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18
KPC. 유현
PC. 송미노
[티타니아와 춤을]
.
.
부드러운 음악이 흐릅니다.
낯설기 짝이 없는 멜로디지만 어쩐지 애틋하고, 아련하게 느껴집니다.
이것은 어디서부터 들려오며, 누가 들려주는, 누가 듣고 있는 곡조인가요?
파도에 떠밀리는 것처럼, 귓바퀴를 맴도는 소리를 따라 정신이 좌우로 흔들립니다.
아득하니 멀어졌다가, 선뜩하니 가까워졌다가.
시작도, 끝도, 정체도, 의미도 알 수 없는 노랫소리의 끝에서……


현이 당신을 부릅니다.
눈을 뜨면, 두 사람은 연회장의 문가에 서 있습니다.
손을 내민 현은 노래하듯이, 즐거움에 겨운 목소리로 묻습니다.


현의 얼굴이 아주 가깝습니다.
코앞까지 다가온 그의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왠지 모를 낯섦이 먼저 고개를 듭니다.
현이…… 원래 이렇게 생겼던가요?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2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무언가 다릅니다. 평소와 다르게 느껴집니다.
위화감의 출처가 무엇인지 한참을 찾아 헤매다가 시선이 마주칩니다.
눈도, 코도, 입술도 모두 현이 분명한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쁘게 보이는 걸까요?


..음.. 멋있어보여.

미노, 너도.. 엄청 잘 어울려. (제가 더 쑥스러운듯 뒤로 갈수록 우물우물 말이 흐려진다.)


프롬 파티?
그제야 자신의 차림새 또한 눈에 들어옵니다.
현과 엇비슷한 야회복을 차려 입은 상태로,
가슴에는 꽃을 한 송이 달고 있습니다.


엄청.. 엄청 예뻐.
아, 가슴에 달고 있던 코사지는 아무래도 현이 선물해준 모양이네요.
옅은 보라색을 띠는 화려한 꽃송이입니다.
꽃잎은 하트처럼 끄트머리가 둥글게 갈라졌고,
채 다 피어나지 못한 꽃송이의 모양새가 꼭 심장처럼 보입니다.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8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서늘한 꽃에서 달짝지근한 향기가 묻어납니다.
이런 꽃은…… 듣도보도 못했습니다.
...
뒤늦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면, 연회장의 문가입니다.
투명한 유리를 세밀한 각도로 깎아 빛을 떨어뜨리는 샹들리에가 천장에서 화려하게 빛납니다.
천장에는 커다란 벽화가 빈틈없이 그려져 있고,
바닥은 반질거리는 대리석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벽을 따라 긴 테이블이 서 있고,
색색의 음식이 지나가는 이를 유혹합니다.
샹들리에 아래의 댄스 플로어에선 벌써 몇 쌍이고 손을 잡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군요.





여기가 어디인지, 언제 도착한 것인지,
무엇을 위한 파티라곤 하나도 알 수 없건만,
현은 개의치 않고 웃을 뿐입니다.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홀의 음악 소리가 귓가로 파고듭니다.
부드럽고 잔잔한, 마음을 흔드는 바이올린 곡조입니다.
아, 이런들 저런들 모두 상관없는 일이에요.
눈앞의 현이 이토록 완벽한 모습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걸요.
이곳까지 오기 위해 손을 잡았던 것 같단, 막연한 기분이 듭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우리, 춤을 출까요?

....

현이 다시 손을 내밉니다.
파트너 신청의 정석대로 허리를 숙이며.

쑥스러운 웃음을 흘리는 현의 등 너머로 커다란 창이 보입니다.
눈이 내리지는 않지만, 퍽 추운지 한껏서리가 맺혀 있습니다.




손을 잡고 천천히 댄스 플로어로 나갑니다.
때마침 새로운 곡이 시작되었네요.
경쾌한 박자, 발랄한 음계. 왈츠입니다.
퍽 익숙한 멜로디군요.
: 《예술》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클래식이란 하나 같이 비슷하게 들리니까요.
무슨 곡인지 몰라도 어쩔 수 없죠.
박자에 맞추어 걸음을 옮깁니다.
어깨를 감싼 손과 허리를 끌어안는 팔,
익숙하게 스텝을 밟는 구두 굽 소리,
시샘 추위에 파르라니 떠는 꽃잎처럼 활짝 펼쳐지는 드레스의 치맛자락…...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낭만적인 순간입니다.
현의 뺨은 발그레하니 달아올라 있습니다.
샹들리에의 빛 망울이 머리 장식에 부딪혀 찬란하게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품 안에 가까이 닿은 몸은 지나치게 따뜻해서 떼어 놓기 싫을 지경입니다.
한껏 기분 좋은 감각에 취해있는 사이,
: 《민첩》 판정

기준치: | 40/20/8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아뿔싸. 현과 스텝이 엉키더니……
꽈악.
현의 발을 밟고 말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어야 했는데, 잊어버렸거든요.










현이랑 추는거라..

그래도... 오늘은 미노 너가 즐거워했으면 하니까, 싫은거면 억지로 하지는 않아도 되는데...


아냐, 아까는... 나도 실수한 것 같아서. 괜찮아. (고개를 크게 도리도리 내젓는다.)



또 다시, 음악에 몸을 맡기며 경쾌한 구두소리를 이어갑니다.
: 《예술》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이런...!
또 다시 발을 밟을까 서둘러 스텝을 옮기자,
그대로 몸이 뒤로 기울어집니다.
이러다가 뒤로 꽈당 넘어가겠어요!

다행히도 그런 미노를, 현이 붙잡아 줍니다.
허리를 둘러 안던 팔에 단단히 힘을 주면서. 꼬옥 품에 끌어 안듯이.
바닥까지 내려갔던 몸이 간신히 허공에서 멈춰 섭니다.









음악을 따라 봄의 꽃잎처럼 흔들리기를 여러 번,
어느새 현과 미노는 자연스럽게 궤도에 오릅니다. 익숙한 춤이에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현과 함께했던 것처럼……
…
어째서일까요?
춤을 연습한 기억이라곤 전혀 없는데.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툭툭, 기억 위에 쌓인 먼지를 털고 묻어 두었던 것들을 떠올립니다.
처음 현의 손을 잡았던 일,
음악 없이 몇 번이고 같은 스텝을 밟으며 익혔던 일,
피아노 연주 대신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을 메우던 현의 부드러운 허밍……
그렇게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함께 손을 잡고 걸음을 옮겼었죠.
아, 제대로 추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니겠어요?
...
봄을 닮은 왈츠곡은 끝이 나지 않을 것처럼 아주 오래도록 이어집니다.
원래 이토록 긴 곡이었던가요?
아니면 현과 함께라,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지는 걸까요?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연주가 계속될수록 댄스 플로어에 꽃향기가 가득히 차오릅니다.
마음을 평온하게 가라앉히는, 향긋하고 쌉싸래한 향기.
어디선가 맡아본 것 같은 향기군요.
: 《자연》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벚꽃 향기입니다.
봄 무렵 천지에 흐드러진…….
졸업식이 아니라, 입학식에서나 맡을 수 있는 바로 그.
꽃향기를 따라 고개를 들면, 현의 어깨 너머로 다시 커다란 창이 보입니다.
아까 보았던 그 창입니다.
흰 격자 창틀 사이로 꽃송이들이 만개했습니다.
작고, 부드러운 분홍색을 띤……
다섯장의 끄트머리가 갈라진 꽃잎. 벚꽃입니다.
겨울밤 특유의 차디찬 서리로 가득했던 창의 정경은 어느새 꽃이 만개한 봄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가지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조차 따뜻한 색으로 물들어 있군요.
: 《이성》 체크

기준치: | 60/30/12 |
굴림: | 5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때마침 음악이 멎습니다.
미노와 현은, 함께 댄스 플로어에서 내려옵니다.
...
춤을 추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군요.
댄스 플로어를 내려와, 홀의 가장자리로 벗어나면 긴 테이블에 가까워집니다.
테이블 위에는 색색의 요리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중앙의 커다란 케이크가 유난히 눈에 띕니다.
피망 수프와 나초, 치즈를 깍둑 썰어 넣은 큐브 샐러드, 연어크럼블 스테이크에 치즈를 뿌린 올리브 파스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라즈베리 파이, 설탕을 듬뿍 넣은 레몬 절임과 콩 스테이크, 버터를 발라 구운 감자,
코코넛 쿠키, 시금치를 반죽에 섞은 탓에 초록색 빵과 발사믹 소스, 토마토 카프레제, 치즈 수플레, 전복구이, 토마토 수프, 치즈 라비올리 라자냐와 립 아이 스테이크, 바닷가재 그릴, 티라미수와 에스프레소 젤리……
…
…
한 입씩 먹더라도 전부 먹을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들입니다.
테이블을 훑어보다 보면 문득 깨닫습니다.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음식이 하나 같이 맛있어 보인다는 것을요.
요리사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치즈 들어간 샐러드부터 먹어볼까..?(초롱초롱)

접시가.. (두리번거리다 한쪽 끝에서 작은 접시를 집어 포크와 함께 미노에게 건네준다.)
...! (눈을 초롱초롱 빛내더니 사양않고 포크와 접시를 받아든다. 곧 총총, 샐러드를 향해 다가갔다.)현이 너도 먹자..!











.... (미노 힐끔)

현이 멋있다~!

..미노, 너도 얼른 먹어. (또다시 칭찬이 돌아올까 힐끔힐끔 바라봄)
















샐러드를 먹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을 깨닫습니다.
음식은 어느 것을 먹더라도 훌륭한 맛이지만, 아주 차갑다는 것을.
파스타 그릇에도 얼음을 띄웠고, 스테이크 따위의 고기도, 구운 채소도 전부 서늘한 온도입니다. 디저트도 마찬가지예요.





현의 말에 창밖을 내다보면 벚꽃은 어느새 흔적도 없이 시들었습니다.
꽃잎도, 꽃향기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홀을 가득 채우는 것은 향긋한 음식의 냄새들뿐이고……
창가에 드리운 나뭇가지에는 녹음이 푸르릅니다.
새파란 이파리가 흐드러진 사이,
바람 한 점 불지 않는지 창밖은 유난히 고요합니다.
: 《이성》 체크

기준치: | 60/30/12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

우리 케이크 먹을까?



커다란 케이크는 레드벨벳. 붉은 빵과 하얀 크림치즈가 어우러진 달콤한 것입니다.
산타의 옷자락을 닮은 그 케이크는 무려 3층이나 되는데,
제일 위에는 작은 산타 인형이 앉아 있습니다.
여름이라더니, 웬 크리스마스 케이크인지 모르겠습니다.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케이크 위의 인형을 자세히 보면, 산타가 아님을 금세 알아챕니다.
작고 앙증맞은 사이즈의 인형은 산타 모자를 쓰지도, 붉은 옷을 입지도, 선물 상자를 안고 있지도 않습니다.
대신 화려한 의자에 앉아 권태롭게 케이크 아래를 내려다 봅니다.

현이 케이크의 아랫단을 한 조각 잘라 내밉니다.

: 《행운》 판정

기준치: | 60/30/12 |
굴림: | 1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달디 단 케이크를 한 입 베어문 뒤,
포크로 케이크를 뒤적이는데, 그 안에서 작은 카드가 한 장 나옵니다.
[오베론이, 티타니아에게]
: 《예술》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오베론이라는 사람이 티타니아에게 고백하려고 했던 걸까요?
이벤트를 망쳐버린 걸지도 몰라요.





먹고 싶으면 더 잘라 줄게. 많이 먹어.

















아까 춤추느라 풀어졌나봐. ....으음, 옷도 좀 정리해야 될 것 같은데.






게스트룸은 멀지 않습니다.
복도를 나가 우측으로 꺾은 뒤 한 층을 올라가면 그만입니다.
어떻게 알고 있더라, 묻는다면…… 글쎄요.
창밖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여름이 가득한데 눈이 내립니다.
눈이, 눈이 내립니다. 온통 이상한 일 천지입니다.
…
게스트룸은 단출한 구조입니다.
작은 책상과 옷장, 둘이 눕기에 약간 좁은 침대가 있습니다.
창은 보이지 않네요.
현은 게스트룸에 들어오자마자 침대에 누워서 늑장을 부립니다.

여기서 조금만 쉬다 가자. 응?
당분간은 일어날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얼마나 좋아해주는지, 잘 아니까. 그래서...


..응, 좋아. 좋아서.. 곤란할만큼. 너무 좋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싶을 만큼... 최고로..












..아, 아니야..? (어색하게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며 작게 묻는다.)


...다행이다.. (평소보다 느슨하게 풀어진 얼굴이 따라서 옅게 미소를 머금는다.)









방 안에 눈에 띄는 것은 작은 책상과 옷장, 그리고 현이 누워있는 침대 정도입니다.

서랍 두 개가 딸린 작은 책상입니다.
책상 위에는 심심풀이로 읽을 수 있는 책 몇 권과 잡지따위가 널려 있습니다.
꽃병에는 파란 꽃이 꽂혀 있군요.

여러 가지 책들이 쌓여 있습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 한여름 밤의 꿈, 맥베스와 햄릿…
… 소설책이군요.
분량이 상당해서 다 읽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 《예술》 판정

기준치: | 10/5/2 |
굴림: | 22 |
판정결과: | 실패 |
모두 셰익스피어의 작품입니다. 유명한 작가이니 모를 수 없죠.
: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총 다섯권의 책 중 두 권 정도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볼까요?

[오셀로]
뛰어난 실력과 훌륭한 인격을 갖춘 장군 오셀로.
아름다운 아내 데스데모나와 서로 사랑했으나,
이아고라는 제 3자가 두 사람 사이를 이간질한다.
오셀로는 결국 데스데모나를 오해하고 의심하고, 질투한 끝에 그녀를 죽이고 자살한다.
-

[맥베스]
마녀들의 예언에 현혹 당한 맥베스는 던컨 왕을 살해한다.
피로 얻은 왕위를 불안히 여긴 그는 자신의 왕권을 위협할 인물을 죽이기를 거듭하다가,
...결국 예언을 따라 맥더프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

(꽃병을 살펴본다.)
옅은 보랏빛을 띠는 하늘색의 작은 꽃송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풍성한 꽃송이가 퍽 볼만하군요. 파란 수국입니다.
흰 방과 흰 가구 사이에서 시선을 잡아끄네요.
: 《지능》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여름에 피는 수국. 요즈음에 어울리는 꽃은 아니네요.
파란 수국을 선물하는 의미를 들어본 적 있나요?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
보통 보기 싫은 상대에게 선물하는 꽃이죠. 무정하고 냉랭합니다.

서랍은 잠겨 있습니다. 열리지 않는군요.
열쇠가 필요할 것 같은데…….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음, 여기는 게스트룸이잖아요?
사용하지 말라고 잠가둔 것이 아닐까요?

끄응..
(두번째 서랍을 살펴본다.)
두번째 서랍 역시 잠겨있습니다.

(옷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전에 잡지부터..)
거절당하지 않는 프롬포즈 101가지, 알고 마시는 샴페인, 눈에 띄는 야회복 고르기…….
프롬에 관련된 팁이 여럿 적힌 하이틴 잡지입니다.
: 《자료조사》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프롬 파티의 사건·사고 코너가 눈에 띕니다.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기 위한 프롬 파티지만, 결국 그다음은 이별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S 씨는 프롬 파트너, T 씨와의 이별을 끔찍하게도 싫어한 나머지 프롬이 한참 무르익은 그 밤에 테라스 너머로 몸을 던졌습니다. ]
[덕분에 파티는 엉망진창으로 끝나버렸어요.]
[그리고 학교는 조속한 시일 내에 프롬 파티를 다시 계획해보겠다는 견해를 내놓으며……]
...어떤 의미로는 S 씨가 바라던 바가 이루어졌군요.

으음..(찝찝한 표정으로 옷장으로 향한다.)
옷장의 양 문은 경첩이 없는 것처럼 부드럽게 열립니다.
옷걸이에 걸린 것은……현과 미노가 입은 것과 꼭 같은 야회복입니다.
왜 똑같은 옷이 들어 있는 걸까요?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2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야회복을 고른 것은 누구였던가요.
현? 아니라면 미노?
기억은 희미하지만, 어째서일까.
둘 다 아니라는 확신이 섭니다.
우리는 정말로 이것을 입었던가요.
파트너를 청하고, 손을 잡고, 그럴싸한 드레스와 정장을 고르고… ...
...그렇다면 왜 기억에는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을까요?

(침대로 향한다.)
새하얀 침대. 현은 이미 그 위에 몸을 뉘었습니다.
폭 파묻힌 모습이 퍽 편안해 보입니다.
현이 몸을 뒤척거리자, 문득 시트 아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시트를 걷어내면, 매트리스는 새빨간 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무르익은 단풍잎들이 짓눌리고, 뭉개지며 시트를 칠한 것입니다.
웬 단풍일까요?
현은 그런 미노를 보며 여상하게 대답합니다.

아, 게스트룸의 창밖으로 붉은 단풍이 물결칩니다.
가을바람이 선선해서 이따금 불안하게 흔들리는군요.
마치 피에 젖은 것처럼 붉고, 붉고, 선명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렇게 불길하게 느껴지는 것은.
: 《이성》 체크

기준치: | 60/30/12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그리고 이어서,
문득 깨닫습니다.
이 곳. 게스트룸에는 창이 없었노라고.
: 《이성》 체크

기준치: | 60/30/12 |
굴림: | 1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한편, 단풍잎의 표면은 하나 같이 엉망입니다.
짓눌렸거나, 뭉개졌거나, 찢어졌거나.
심지어 벌레가 갉아먹은 것처럼 구멍이 잔뜩 나 있습니다.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벌레가 갉아먹은 그 흔적이……
삐뚤빼뚤하지만, 글자를 이루고 낱말을 맞춰 문장을 적었습니다.
[당신의 온전한 행복을 바라요]





저기..
혹시 서랍 본 적 있어?





현은 말가니 눈을 깜빡이며 의아한 얼굴로 미노를 바라봅니다.
마치 ‘왜 나한테 물어?’ 하고 얼굴에 씌어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미노는 그런 현의 말이 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미노에게 잠겨있지 않다니. 이게 무슨 말이죠?
서랍이 지문 인식이라도 한단 말인가요?
…
하지만 정말 그렇습니다.
현의 말을 듣고 뒤돌아보면, 서랍은 한 뼘이 조금 안 되게 열려 있습니다.
어느새?
: 《듣기》 판정

기준치: | 70/35/14 |
굴림: | 4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서랍에 정신이 팔린 당신에게, 현은 영문 모를 질문을 던집니다.

..너는, 자신을 잠가둘 수 있어?



서랍은 위, 아래. 총 두 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랍의 레일이 매끄럽게 미끄러지고 소리 없이 틈을 벌립니다.
오, 놀랍게도 그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습니다. 넘쳐 흐르기 직전이에요.
찰랑거리는 표면 위, 혹은 투명한 수심 아래로 한 쌍의 은반지가 몸을 담그고 있습니다.
이런, 다 젖어버렸군요.

(반지에 손을 뻗어본다.)
미노의 기억에 남아있는, 익숙한 반지입니다.

서랍을 잡아당기는 순간 훅 퍼지는 것은 지독한 꽃향기.
서랍은 흰 꽃으로 잔뜩 채워져 있고,
가운데에 흰 카드 하나가 파묻혀 있습니다.

[졸업이 목전에 다가왔어요.]
[우리 함께 이별의 인사를 나누고, 춤을 춰요. 슬픔 따윌랑 잊고서……]
프롬 파티의 초대장다운 그럴싸한 문장이네요.
: 《관찰》 판정

기준치: | 85/42/17 |
굴림: | 8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카드의 뒷면에는 보내는 이와 받는 이가 적혀 있습니다.
[티타니아가, 송미노에게]
그러나 보내는 곳도, 받는 곳도, 목적지조차.
주소라곤 한 줄도 적혀 있지 않군요.
...게다가 티타니아란 누군가요?
송미노, 잘 생각해봐요. 당신이 아는 사람인가요?

..(흘긋 현을 돌아본다.)





…
다시 매어주기 위해 풀어 내리자,
얇고 부드러운 천이 흘러내리고, 목덜미가 드러납니다.
넥타이를 걷어도 현의 목에는 여전히 붉은 것이 매여 있습니다.
아니, 매인 것이 아닙니다.
붉은…… 자국이군요.
목덜미를 완전히 감싼 자국은 마치 실선처럼 얇고 가늘며, 새빨갛습니다.
꼭,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정확히 자르기 위해 그려둔 절취선처럼.
당장이라도 그 자국을 기점으로 머리가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질 것처럼 위태롭습니다.








다시 홀로 내려오면, 느린 음악이 흐릅니다.
댄스 플로어에는 몇몇 커플이 춤을 추고 있고,
대부분은 테이블 근처에 서 있거나 자리를 비운 뒤입니다.
휑하군요.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걸음을 옮기는데…
…
무언가 이상합니다.
이 사람들, 사람이 아니에요.
머리가 있어야 할 목 위에는 부글부글 끓는 거품이 대신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모독적인 색.
거품은 부풀었다가 터지고, 어떤 형태를 이루다 다시 녹아내립니다.
두꺼비를, 혹은 뱀을, 그보다 더 차고 소름 끼치는 것을 닮은 형상을.
: 《이성》 체크

기준치: | 60/30/12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1
왜 여태까지 몰랐을까요?
주위에 제대로 된 얼굴을 달고 있는 사람이라곤 현과 미노가 전부입니다.
현의 안색은 변함없습니다.
괴이한 것들도 두 사람에게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끔찍함을 느끼는 것은 오직 미노뿐입니다.
귓가에는 여전히 평온한 음악이 흐릅니다.
미노는 어렵지 않게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됩니다.
이 홀 내에는 곡을 연주할 악기도, 스피커도 없다는 것을.
…
이 음악은 대체 어디에서 들려오는 것인가요?
…
…
눈을 깜빡이면, 창밖에 까맣고 차가운 밤이 드리웁니다.
앙상한 가지와 서리가 서린 창, 새까맣고 건조한 밤하늘…
…아, 그래. 겨울이에요.
이별과 죽음의 계절.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현은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그저 미노의 손을 소중히 붙잡고, 테라스로 이끌듯 걸어갑니다.
…
…
격자창이 열리고, 커튼이 드리우고,
천 너머로 새어드는 희미한 불빛이 두 사람의 옆얼굴을 밝힙니다.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테라스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새까만 어둠, 심연.
그저…… 깊고 깊은 수렁이 그곳에 존재할 뿐.
창을 통해 보았던 벚꽃, 여름의 녹음과 가을의 단풍, 겨울의 앙상한 가지는 찾아볼 수 없군요.


현은 당신에게 샴페인 잔을 내밉니다.
우린 테이블에 들리지 않았고, 내내 빈손이었는데.
이 잔은 어디서 났단 말인가요?
잔에는 투명한 연보랏빛의 무언가가 담겨 있습니다.
현몫의 잔은 없고, 이것은 미노의 잔입니다.



네가 알아야 되는, 모든 것..

..(조심스레 잔을 받아든다.)


잔을 기울이면 아찔한 단내가 쏟아집니다.
지독하고 강렬한 향기와 달리 혀를 적신 것에선 아무 맛도 나지 않습니다.
향수 탄 물을 마시는 것 같은 끔찍한 기분입니다.
곧이어 잔 속의 액체처럼 머릿속이 출렁입니다.
기억이 뒤섞이고, 재조립되고, 다시 완성되는 메스꺼운 감각.
독을 마신 것처럼, 코사지마저 순식간에 시들고 머리를 떨굽니다.
: 《아이디어》 판정

기준치: | 50/25/10 |
굴림: | 2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미노는 떠올립니다.
우리에게 일어났던, 그 짧은 비극을.
여느날과 같은 아침.
여느날과 같은 일상.
현을 마중나갔던 현관.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포옹.
미노는 현관 밖을 나서는 현의 뒷모습을 보면서도,
그것이 그를 보는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TV에선 급작스러운 열차 사고 소식이 흘러나오고,
수많은 사상자 가운데 현의 이름이 있을 것이라고.
누가 예측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 사고는 미노에게서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갔습니다.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보내야 했던 서글픈 마지막을.
…
이것은 착각도, 망상도 아닙니다. 분명한 진실입니다.
그러나 때론 기만보다 진실이 더 잔인한 법이에요.
: 《이성》 체크

기준치: | 59/29/11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이성 수치 감소 1




(침울한 기색으로 눈을 내리깐다.)


마지막....

이제 서로가 서로에게서 졸업하는거지..
이별하는 거야.


나는 죽었고.. 미노, 너는 살았으니까..
당연한 일인걸.


난, 있지. 내가 없어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는 이제, 너한테 해줄 수 있는게 없으니까...


나는..
날 잊고, 더 소중한 사람을 만나서.. 네가 더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

아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들었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는 만들어 줄 수 없는걸.

너랑 함께있으면 안돼..?

곧.. 꿈에서 깨면, 영영 이별이야.
나는... 단지, 너랑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가장 행복한 순간에.. 가장 행복한 방법으로.


나와 이별해줄래?

..꼭, 대답을 해야할까..?


안녕, 현아..
우리.. 이별하자.(단어 하나하나 천천히 입밖으로 내벹는다.)
문설주를 따라 덩굴이 싹을 틔웁니다.
연록색의 줄기, 희고 둥근 열매.
겨우내 살아남고 겨울의 끝을 알리는……
겨우살이입니다.
겨우살이 아래에서 입 맞춘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하던가요.
이 얼마나 고전적이고 고리타분한 클리셰인지.
하지만 사랑받기에 클리셰라는 말이 있지요.
이것은 미노의 행복을 바라는 현의 클리셰,
단 하나의 소원입니다.
겨우살이 아래에 선 현은, 미노를 향해 웃습니다.


…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것과 동시에 미노는 직감합니다.
막이 내릴 때가 되었다고. 이제는 완벽한 이별이라고…
….
저편의 모서리가 희게 새기 시작합니다. 아침이 밝고 있는 것입니다.
밤중에 만나 아침이 되면 사라진다니.
이 얼마나 서러운 운명인가요.
몇 번을 겪더라도 이별은 참담하고, 먹먹하고, 서글프기만 합니다.
그래도…
…
…
미노는 눈을 뜹니다.
어둑한 시야에 익숙한 천장이 보입니다. 미노의 방입니다.
샹들리에의 화려한 불빛, 모독적인 머리를 한 정체 모를 괴물들,
창 너머로 흐르는 사계와 꽃잎처럼 흩어지는 드레스 자락…
….
주위를 둘러보아도 현은 온데간데없고, 사위도 쥐죽은 듯 고요합니다.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미노의 세계, 현실, 새로운 아침.
꿈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법이니까, 당연한 이야기죠.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현과 나눈 이별은, 마지막 인사는 완벽했나요?
현의 바람대로 모든 슬픔을 씻어내고, 행복해질 준비가 되었을까요?
한낱 꿈으로는 턱없이 가누기 힘든 슬픔이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아요.
한여름 밤의 꿈은 짧을지언정 잊히지 않을 테니.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베개 아래를 들추면 흰 카드 한 장과 시들지 않은 연보랏빛 꽃을 발견합니다.
카드에는 짧은 문구만이 쓰여 있습니다.
[ 사랑받는다는걸 알게 해줘서 고마워. ]
[ 안녕, 행복해야해. ]
분명히 현의 필체입니다.
눈을 깜빡여도, 문질러 보아도 그것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생생하게 만져집니다.
마치…… 꿈이 아닌 것처럼.
하지만 말도 안 돼요. 죽은 이의 편지를 받을 수 있을 리 없잖아요.
꿈이 아니라면 이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요?
답해주는 이는 없습니다.
창 너머의 새 지저귀는 소리만 선명합니다.
하지만 이것에 이름을 붙인다면, 기적이라 불러도 좋겠지요.
END 2. 티타니아, 한여름 밤의 꿈은 끝났어요.
20190419
유현 로스트
송미노 생환
.
[티타니아와 춤을]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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