는 도로가 흙길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로 바뀌고 난 얼마 후,
핏자국이 말라 붙어잇는 간판이 새벽 어스름너머로 보입니다.
[이스트 베일에 어서 오세요]

여기서 쉴 곳을 찾아보자..

당신과 현은 마을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한 때 주민들이 살았을 마을의 거리는 을씨년스럽게 텅 비어있습니다.
이젠 사람이 살지 않을 빈 주택들이 일렬로 세워져 있고,
거리에는 드문드문 보이는 형체를 알수 없는 시체덩어리들과 쓰레기들이 널려있습니다.
당신과 현은 이따금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거리들을 걷다,
주변에 좀비들이 없는 집 한 채를 발견합니다.
저 집이라면 좀비들과 싸우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둘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평범한 단독주택의 가정집 안은…
이미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습니다.
집안을 둘러보니 거실이었을 공간에 널부러진 [도끼]와, [방1] [방2] [방3]이 보입니다.

꽤나 큼직한 손도끼 입니다.
평소라면 나무를 다듬는 데나 쓰였겠지만,
세상이 망해버린 지금은 그 쓰임새가 좀 달랐겠지요.
도끼날과 손잡이엔 핏자국이 검붉게 말라붙어 있습니다.

당신은 도끼를 챙겨갑니다.


..아, (하긴, 미노가 가지고 있기엔 무거우려나. 알았다는듯 고개를 꾸벅인다.)



서재로 쓰던 방인 모양입니다.
한쪽 벽면을 [책장]이 차지하고 있고,
그 반대편에는 [책상]이 놓여있는 아담한 구조입니다.

책을 보고 도로 꽂아놓지 않아 드문드문 책장이 비어있습니다.
책들은 주로 생물학에 관한 책인걸 보아 집에 살던 사람의 전공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책꽃이를 돌아보던 와중 반쯤 덜 꽂힌 책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감염에 관하여’ , ‘정신이상 행동론’ 등…
이런 책은 왜 읽은 걸까요?

한쪽 벽에 딸려있는 작은 책상 위에는 [종이뭉치]와 [액자]가 놓여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작성된지 꽤 오래 된 듯 먼지가 쌓여 있네요.

전에 이 집에 살던 사람이 작성하였던 것 같습니다.
드문드문 구겨진 종이뭉치는 곳곳에 피로 보이는 얼룩이 묻어 있습니다.
: 《자료조사》 또는 《관찰》 판정

이건, 이 집에 살던 생존자의 마지막 기록인 것 같습니다.
곳곳에 묻은 얼룩으로 읽기 힘들었지만,
드문드문 멀쩡한 페이지들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 장)
우리 가족이 향하려던 안전지대가 좀비들에게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 집에서 새로운 안전지대에 관한 소식이 들릴때까지 버티는 수 밖에 없다.
(다음장)
20XX년 X월XX일.
제시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남편과 나는 차마 우리 아들을 내 손으로 죽일 수 없었기에,
우리는 그 아이를 격리하고 간호하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나는 인간이 좀비에 감염되어가는 과정을 관찰할 수 있었다.
(다음장)
1단계.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전신 근육통과 발열 증상을 보인다.
이때 해열제나 진통제가 증상을 완화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을 막을 순 없었다.
2단계.
바이러스에 감염된지 대략 12시간이 지나자 굉장히 불안해하며 온 몸을 떨었다.
다른 사람을 공격하려고 하는 폭력성도 보였다.
내가 아는, 발작 증상과 비슷하다.
3단계.
좀비로 변하기 대략 두어시간 전엔 코와 입, 귀에서 피를 토한다.
(그 밑에)
벨은 한시간 전에 같은 증상을 보였다. 개인차가 있는 것 같다.
(다음장)
제시를 방에 격리했지만 벨이 우리 몰래 제시를 보러 갔다, 제시에게 물리고 말았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얼룩으로 읽을 수 없다)
(다음장)
제시와 벨을 관찰한 바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유용한 정보이지만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다음장)
….배고파하는 아이들을 위해 남편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심했다.
신이시여, 그 영혼을 구원하소서.
(다음장)
내가 먹을 식량이 떨어졌다.
내 가족들에게 줄 ‘식량’을 구하는 일도, 점점 어려워진다.
끝없이 절망하게 된다.
(마지막장)
더이상 버틸 수 없다.
이 기록을 마지막으로 나는 내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누군가 나의 기록을 본다면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제시, 벨, 쟝, 카샤 리센.

액자를 들어 사진을 바라봅니다.
이 집에 살았을 가족들의 사진입니다.
사진 속에는 젊은 부부와 두 아이가 행복하게 웃고 있습니다.

(액자를 내려두고 방 2로 향한다.)
방 문이 뻑뻑하게 닫힌게 잘 열리지 않습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자….
….방안의 좀비들이 일제히, 당신을 쳐다봅니다.
아, 아까 가족사진에서 본 그 일가족이요.
: 《민첩》 판정

좀비들이 당신을 덮치기 전 황급히 문을 닫았습니다.
기괴한 울음소리가 문틈 사이로 새어나옵니다.



이 방..안에, 좀비..있으니까 열면 안돼.




현은 서재에서 의자를 가져와 문고리 사이에 비스듬히 세워놓았습니다.
문 틈새에서 좀비들의 기괴한 소리가 새어나가다 곧 끊깁니다.
이거로 당분간은 안심이겠죠.
...
다른 방보다 비교적 깔끔한 이 방은 침실입니다.
옷가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옷장과, 킹사이즈의 침대가 놓여 있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침대에서 잘 수 있겠어요.






오늘은 내가 먼저 보초 설게.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잖아. 아까 넘어지기도 했고..













눈을 감기 전 잘자, 라고 말하는 현의 표정은...
어딘가 지쳐보이고, 또 슬퍼보이는 것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의문도 잠시 뿐,
당신은 오랜만에 눕는 푹신한 침대에 금세 잠에 들었습니다.
6월 9일 6pm
창틈새로 비치는 햇빛에 눈을 떴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서 그런지 더할나위없이 개운한 기분입니다.
: HP+1
창밖을 보니 노을지는 하늘이 붉습니다.
분명 눈을 감을 땐 동이 터오던 시간이었는데.
…...그렇다는건,
해가 떠있을 내내, 현은 당신을 깨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주변을 황급하게 둘러보았습니다.
그는 당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 《관찰》 판정

현은 당신이 일어난 것도 모른 채,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대며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내려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깨어난 것을 알아챈 현은, 작성하고있는 노트를 황급히 감춥니다.

미노야.. 일어났어?

..뭐해..?



지금 보여주기는 조금 부끄러워서..



그보다.. 왜 안깨운거야?

미노, 네가 푹 잤으면 싶어서..

너도 자야지..오늘 피곤할거 아냐.




그러니까.. 너도 몸 같이 챙겨줘. 응?



몸은.. 좀 괜찮아? 푹 잤어?




...그럼, 슬슬 다시 출발할까? (한번 꾹 힘을 주어 껴안더니 품에서 슬쩍 놓아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여기서 더 쉬었다 갈 순 없는 노릇입니다.
하루 빨리 안전지대로 가야하니까요.




...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길을 걷는 블럭들 마다 집들 사이로,
좀비들이 느릿하게 목적없이 움직이는 것이 보입니다.
그것들을 피해 조심조심 걸으며 마을을 거의 다 빠져나오자,
마을 외곽 즈음에 위치한 꽤나 큼직한 [마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식량같은게 있을 지도 모르고..




...
마을을 빠져나가는 곳에 위치해있는 꽤나 큼직한 마트입니다.
이미 많은 생존자들이 다녀갔는지 빼곡히 늘어진 진열대가 휑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그나마 물건들이 올려진 [선반1] [선반2],
그리고 한쪽 벽으론 [창고]라 써진 팻말이 보입니다.


장난감 코너 입니다.
곰인형, 유니콘 인형, 비비탄 총….
당신은 여러 종류의 인형들을 둘러보다,
[노래하는 곰돌이] 라는 태그가 붙은 인형을 발견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작동하는 방식 같습니다.

그보다..곰돌이 귀엽긴 한데..(씁)


인형의 등 뒤에 달린 버튼을 누르자,
어둡고 고요한 매장 안에 동요가 울려퍼집니다.
반짝반짝 작은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현은 황급히 인형의 버튼을 눌러 노래를 껐습니다.
주변에 좀비가 없는 것이 다행이에요.
...그런데 현은 인형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주머니에 넣습니다.


..유도용으로..?

일회용으로 쓰기에 좀 귀엽긴 하지...
..현이 닮았어.








생존에 필수적인 식료품들이 있던 선반입니다.
생존자들이 다녀갔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빼곡했을 선반이 휑합니다.
드문드문 있는 것들도 쓰레기들이에요.
: 《행운》 판정

당신은 쓰레기더미들 사이에서 멀쩡한 참치캔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오늘은 운이 좋네요!






미안, 난 딱히 찾은게 없네..




[창고]라고 팻말이 써 있는 문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잠겨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당신은 지난번 들린 집에서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할까요?
: 《듣기》 판정

당신은 돌연 불쾌하고 익숙한 소리를 듣습니다.
아, 이 소리는 좀비가 내는 소리 입니다.
소리는, 마트 안의 창고에서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식량, 아껴야하니까.. 최대한 참아볼게.




혼자 먹을거면.. 안 먹을래. ..미노, 너도 배고프잖아.





...다시 현과 마트 밖을 나서려던 그 때,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려옵니다.
아, 마트 안쪽에 아직 좀비가 남아있던 모양이에요.
이윽고 괴상한 소리를 내던 그것이 당신들에게 달려옵니다.


현은, 반사적으로 가져왔던 도끼를 휘둘러 좀비를 일격에 내려 찍습니다.
...하지만, 좀비는 쓰러지기는 커녕 살점이 덜렁거리는 몸으로 당신을 향해 매섭게 달려듭니다.
잠시 주춤하는 사이, 좀비의 늘어진 입이 다가오고,
질끈 눈을 감아 찾아오는 어둠 사이로,
털썩.
무언가 주저앉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눈을 떠보면, 다리를 공격당한 좀비가 바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괜찮아..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좀비가 다시금 몸을 일으켰지만,
당신과 현은 힘을 합해 좀비의 숨을 완전히 끊어 놓습니다.
둘의 거친 숨소리가 마트 안에 울려퍼지고,
썩은 살점과 피가 사방에 튀어 흘러내립니다.
: 《이성》 체크

: 이성치 감소 1
거친숨을 내쉬며 어지러운 정신을 가다듬는 사이,
현은 죽은 좀비의 시체를 뒤지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좀비는 살아생전 마트의 보안요원이었나 봅니다.
현은 좀비의 뒷주머니에서 꺼낸 권총을 들고 있습니다.
총을 살펴보던 그는 자신의 외투안쪽에 총을 집어넣습니다.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 (주춤주춤 몸을 일으킨다.)



함께 마트 밖으로 나오니 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좀비와 싸우느라 시간을 꽤나 지체한 모양이에요.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현이 말을 꺼냅니다.





있더라도 조심하면 되고..
...하루라도 빨리 안전지대로 가는게 좋잖아.



: 《관찰》 판정

그렇게 말하는 현의 표정은,
어딘가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하고 …. 조급해 보입니다.


짐을 챙겨 동이 터오는 거리로 나왔습니다.
드문드문 보이는 좀비들을 피해 숨을 죽여 이동하며,
드디어 마을을 벗어나 고속도로가 나왔습니다.
….해가 이렇게 떠있을 때 이동한건 정말로 오랜만이에요.
머리위로 작렬하는 태양이 뜨겁습니다.





..응?



그냥.. 표정이 안좋아보여서.



당신이 무슨말을 해도 대화는 오래 이어지지 못합니다.
마치 현은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이 보여요.
결국 두 사람 사이엔 어색한 침묵만이 맴돕니다.
정오가 가까워지는 듯 길게 늘어졌던 그림자가 점점 짧아집니다.
……
...
얼마나 길을 걸었는지, 비로소 그가 먼저 말을 꺼냅니다.


현의 손가락을 따라 가면, 저 멀리 도로 위에 [주유소]가 보입니다.


6월 10일 11am
이 곳은 관리인 한두명을 둔 작은 무인 주유소였나 봅니다.
근근히 널부러진 시체들은 보이지만 좀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잠깐이라도 쉬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둘은 주유소를 둘러보았습니다.
[자판기]와 주유소에 딸린 작은 [사무실]이 보입니다.
무인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유기]도 몇 대 보이네요.

이미 생존자들이 자판기를 뜯어서 내용물을 다 가져갔는지,
깨지고 망가진 자판기는 텅 비어있습니다.
: 《관찰》 판정

당신은 자판기의 부품들과 쓰레기들 더미에서 생수 한 병을 발견했습니다.
깊숙히 있어서 보이지 않았나봐요.







사무실의 문을 돌려 보았지만 굳게 잠겨 있습니다.
하나뿐인 창문엔 블라인드가 쳐있어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열쇠를 찾아봐야 할까요?

(두리번거리다 주유기로 향한다.)
평범한 주유기 입니다.
당신이 기름을 챙겨 가면 좋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턱,
하고, 피투성이인 손 하나가 당신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 도와주세요….제발 도와주세요…

당신이 시체인줄만 알았던 그는,
이미 감염된지 몇시간이 지난 듯, 코와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하반신이 뜯어먹혀 두 다리가 보이지 않고,
찢어진 배 아래로 근육과 장기가 드러나 보입니다.
처참한 몰골의 그 생존자,
...아니, 감염자일까요.
당신의 발목을 붙잡는 손가락들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한쪽 눈은 파먹혔는지 보이지 않고,
간신히 뜬 나머지 눈으로 당신을 올려다보며 애원합니다.
?: 목이 너무 말라요, 물, 물 한모금만, 제발….
그가 당신의 다리를 향해 나머지 한쪽 손도 뻗으려던 찰나,
콰직,
하고… 현의 신발굽이 당신에게 뻗어진 손을 무참히 짓밟습니다.
당신이 뭐라 반응하기도 전에 현은 그를 향해, 쇠파이프를 내리칩니다.
퍽, 퍼억, 퍽,
외마디 비명도 곧 그치고,
현의 중얼거림과 고깃덩이나 다름없는 시체를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만이 주변을 메웁니다.


쇠파이프를 내리치는 현의 눈은 섬뜩하게 핏발이 서있습니다.
이젠 사람의 형체를 분간할수 없게 뭉개진 육신에서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튑니다.
이미 죽었을게 분명하건만...
몇 번이고 쇠파이프를 내리치는것을 반복하던 현은,
이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당신을 돌아봅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그 표정은 살기를 띄었던 아까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두 눈만은 붉게 충혈되어 있습니다.
그 모습은, 당신이 기억하던 현의 모습과는 달라...
어딘가 모르게 섬뜩하고 이질적인 기분이 듭니다.
: 《이성》 체크

: 이성치 감소 1
당신이 현에게 무어라 말을 꺼내려는 찰나,
끼익, 하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람의 말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반쯤 열린 사무실의 안쪽에서 한 30대 남성이 서 있습니다.

밖은 또 언제 좀비들이 올지 모르니까.



..많이 피곤한가봐.

..일단, 들어가자. (사무실 안쪽으로 느리게 걸어간다.)

당신과 현은 남자를 따라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습니다.
작은 사무실이라 세 사람이 들어가니 방이 꽉 찹니다.
둘이 짐을 풀고 자리에 앉자, 남자는 자신을 소개합니다.

쥬드 라고 합니다.
그쪽은? (미노와 현을 번갈아본다.)



나도 마침 그쪽으로 가는길이거든요.


왜 당신들은 해가 떠있을 때 움직이는 거죠? (의아한듯 한쪽 눈썹을 꿈틀인다.)





... (뭔가 생각하듯 둘을 바라보다가) 그건 그렇고, 괜찮으면 이후로 동행하지 않을래요?





멀쩡한 사람들을 본 건 꼭 삼개월만이네..
나도 산전수전 다 겪은 몸이라, 짐덩이는 안 될테니까 걱정말아요.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럼 다행이네요.
현이 아닌 사람과 대화를 한게 얼마나 오랜만인지요.
즐겁게 대화를 이어가다보니 말을 많이 해서인지 배가 고파옵니다.
밤을 지나 낮시간에도 걸었으니 여기서 식사를 한 후 쉬어가기로 하였습니다.
칼로리바와 참치캔, 쥬드가 꺼낸 무화과 등.
오랜만에 꽤 풍성한 식사를 한다는 느낌입니다.
...
.......
작은 만찬이 끝난 후, 당신은 짐을 치우고 바닥에 누웠습니다.
잠기운이 내려앉은 시야에서,
여전히 등을 돌리고 어제처럼 노트에 무언가를 적어내려가는 현이 어렴풋이 보입니다.
...당신은 그에게 뭐라고 더 말을 하려 했지만,
술기운에 머리가 무거운 탓에 이내 금세 잠에 듭니다.
…
...
깜빡, 잠에서 깨어나니 창밖이 어둑합니다.
머리가 아픈게, 평소보다 더 오래 잔거 같아요.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보이는건,
당신이 잠에 들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웅크리고 있는 현입니다.
밤새 그 ‘책’이라는 걸 쓴 모양입니다.




...캘버리로 가야해, 하루라도 빨리....

말을 마친 현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좀 쉬었어?





밤은 찾아오고, 당신과 현, 쥬드는 길을 떠났습니다.
아스팔트 도로에 세 사람의 밤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묵묵히 길을 걷던 당신은 문득 옆에서 걷는 현을 돌아보니,
그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어제와 같이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것 같아요.
그런 현을 바라보는 당신의 옆으로, 어느새 쥬드가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행여 현이 들을라, 목소리를 낮춘 쥬드가 당신에게 속삭이며 말합니다.


저 친구 말하는 걸 들어보니.. 라틴어, 독일어, 스페인어,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그 외의 언어들도 많은 거 같은데요?
딱 보니까.. 완전히 미쳤거나, 아니면 한 20개 국어 정도를 하는 천재이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어요?

당신은 도저히 그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습니다.
현이 저런 언어들을 할줄 알던 사람이던가요?
갑자기 책을 쓴다는 것도 그렇고, 어제 주유소에서의 일도 그렇고….
요 며칠 새의 현은, 마치 당신이 알던 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미쳐가는 세상에서 그 역시도, 미쳐가는 걸까요.
…..어느새 현은 당신들보다 몇 발짝 뒤쳐졌습니다.
당신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쥬드는 말합니다.

나도 당신도 어디 한구석은 미쳐 있을걸.

그러면서 그는 당신에게 자신이 여행했던 나라들의 이야기,
자신이 지금까지 생존한 이야기 등….
한참동안 당신에게 본인의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너무 내 이야기만 한 거 같네.
이젠 당신 이야기를 해보지 그래요?


..그래, 저기 저 친구랑은 무슨 사이예요? (뒤를 눈짓하다가 미노를 본다.)




뭐, 조금은 신기해서?


...그렇게 얼마나 걸어갔는지,
새벽이 가까워져 오고, 당신과 쥬드가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때,
갑자기 털썩, 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뒤를 돌아보면, 현이 땅에 쓰러져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본 현은...
온 몸이 불덩이 같이 뜨겁고, 힘겹게 신음하고 있습니다.
요 며칠 그’책’이라는 걸 쓰느라 고생하더니, 결국 건강을 망치게 된 걸까요.


결국 당신과 쥬드는 기절한 현을 부축하며 걷기 시작했습니다.
...
.......
얼마나 더 걸었을까,
마침 동이 트려 할때 쯤, 저 멀리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좋든 싫든 저기서 쉬어가야 할것 같아요.
6월 11일 5am
가까이 가보니 이 곳은 초등학교였나 봅니다.
크지 않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직사각형 모양의 학교 건물로 가까이 다가가면…
입구에 몇몇 좀비들이 보입니다.
정문으로 들어가긴 힘들 것 같아요.
당신은 직사각형으로 된 건물 외관을 돌아보았습니다.
창문을 통해 교실 안을 들여다 보자,
어둑한 교실 안으로 좀비로 보이는 검은 그림자들이 보입니다.
: 《관찰》 판정

아, 그중 한 교실은 좀비가 없네요.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아요.


챙그랑ㅡ!
당신과 쥬드는 창문을 깨고 교실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곤... 교실의 책상들을 한데 밀어 공간을 만들어, 현을 눕혔습니다.


..(걱정스레 현을 돌아본다.)


(우울)


당신은 현의 곁에 앉습니다.
현의 몸은 뜨겁고, 표정을 찡그린 채 간간히 내뱉는 호흡은 불규칙합니다.
그런 현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 속 깊숙한 곳부터 스멀스멀 불안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
갑자기 그는 왜 아픈 걸까요.
과연 당신과 현은 무사히 캘버리로 갈 수 있을까요.
이런저런 걱정을 껴안고 당신은 선잠에 들었습니다.
……..
…


당신은 당신을 부르는 현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당신의 옷자락을 잡고 신음하는 현이 보입니다.
그의 몸 상태는 나아지기는 커녕 더욱 안 좋아진 모양입니다.

나 너무.. 너무 아파.

(화들짝 다가선다.)
현의 몸은 불덩이 같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어요.
어디가 아픈지 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의 신음 소리를 듣고 쥬드 역시 깨어나 현을 살펴보고 말합니다.


: 《아이디어》 판정

일단 학교를 돌아다녀보면 현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찾을 수 있을까요?
교실 안에만 있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보, 보건실같은데라도 약이 있을지도...


당신과 쥬드는 교실 밖을 빠져나왔습니다.
다행히 복도에는 좀비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복도에 비칩니다.
복도의 한쪽은 교실, 반대쪽으론 일렬로 [학교 약도]와 [사물함],
그옆으로 [캐비넛]이 보입니다.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지만 무리없이 볼 수 있습니다.
1층-교장실, 교무실, 1, 2학년 교실
2층-양호실, 조리실, 3, 4학년 교실
3층-과학실, 음악실, 5, 6학년 교실
다행히도 양호실은 2층에 있네요. 쉽게 갈 수 있겠어요.



이 초등학교에 다녔을 어린이들이 썼던 사물함 입니다.
몇 개를 열어보자 교과서, 리코더, 크레파스, 빈 우유곽, 먼지…
이 상황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들어있지 않네요.

사람 한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철제 캐비넛입니다.
캐비넛을 열어보니 청소도구함으로 사용했는지 빗자루나 걸레들이 들어 있네요.
어린아이들이 사용하던 것들이라 작고 가벼워서 무기로도 사용 못 할 것 같습니다.

당신과 쥬드는 2층으로 이동했습니다.
...
2층은 1층과 다르게 복도 반대쪽 끝에 좀비들이 보입니다.
다행히 이쪽을 보고 있지는 않지만… 조심해야 할것 같아요.


양호실의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안쪽으로는 좀비 두 마리가 신음하며 배회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약을 구하려면 좀비와 싸워 이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끼익,
문소리가 들리자 좀비들이 일제히 이쪽을 바라봅니다.
쥬드가 앞장 서 일격을 날리고, 당신이 뒤따라 좀비를 공격합니다.
몇 번의 실랑이가 오고 갔는지. 정신이 없습니다.
…
…...
좀비들이 마침내 쓰러지고,
좁은 양호실 안은 짙은 혈향으로 가득합니다.
땀방울과 좀비에게서 튄 피가 한데 섞여 이마를 타고 흘러내립니다.
: 《이성》 체크

: 이성치 감소 없음
당신과 쥬드는 뭉개진 좀비의 시체를 치우고 양호실을 둘러보았습니다.
크지 않은 양호실엔 [환자용 침대]와 [큰 서랍], [상자], [싱크대] 가 보입니다.

좀비 사태 이후 환자들을 뉘였는지 꽤나 오래되고 정돈되지 못합니다.
현을 여기에다 눕힐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이불이라도 가져가서 깔아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책상 옆의 서랍을 열었습니다.
이미 누군가가 사용한 흔적이 있지만 남은 약들이 있네요.
서랍 안에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소염진통제’ ‘해열제’ ‘소화제’ ‘제산제’ 등…
가지각색의 약 상자들이 들어있습니다.

당신은 남은 약들을 품에 챙겨갑니다.

책상 밑의 큼직한 상자를 열자 붕대와 소독솜, 소독약 등이 들어있습니다.
전부 챙겨가긴 어렵겠지만 언젠간 쓸모가 있을 것 같아요.

몇 가지의 응급 치료 도구들을 챙겼습니다.

양호실은 위생이 중요한 곳이니 손을 씻기위한 싱크대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잡이를 돌려보면 다행스럽게도 물이 나옵니다.




…
…
가까스로 교실로 돌아왔습니다.
미노는 현을 품에 안고 일으켜 챙겨온 약을 먹입니다.

일단 이 친구가 좀 괜찮아질 때 까지 기다려야겠네요.


그는 당신이 현을 정성스레 간호하는 것을 바라보다 나지막히 말합니다.


그게 무슨말이에요..?
당신이 의아한 표정으로 쥬드를 돌아보자,
그는 머리를 몇 번 긁적이고 말합니다.

상황이 상황이잖아요.
..이런 때일 수록 끝까지 믿을 건 나 하나 뿐입니다. 내가 왜 혼자가 되었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누운 후 눈을 감습니다.
뜬금없이 그는 무슨 소리를 한 걸까요.
이런 상황일수록 현과 서로를 의지하여 역경을 헤쳐나가죠.
….그런데, 그런데…
쥬드의 말을 들어서일지,
아니면 요 며칠 계속해서 느꼈던 불안감인지,
계속해서, 마음 한구석이 먹먹한 느낌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
현의 상태를 살펴보니 아까에 비해 열이 내리고 한결 편해진 얼굴입니다.
그가 어느정도 괜찮아진 것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옵니다.
당신은 밤새 걸은 후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한 채 좀비와 싸워야 했습니다.
피곤한게 당연하죠.
현의 옆에 누워 그의 옆모습을 바라봅니다.
지금 잠에 든 현은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그를 바라보다 당신 역시 스륵, 잠에 듭니다.
….
…....
…......
당신은 잠결에 들려오는 소리를 듣습니다.
이 목소리는 쥬드와 현의 목소리 같네요.
….희미하게 눈을 떠보니 교실엔 두 사람이 없는게,
복도로 나가 대화를 하고 있는것 같아요.
: 《듣기》 판정


뭘... 말한다는 걸까요?
점점 언성이 높아지는게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당신이 둘을 말리러 나가봐야할까 하고 생각 한 순간....
탕!!!!!!! 타앙!!!! 탕!!!!!
하고, 귓가를 찢는 총성이 울려퍼집니다.

(뭐, 뭐지. 몸을 일으킨다.)
현, 현아..?
복도에선 더이상 아무런 말소리도 들려오지 않습니다.

...
당신이 교실 문을 열고 나가자 보이는 것은…
새벽 어스름이 깔린 복도에 총을 든 현과,
...얼굴에 총에 맞아 눈도 감지 못한 채 즉사한 쥬드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 현의 눈동자가 흔들립니다.

..내가 다 설명할게. 그게…

아, 그런데,
설명을 할 시간이 있을까요.
어둑한 복도 너머로 ...
총성을 들은 좀비들의 무리가 복도 양쪽에서 이쪽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옵니다.
한마리, 두마리… 눈으로 어림잡아도 스무마리는 넘어보여요.
교실 안으로 들어가려 고개를 돌렸지만,
운동장쪽에서도 좀비들이 학교 건물로 달려오는게 보입니다.
도망가긴 이미 늦었어요.
이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포기할까요?

돌연, 현이 당신의 손을 잡아끕니다.
그는 캐비넛으로 달려가, 당신을 안에 밀어넣고 문을 잠굽니다.
뭐라 저항할 새도 없이 현에 의해 캐비넛에 갇혔습니다.
문을 열려고 해보았지만,
문 손잡이에 빗자루를 끼웠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열리지 않습니다.
캐비넛에 가로로 작게 난 틈을 통해 슬프게 웃는 현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렇게 말한 현이 꺼내드는 것은,
어제의 그 곰인형.
당신이 뭐라 말을 할 찰나도 없이,
어느새 복도를 가득 메운 좀비들 사이에 현의 모습은 사라집니다.
그리고, 좀비들의 외마디 비명소리들 사이에 노랫소리가 복도에 이질적으로 울려퍼집니다.
반짝반짝 작은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별…
…
…
노랫소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좀비들이 소리를 따라서 일제히 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입니다.
이제 복도에서 좀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새벽의 캐비넛 안은 춥고 어둡습니다.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현은, 현이는…
…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고,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캐비넛의 문이 열리며,
당신 앞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현이 서있습니다.


..현아..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당신을 향해 희미하게 웃는 현을 바라보자,
이스트베일의 그 서재에서 보았던 문장이 스쳐지나갑니다.
[좀비는 감염자를 건드리지 않는다.]
아, 이제 갑자기 이상하게 굴던 현의 그 모든 행동이 이해되었습니다.
…
당신의 눈 앞에 있는 현은, 감염자입니다.
: 이성치 감소 1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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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언제부터일까요?
그는, 이제 곧 좀비로 변해버리는 것일까요?
혼란스러워하는 당신에게 현은, 몇 번 콜록이며 피를 토해낸 후에 말합니다.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네..



왜 전부 이렇게 돼버려..?(닦은 눈가에서 계속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진다.)


이런거 싫어..







가면서... 다 얘기해줄게.
지체할 시간이 없어.

현은 말없이 죽은 쥬드의 짐을 뒤져 식량과 약 등을 챙깁니다.
이젠 시체의 짐을 뒤지는것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잖아요?
그게 설령 자신이 죽여버린 생존자라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인간성을 잃어가는 현이 낮설게만 느껴지는건 ...
비단 그가 감염자라서, 라는 이유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6월 12일 6am
학교를 빠져나오자 동이 트고 주위가 환해지고,
쭉 이어지던 아스팔트 도로 대신 초원에 난 흙길이 보입니다.
원래 도로였을 길위에 자동차로 지나간 듯 풀들이 눌린 흔적이 있습니다.
….정말로 캘버리에 가까워 진 것 같아요.
길을 걸으며 한참을 말이 없던 현은 마침내 입을 엽니다.



….내가 감염자라는 걸 알고,
식량을 훔쳐 도망가려고 했나봐.


그래서, 그래서....
..미안해. 나도 그 때는 당황해서...




(잠시 남은 손으로 품을 뒤적이다가 내내 붙들고 있던 노트를 꺼내든다.)
난.. 이걸 완성하기 전까진, 너에게 아무것도 말할 수가 없어..
...걱정마, 곧 완성되니까.


조금만 날 믿고 기다려 줄 수 있어..?

기다릴게.

각자 다른 생각과 불안감을 품고, 둘은 계속해서 걸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정오가 될 때 쯤, 저 멀리 언덕 위로 십자가가 보여요.
언덕을 오르니 작고 오래되어 보이는교회가 나옵니다.
아까 본 십자가는 교회 지붕에 달린 것이었나 봅니다.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 해가 지고 이동하자. (손에 꼭 힘을 주며 미노를 바라본다.)

교회의 정문을 열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예배당 끝에 걸린 십자가입니다.
인기척이 하나 없는 예배당 안은 고요합니다.
예배당 맨 앞에 짐을 풀고 현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괜찮다면 안쪽을 돌아봐줄래..?




곧 캘버리에 도착하잖아.. 기운차려, 미노야. (응? 살짝 고개를 기울여 시선을 맞춰본다.)




당신은 현을 방해하지 않기로 하고 예배당 안을 돌아봅니다.
예배당의 정면에는 [단상]이 있고,
위에 달린 [십자가]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피아노]와 [계단]이 보입니다.

나무로 된 단상은 가슴께까지 오는 높이입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먼지가 쌓인 단상 위에는 성경이 놓여있습니다.
먼지를 걷어내고 성경을 들어올리자.. 사이에 펜이 끼워져 있습니다.
펜을 따라 성경을 펼쳐보면,
마지막으로 예배를 드렸을 때 사용했을 구절에 밑줄이 쳐져 있습니다.
“여호와여 나를 버리지 마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나를 멀리하지 마소서.”
“속히 나를 도우소서. 주 나의 구원이시여-시편 38장 22절”
당신은 이 문장으로 교회에서 마지막으로 드린 예배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멸망이 도래했으니 구원을 바라는건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네요.

예배당 중앙에 걸린 십자가 입니다. 높고 까마득해요.
십자가에 손을 대어보니 ...
어라, 뭔가 절그럭 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십자가의 뒷면에 손을 넣어보면, 차갑고 울퉁불퉁한 감촉들이 느껴지는게…
열쇠묶음 입니다. 교회의 열쇠들을 여기에 두었나 보네요.

뚜껑이 닫힌 그랜드 피아노 한대가 놓여있습니다.
피아노 위엔 사람들이 사용했을 찬미가와 달력이 놓여있습니다.
날짜마다 엑스표가 쳐진 달력은 지금으로부터 일년 전의 것입니다.
달력을 넘기자 달마다 교회의 중요 행사들이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좀비사태가 터진 이후부턴 각 날짜칸마다는 엑스표시가 쳐져 있는게,
마치 이 교회 안에서 생존한 일수를 센 것 같습니다.
엑스 표시가 끊긴 날짜는 xx월 xx일,
좀비사태가 일어나고 대략 한달 후 입니다.
이 칸은 엑스 표시 대신 동그라미가 쳐져 있네요.

(계단으로 가 본다.)
좁은 나선계단입니다.
위층의 다락방으로 향하나 봅니다.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는 [기도실]이라는 팻말이 있습니다.

...
계단을 올라가자 문 하나가 있고,
그 문엔 기도실 이라 적힌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문이 안에서 잠긴 건지, 잘 열리지 않습니다.
열쇠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아까 얻은 열쇠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춰 보았습니다.
몇번의 시도 끝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엄청난 악취가 느껴집니다.
당신은 이 악취가 슬프게도 익숙합니다.
지독하게도 맡아온, 시체가 썩는 냄새입니다.
: 《이성》 체크

: 이성치 감소 없음
눈살을 찌푸리고 소매로 입을 틀어막은 후 어둑한 기도실 안을 돌아보았습니다.
좁은 기도실 안을 열명 정도 되는 사람들,
아니, 이제는 썩어 백골이 되어가는. 시체들이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시체들의 정 중앙에는 그들이 마지막으로 피워낸 향로가 보입니다.
아마도 이 사람들은 교회에서 삶을 이어가다,
마지막 예배를 드리고 이곳에서 단체로 생을 마감 했나 봅니다.
자신들이 믿는 신에게 구원을 바라면서 말이에요.
그들의 마지막 기도대로, 그들의 영혼은 구원받았을까요?

(안에는 별다른게 없을까..)
기도실 안쪽은 낡아 바스러진 물건들 뿐입니다.

다시 계단으로 내려옵니다.

현은 예배당 앞쪽에 있는 것 같아요. 그만 되돌아 갈까요?

…
당신은 현에게 돌아왔습니다.
몸을 웅크리고 미친듯이 노트에 무언갈 적어내려가는,
이젠 익숙한 그 뒷모습이에요.
한참을 제 일에 열중하던 현은,
곧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신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그의 환한 미소입니다.

드디어.. ...드디어, 완성했어.




미안해.. 그동안 아무런 말도 해주지 못해서.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는게.. 조건 중 하나였거든.




그 때 어떻게 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 뒤로 꿈에 어떤 남자가 나왔거든.


좀비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
그걸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게 조건이었어.


원래는 하루면 변하게 되는걸, 100시간까지 늘려줬거든.
..덕분에 캘버리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네.


그 남자가 머릿속에서 불러주는걸 옮겨적느라... 미안해. 너랑 더 얘기하고 싶었는데.

..아, 아냐......
....
모든 사실을 알게된 당신은 떨리는 눈동자로 현을 바라봅니다.
: 이성치 감소 1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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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각오했던 일이라서 일까요,
당신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평온합니다.
말을 마친 현은 손목시계를 들여다 봅니다.

….이제 16시간 남았네.


최대한 빨리 가고싶지만...
내가 조금만 쉬어야 할거 같아서… 미안해.
해가 지면 출발하자.

많이 피곤할텐데, 푹 쉬어.

현이 당신에게 힘들다는 말을 먼저 꺼낸 것은... 이번이 거의 처음인 것 같네요.
힘들만도 하지요,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로 그 ‘치료제’를 적어 내리느라
현은 몇 날 며칠, 밤을 샜으니까요.
말을 마친 그는 예배당 중앙에 옷가지 몇 개를 펴고 그 위에쓰러지듯 눕습니다.
바닥에 누운 현은 당신을 올려다보며 말합니다.




..잘 자, 현아..
당신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현은 눈을 감고 기절하듯 잠에 빠졌습니다.
...
예배당 안은 고요하고, 공기중에 부유하는 먼지들이 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창틈사이로 비치는 오후의 나른한 햇빛에 의해 십자가의 그림자가 예배당에 길게 깔리면서,
십자가의 음영은 공교롭게도 잠든 현을 가로지릅니다.
잘 자라는 당신의 인사 때문일까요,
아니면 마침내 노트를 완성해서 일까요.
때묻은 노트를 껴안고 바닥에 웅크려서 곤히 잠든 현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도 평온하고,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당신은 그런 현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16시간.
내일 당신이 잠에 들 땐 그 없이 혼자 잠들어야 하겠죠.
당신은 언제나처럼 잠든 현의 옆에 누웠습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이 모든 것이 꿈이기를 바라면서요.
…
…..
언제 잠이 들었는지.
눈을 떴을때 가장 먼저 보이는건 당신을 내려다보는 현입니다.


나..많이 잤어?

좀 푹 잤어? 너도 피곤할텐데.



해가 지는 시간인지,
아직 잠이 덜 깨 흐릿한 시야에 보이는 주변은 온통 붉은 빛으로 일렁입니다.

슬슬 출발하자.

그렇게 말하며, 당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시울마저도 붉게 보이는 것은 노을 탓이겠죠.




...
당신과 현은 함께 걷는 마지막 여정을 떠났습니다.
밤이 되고, 별이 하나둘씩 떠오릅니다.
자동차나 건물의 불빛도, 공장의 매연도 없는 밤하늘은 맑고 선명합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올려다 보면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한 밤하늘은 매우 아름다워요.
안전지대가 정말로 가까워졌는지,
이따금 지나치는 표지판들은 캘버리 교도소로 향하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냥, 조금 실감이 안나서..

그래도.. 캘버리까지 도착하면 안전할거야.

둘은 언제나처럼 나란히 걸었습니다.
한참, 한참을 그렇게 걸어 갔습니다.
…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손목시계를 들여다 본 현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6월 13일 6am
고개를 들자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선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있고,
그 반대편으로는 캘버리 교도소,
당신들의 목적지인 안전지대가 보입니다.
이 긴긴 여정의 끝이 보여요.
작게만 보이던 캘버리는 이제 꽤나 시야에 가까워졌습니다.

아슬아슬하지만 시간에 맞게 도착해서 다행이다..






남은 시간동안, 같이 아침 해가 뜨는 걸 보고 싶어.. (어색하게 웃어보인다.)


당신과 현은 주변의 적당한 곳에 손을 잡고,
서로에게 기대어 앉아 지평선을 바라보았습니다.
맞잡은 손은 이제 인간의 것이 아닌 것처럼 차갑게 느껴져,
당신은 그런 현의 손을 더욱 힘주어 잡았습니다.

너에게 너무 부족한 사람이라 부끄럽고 미안했는데..
이제야 뭔가를 해주는 것 같네.


언젠간... 미노 너에게 더 어울리는 멋진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했거든..

이런방법으론..싫었는데..

이제 마음껏 햇볕도 보고, 사람들이랑 웃고 떠들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야.

너도..그랬으면 좋았을텐데..
사실..처음에는 화도 조금 났었어.


계속 같이 있기로 했는데..
그런데 네가 너무 필사적으로 하는 행동들을 보니까,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어..



언제까지 이런 세상에서 살 수는 없으니까..

알고나서 계속 걸으면서 생각을 정리해보니..
이게 맞는것 같아.
계속 함께하는건.. 내 욕심이겠지?



..사랑해, 미노야.
..최근에는 제대로 얘기도 못 해 준 것 같네.

너랑 함께한 시간이 내게는 제일 소중해.
..사랑해..

널 많이 좋아했던 사람으로 남고 싶어. ...기억해줄거지?

저 먼 초원의 지평선 너머로 밤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며 해가 뜨고,
주변이 차츰 따듯한 빛으로 물들어갑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손을 잡고 동이 트는 것을 오래오래 바라보았습니다.
이 순간이 영원하다면 바랄 것이 없겠어요.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흐르고, 동이 튼 주변이 환합니다.

남은 시간은 10분 남짓.
현은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당신에게 노트를 건네줍니다.

약속해줄 수 있어? ..부디 너만은 끝까지 살아남겠다고.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미련이 남을 것 같아서.

...응..




안녕.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당신은 등을 돌려 안전지대를 향해 달음박질합니다.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것은 차오르는 눈물이겠지요.
당신은 숨을 몰아쉬며 눈 앞의 까마득히 높은 콘크리트 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잠시후 높은 철문이 당신 앞에서 열리는 순간,
등 뒤에서,
타앙,
가슴을 찢는 날카로운 총성이 들려옵니다.
당신이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쿵, 하고 문이 닫히고..
비로소 당신은 안전지대에 도달했습니다.
수많은 생존자들이 당신을 반겼지만 당신 곁에 현은 없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것이 좀비 사태 이후 처음이건만,
당신은 그 어느때에도 느낀 적 없는, 사무치는 외로움을 느낍니다.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당신이 안전지대에 합류하고 수 주가 지났습니다.
연합정부는 노트의 내용이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라는 것을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몇몇 학자들이 이 공식을 본 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오늘, 처음으로 노트의 공식을 사용한 실험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치료제의 이름은 노트의 작성자인 현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 과정 동안 수십개의 사본이 만들어지고…
오늘에야 비로소 당신의 손에 노트의 원본이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겨를이 없어서 펼쳐보지도 못했던 노트는,
여러 사람들의 손을 타 처음보다 더욱 낡고 너덜거립니다.
당신은 이제야 현이 남긴 노트를 펼쳐보았습니다.
한장, 한장 노트를 넘기면 당신이 알아볼 수 있는 모국어로 적힌 것 외에도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만드는 공식이 빼곡하게 적혀있습니다.
당신은 노트를 빠르게 넘겨 마지막 장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노트의 맨 마지막장에 적힌 것은...
END.1 이것은 모두 너를 위한 선택
20190530
유현 로스트
송미노 생환
[캘버리를 향해 걷는 100시간]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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