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1
KPC. 유현
PC. 송미노
[사막의 끝자락에 달무리가 걸릴 때]
-
-
당신과 현이 함께 한지 얼마나 지났을까요.
홀로 잠들던 밤이 사랑하는 이의 온기로 채워진다는 것은,
...그야말로 더 바랄 것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염원하던 사람과 함께하는 아침. 숨 쉬는 것조차 축복같은 이 행복.
영원할 것 같던 나날은, 현의 느닷없는 실종으로 깨져버리고 맙니다.
현이 평소 친했던 친구들이나 직장, 그리고 경찰을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그는 마치 세상에서 증발해버린 사람처럼,
그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
…
어느덧 당신은 현을 찾아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그가 없는 일상에 익숙해졌습니다.
잊는 것이 힘들 줄만 알았는데.
그 어느 누군가,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요.
이젠 현에 대한 기억마저 희미해져갑니다.
...
...
오늘도 하루 일과를 마치고 늦은 저녁, 둘이 함께 살던 집으로 향합니다.
가을에서 겨울로 계절이 넘어가려고 하는 듯,
날카롭게 불어오는 바람에 코 끝이 시립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현이 사라진지 딱 한 달 째 되는 날입니다.
...
모퉁이를 돌아 집 앞에 도착한 순간,
당신은 창문을 통해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침엔 분명 불을 다 끄고 나왔는데, 도둑이라도 든 걸까요?
이상함을 느끼고 현관으로 한 발짝 다가가자,
벌컥,
문이 열립니다.
그리고 곧 당신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당신이 그토록 찾아다니던 유현입니다.


현..이야?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언제부터 있었어..?
영영 안돌아오는줄로만 알았는데..

미안... 얘기도 없이 가버려서. (슬쩍 눈치를 보다가 손을 뻗어 잡아본다.)



현,이 맞네..


..이제 어디 안갈거지?

..아.
아직, 저녁 안 먹었지? 미노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저녁 차려놨어. (어깨에 머리를 약하게 부빗거린다.)





아직, 아무것도 안먹었어!

어.. 얼른, 들어가서 먹자. 배고프겠다.


그러고 보니 여태 현관에 서서 대화를 했습니다.
현은 당신의 손을 잡고 집 안으로 들어옵니다.
집 안으로 들어오자 주방에서 맛있는 음식 냄새가 풍겨옵니다.







너도~..

(요리를 해주는게 오랜만이라, 입에 맞을지 관찰하듯 힐끔거린다.)




많이.. 많이 먹어. 모자르면 이따가 더 만들어 줄게.


같이 밥 먹는거, 오랜만인 것 같아서.. (좋다는 말은 들릴듯 말듯, 마지막에 작게 중얼거려본다.)


드.. 들렸어?


(화제를 돌릴만한 여러가지 말들을 떠올리다가 간신히 입을 연다.) ..피곤할 텐데,
얼른 밥 다 먹고.. 같이 푹 쉬자.

오늘도..같이 잘거야..?(우물우물..)

다,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는데.. 안 돼? (열심히 오가던 포크가 잠시 멈춰 선다.)

나, 나는 좋아..

계속, 옆에 있겠다고 했으니까.

(그제서야 남은 파스타를 열심히 입에 우겨넣는다.)





나야.. 미노, 너한테 요리해주는거 좋아하는걸.


아침에 뭐 먹고 싶어?

..된장찌개?

어... 일찍, 일어날거지? (조심스럽게 물어봄)

음..........
흐으음......
응..

...정말?








....
....?
어.. 더 줄까?



(흘끔)
요리 몇인분씩 해둬..?

얼마나 먹을지 몰라서, 그냥 넉넉하게...
(흘끗, 냄비에 아직 수북히 쌓여있는 파스타를 곁눈질한다.)

..왜, 왜...?
(본의아니게 원망스러운 목소리..)

아, 그.. 별로야? 다음부터는 조금만 할까. (살짝 의기소침해진듯 어깨가 쭈그러진다.)

그, 으...(왜 중간이 없지..)아니, 많이해줘서 좋긴 한데..(우물우물..)
아무것도 아니야...(포기)
너무 좋아..

(묘하게 들뜬 얼굴로 제 접시에 있는 파스타를 다시 우물우물 먹기 시작한다.)

미노와 현은 오랜만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이어나갑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꽤나 긴 시간이었는지,
예전에 함께 나누어 먹던 저녁 식사가 흐릿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정신없던 밖에서의 일과도 피곤했는데,
집에 오자마자 여러 일이 겹치다보니 평소보다 더 피곤한 느낌이네요.
식사가 끝나자마자 서둘러 잘 준비를 마치고,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했습니다.
...
둘은 오랜만에 나란히 침대에 누웠습니다.
방 안에는 오랜만에 평화로운 어둠이 내려앉습니다.





앞으로는 계속... 계속 이렇게 같이 자자.






(조심조심, 이마에 쪽 짧은 입맞춤을 남기며) ..잘자, 미노야.


…
…
꿈을 꿉니다.
아득한 꿈속에서,
당신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어둠속을 걷고 있습니다.
: 《듣기》 판정

Value: | 70/35/14 |
Rolled: | 65 |
Result: | Success |
...
그때,
누군가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습니다.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거지?
주위를 둘러보지만 어두컴컴하기만 할 뿐, 보이지 않습니다.
어둠 속에서 소리가 들린 곳을 찾아 두리번거릴 때,
아, 또…
또 다시 목소리가 들립니다.
“송미노.”
...
...
당신은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납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다정한 시선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현이었습니다.

일어날거지...?

5, 5분만 더..(비몽사몽)







5분 뒤에 꼭 나와야해? (토닥토닥, 손까지 두드리다가 몸을 일으킨다.)


(5분 뒤에 일어날 수는 있나...?)


약속 했으니까... (우물우물거리며 방 밖으로 나가려는데 자꾸만 불안하다.)


(부엌이나 여기나 마찬가지니까... 그냥 방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침대가 움직이면 혹여 그전에 깨버릴까, 밑 바닥에 슬쩍 몸을 앉히고 미노를 힐끔 구경하듯 바라본다.)

...!(움찔)



(5분은 이미 지난 것 같은데...?)
...미노야?


(바닥에 무릎만 붙인채 상체를 한껏 숙인다. 쪽쪽, 볼에 입을 맞추며 살살 흔들어본다.) ..미노야..



안먹어...(;)(아무말..)

...아.. 안 먹어..?




.... ......
..흡. (작게 코 훌쩍거리는 소리)




(어깨를 한껏 쭈그러트린채 몇 번더 코끝을 훌쩍인다.)
그럼, 더 자..

현, 현이.. 너..울어..?
(코 빨개..)

(훌쩍)

그..그래..?몸조심해..
그, 찌개 끓여뒀어..?(기억못함)

이따가 먹을 거 남겨둘게..



같이 먹기로 했잖아..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얼떨떨한 얼굴..)
(그래도 좋은건 좋은거니까... 훌쩍이던걸 꾹 참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럼 식기전에 얼른 먹자. (살짝 손을 내민다.)


...
미노는 현의 손을 꼭 잡고 부엌으로 향합니다.
솔솔 풍겨오는 맛있는 냄새.
이른 아침이지만 식욕이 마구 샘솟는 기분이네요.


너도 많이 먹어~!

..아, 맞다.
저기, 미노야.


그동안 같이 못 있었으니까...
오늘은 다른 일 다 미루고 같이 있고 싶은데..
..오랜만에, 음음..
데이트 갈래..?

좋아..!
(일이 중요하냐! 현이 데이트 하자는데..!)

그럼, 빨리 밥 먹고 얼른 나가자.

(우물우물)빨리 먹을게..



…
오랜만에 데이트라니. 생각만해도 벌써 설레는 기분입니다.
부랴부랴 식사를 끝마치고,
두 사람은 나갈 채비를 끝낸 뒤 손을 잡고 나왔습니다.
공기는 쌀쌀했지만 하늘이 맑아 따스하게 비추는 햇빛에
춥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 데이트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집이 있는 주택가에서 큰길로 나오면 세 갈래길이 나옵니다.
세 길은 각각 마을의 [카페],[공원],[성당]으로 향합니다.
어디부터 가볼까요?



디저트도 같이 먹고 오자.


(맞잡은 손을 살살 휘적거리며 천천히 카페로 향한다.)
...
둘이 자주 들리던 집 근처 카페입니다.
느긋하게 대화하며 커피를 한잔 마셔도 좋겠고,
테이크아웃을 해가서 들고가도 되겠죠.
카페의 선반에는 잡지나 책들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매일 케이크가 바뀌는 카페의 오늘의 메뉴는 블루베리 케이크 라고 합니다.




아, 그럼 이거 사들고 가서.. 공원에 놀러갈까?
여기서 먹어도 괜찮고... (힐끔)



음..
타로버블티!
(버 버블티 판매 하나?)
없으면 카라멜 마끼아또..


타로버블티 주세요~!



직원: 타로 버블티랑 핫초코, 블루베리 케이크 맞으신가요?






직원: (멀뚱....)


rolling 1d2
()
2
2
(시무룩)

계산은 이 카드로 할게요.. (묘하게 올라간 입꼬리를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직원: 카드 받았습니다. 음료는 바로 준비해드릴게요.






요리도 네가 했는데..
(추욱..)

다.. 음, 다음에, 다른거 사줘.
아주, 나중에... (작은 소리로 웅얼웅얼 혼잣말)



직원: 음료 두 잔이랑 케이크 나왔습니다-


피크닉같다..!

기억 안 나?
...공원으로 소풍을?
그런 기억이 있던가요?
흐릿하긴 하지만 그랬던 것도 같고…
그다지 대수롭지는 않은 기분입니다.


..그랬었나?

일단.. 갈까?



이건 내가 들게..(음료 한잔을 손에 들고 반대편 손으로 팔짱을 낀다.)

(알았다는듯 꾸벅대며 나머지 음료를 들고 꼭 몸을 붙인다.)

(꼬옥)

...
꽤 넓은 호수를 끼고 둥글게 산책로가 조성되어있는 공원입니다.
카페에서 그리 멀지도 않아서, 데이트하듯 가볍게 걸어오기 딱 좋은 거리입니다.
일렬로 늘어진 나무들은 색색의 단풍이 들어 다채롭고,
나뭇잎들 사이로 햇빛이 내리쬐면서 투명한 그림자를 만들어냅니다.
: 《행운》 or 《관찰》 판정

Value: | 85/42/17 |
Rolled: | 89 |
Result: | Fail |
호수 표면에 당신과 현의 모습이 비칩니다.
호수 표면을 들여다 보려는 순간,
첨벙ㅡ!
오리 한 마리가 호숫가로 뛰어듭니다.
잔잔하던 호숫가에 순식간에 큰 파문이 일어 당신과 현의 그림자가 크게 일렁입니다.





날씨 엄청 좋네..

그러게..

..아, 케이크 먹어야지. (손을 뻗어 손가락 끝으로 미노의 볼을 살살 쓰담거린다.)






응, 태그도 많이 달아둘게. (조심조심 폰을 꺼내 이리저리 각도를 살피다 찰칵, 찍어본다.)
..어때? (미노에게 살짝 들이밀며 찍은 사진 보여줌)

분위기 있어서 완전 좋아..
나보다 사진 더 잘찍는데..?(꼼질)

(부끄러운 마음에 조용히 툭툭, 핸드폰만 두드리며 열심히 태그를 달고 있었다.)



..? 그.. 여기 글 써도 되는데..

글까지 쓰는건 왠지 쑥스러워서..




케이크, 먼저 먹어봐.

합..(우물우물)
...
(점점 밝아지는 표정)

어때?


맛있어? (손끝으로 살살 볼을 쓰담거린다. 문질문질...)

(꿀꺽)..너도 먹어봐.

응, 나도 먹을게. (포크 하나를 들어서 작게 떠 먹어본다. 입안에서 점점 퍼지는 달콤한 맛이 기분좋은듯 표정이 훅 풀어진다.)
..맛있네.

자주 케이크 사러 나오자.


(다시 우물우물..)

..아, 근처에 성당도 있는데. 거기도 들렸다 가도 좋아.
미노, 너가 전에 그 성당 구경하고 싶다고 했잖아.

그랬었나..?
(꿈뻑..)


일단 가보자!



(점점 조그맣게 줄어들다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케이크를 힐끔힐끔.... 미노에게 밀어준다.)

안..먹어?


(흘끔)(깔짝깔짝)
고마워..
(남은 케이크를 쏙 입에 집어넣는다.)

(같이 동봉되어 있던 티슈를 집어서 조심스럽게 미노의 입가를 톡톡 닦아줘본다.)

(곧 케이크를 삼켰는지 부스스 웃어보인다.)



(툭툭,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미노의 손을 잡는다.)


...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 뿐 아니라 일반 방문객들도 찾아오는,
매우 아름답게 지어진 성당입니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뾰족한 첨탑이 하늘을 찌를듯 솟아있고,
예배당 안은 몇몇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이 있어 매우 조용하고 정적입니다.
높은 천장에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색색으로 분산되며 넘실거립니다.
...
성당을 둘러보던 당신은 문득 성당 벽에 설려있는 한 그림을 발견했습니다.
양쪽에서 두 신이 각자의 천사들을 데리고 싸우고 있는 모습이네요.
가운데의 인간은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그림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한번쯤 멈춰서서 돌아보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습니다.





마음에 들어해서 다행이다..
나도 여기 직접 들어오는 건 처음인데.. (깜빡대며 돌아본다.)

나도 처음이긴 하지만...







나도 다른거 자주 까먹기도 하니까..

간만에 데이트인데...

(성당이라서, 다른 스킨십은 못할 것 같으니까..)

성당은 여기만 볼 수 있나..?(두리번)





그럼 이만 나갈까..?



…
성당을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가던 중,
당신은 갑작스럽게 두통을 느낍니다.
날카로운 두통에 머리가 쪼개질것까지 아파오고, 다리에 힘이 풀립니다.
눈 앞이 순식간에 어둠으로 잠식되는 기분. 대체 이게 뭘까요?
: 《듣기》 판정

Value: | 70/35/14 |
Rolled: | 53 |
Result: | Success |
“미노야...!”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두통을 느끼던 중,
갑작스럽게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습니다.
이 목소리는 대체 누구죠?
주위를 둘러보지만 ...
두통으로 인해 시야가 일렁이는 탓에 주변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
두통이 조금 가시고 나니, 다시 주변의 풍경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아, 그보다 현과 막 성당에서 빠져나온 참이었죠.
어지러운 시야를 바로 잡으며 주위를 다시 살피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는 현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만 집에 돌아가자...



오늘 컨디션이 안좋은가...?


내가..여기 오자고 했다며..


난 괜찮으니까..이만 돌아가자.



..얼른 가자.

...
...
당신과 현은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약을 먹으니 두통이 한결 나아진 느낌입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일찍 쉬는 편이 좋겠죠.
아무래도 요즘 무리를 한 모양입니다.
몇 번이고 당신이 아프지 않은 것을 확인한 현은, 나란히 침대에 눕습니다.


이제 안아파.


걱정끼쳐서 미안..

(훅훅 고개를 내저으며 달래듯 등을 토닥인다.)

몸관리 더 잘해서 데이트도 열심히 다녀야겠다.

데이트는 나중에 또 가면 되지. (상체를 숙여 어깨에 부비적거려 본다.)


잘자, 미노야.. 아프지 말고.


…
…
당신은 또 다시 꿈을 꿉니다.
무거운 눈꺼풀을 들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제와 같이, 칠흑같은 어둠속을 걷고 있습니다.
: 《듣기》 판정

Value: | 70/35/14 |
Rolled: | 84 |
Result: | Fail |
그때, 누군가가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거지?
...주위를 둘러보지만 어두컴컴하기만 할 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어쩐지 아까와 같이 머리가 아파올 때,
또 한 번…
...
“..미노야.”
…
눈을 뜨자, 현이 당신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괜찮은 거야?

어..응...

..조금 더 잘래?
어제부터 안 좋아 보여.

너랑 더 있고 싶은데...

...아, 음.
그리고, 저기...
정말 미안한데..
오늘은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잠깐 어디 좀 다녀와야 해.


정말 금방 다녀올게.






(이제 일어나서 가면 되는데... 헤어지기가 아쉬운지 자리에서 꼼지락거린다.)
문.. 앞까지만, 같이 가면 안될까..? 그, 배웅..같은거.


돌아와서, 이따가 저녁에는 더 맛있는 거 해 먹자.


(지나가다가 식탁에 차려둔 음식이 보이자 잠시 걸음을 멈춘다.) 아침이라서, 근사한 건 못해놨는데... 다른 찌개 하나랑 밥 정도만..






(너무 찰나의 순간이라 아쉬운듯 한동안 자리에서 머뭇거린다.)
..그럼, 갔다올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
이제 막 같이 있게 된지 얼마 안됐는데.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쉬웠지만,
금방 돌아온다고 약속 했으니까, 괜찮을겁니다.
...
무언가 바쁜 약속이라도 있는지,
서둘러 걸어가는 현의 모습은 점차 작아지다가 이내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쌀쌀한 바깥 공기를 느끼며 집으로 들어가던 와중,
당신은 현관문과 벽에 작은 갈색 얼룩을 발견합니다.
이게 뭘까요?
: 《관찰》 판정

Value: | 85/42/17 |
Rolled: | 93 |
Result: | Fail |
당신은 헝겊에 물을 적셔 얼룩을 닦았습니다.
오래된 얼룩인지, 잘 닦이지는 않네요.
어쩐지 찜찜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현관에서 혹시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예전에는 분명 저런 얼룩을 본 기억이 없는데 말이에요.
갑자기 낮설게 느껴지는 현관문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
...아,
그러고보니...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오래전, 당신과 현은 함께 현관에 cctv 를 설치해두었죠.
택배 상자를 도둑맞는걸 대비해 설치한 cctv지만... 설마 이런 일에 쓰일 줄이야.
옛기억을 상기시키며 당신이 cctv를 올려다보자 무언가 이상함을 느낍니다.
: 《관찰》 판정

Value: | 85/42/17 |
Rolled: | 98 |
Result: | Fail |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는 cctv라면 켜져있어야 하는 불이,
왠지 모르게 꺼진 상태입니다.
배터리가 다 되기라도 한 걸까요?
묘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익숙한 현관, 익숙하지 않은 작은 풍경들.
그 속에서 미노는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낍니다.
정말 현관에서 무슨 일이 있기라도 했던 걸까요?
이걸 현에게 알려야 할지, 당신은 핸드폰을 쥐고 망설입니다.

으음....
(문자만 남겨둬보자..)
당신은 현에게 문자를 남겨둡니다.
CCTV나 작은 얼룩들은 하나로 묶어서요.

그렇게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현에게 답장이 옵니다.
[잠깐만, 일 보던거 거의 끝났으니까 금방 돌아갈게.]
역시, 현의 성격답게 문자는 거기에서 짤막하게 끝이 납니다.
...
답장을 받고도 괜히 불안한 마음에 집의 마당을 걸으며 주변을 둘러봅니다.
넘쳐오는 불안감.
이럴 때에 현이 있더라면, 조금이나마 진정할 수 있을 텐데.
어지러운 당신의 시야에 문득, 지하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몇 년간 창고로 사용하며 방치된 지하실인데,
...이상하게도 최근에 문을 연 흔적이 있습니다.
들어가 볼까요?

(들어가 본다.)
…
당신은 지하실로 통하는 문을 엽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계단 밑은 당신을 삼킬 듯한 어둠이 자리를 잡고 있고,
빛을 받은 희뿌연 먼지가 공기 중을 유영하고 있습니다.
퀴퀴한 냄새에 목이 아플 지경입니다.
…
열린 문에서 들어오는 햇빛에 의지하며 계단을 한발짝, 한발짝 내려갑니다.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하며.
그렇게… 지하실 계단을 다 내려갔을 때,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지하실 문이 닫히고, 완전한 어둠 속에 갇혀버립니다.
자신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고 캄캄한 어둠 속.
한치 앞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 마치 그 꿈 속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네요.
어둠에 눈이 조금 적응되자 윤곽으로나마 사물을 구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더듬더듬 손을 짚어,
벽을 열심히 살핀 끝에 간신히 조명 스위치를 찾아냈습니다.
: 《행운》 판정

Value: | 60/30/12 |
Rolled: | 5 |
Result: | Extreme |
깜빡, 깜빡.
천장의 전구가 몇번 깜빡이더니
팟, 하고 불이 켜지며 좁은 지하실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
좁은 지하실은 환기가 되지 않는 지하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납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물품들을 하나 둘 살펴보던 당신은,
그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상자1], [상자2], [책상] 을 발견합니다.

쌓여있는 상자들 중 맨 위에 있는 상자를 열었습니다.
상자 안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한건… cctv입니다.
복잡한 선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습니다.
어쩌면... 불이 들어오지 않았던 이유가, 가짜였기 때문은 아닐까요?

: 《관찰》 판정

Value: | 85/42/17 |
Rolled: | 99 |
Result: | Fail |
그 외에 더 살펴볼만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상자 2를 살펴본다.)
당신은 그 다음 상자를 열기 시작합니다.
상자 안에는 락스, 고무장갑, 헝겊, 청소 숄 등이 들어있습니다.
헝겊과 청소 숄에는 오래 된 검붉은 얼룩이 묻어있습니다.
불현듯, 현관문에서 보았던 얼룩이 떠오릅니다.
...이것은 아마도, 피를 지운 흔적이겠지요.
도대체 당신의 집 현관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걸까요?

(책상을 살펴본다.)
창고 맨 구석에 있는 책상으로 다가갑니다.
오래 지하실에 있던 책상 위에는 먼지가 소복히 쌓여있습니다.
책상 위에는 [노트북]이 놓여 있으며,
그 아래엔 책상과 한 세트로 보이는 [서랍]이 놓여있습니다.

노트북의 전원 버튼을 누르자 오랜 부팅 끝에 화면이 켜집니다.
바탕화면으로는 사막의 지평선 끝에 달이 걸려있는, 노트북의 기본바탕화면 중 하나입니다.
기종도, 컴퓨터 상태도 아주 오래되어 보입니다.
아마도… 예전에 현이 사용하던 노트북인 것 같습니다.
딸깍, 딸깍.
컴퓨터 파일들을 둘러보니...
예전에 둘이 찍은 사진, 다운받은 영화, 일과 관련된 서류 등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다지 특별한 건 보이지 않습니다.

(서랍을 살펴본다.)
책상 밑에 딸린 작은 서랍장은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서랍을 차례차례 열어보기 시작합니다.
잡다한 필기구, 오래된 전선, 덜 쓴 메모지들, 먼지…
대부분은 쓰잘데기 없는 잡동사니입니다.
그렇게 맨 아래의 서랍까지 도달하고,
그 안에서 한 [usb] 를 발견합니다.

usb를 노트북에 연결하자 [비밀번호를 입력하시오]라는 창이 뜹니다.
비밀번호라니… 입력할만한게 있을까요?

현의 노트북이니, 그와 관련된 숫자일수도, 아니면 당신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곰곰이 생각에 잠기며 천천히 숫자패드 위에 손을 올려봅니다.

: 《아이디어》 판정

Value: | 50/25/10 |
Rolled: | 78 |
Result: | Fail |
올바른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십시오.
이런, 아무래도 틀린 모양이네요.

천천히 생각을 가다듬으며 떠오르는 숫자를 다시 눌러봅니다.
: 《아이디어》 판정

Value: | 50/25/10 |
Rolled: | 79 |
Result: | Fail |
올바른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십시오.
이 숫자도 정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천천히 생각을 가다듬으며 떠오르는 숫자를 다시 눌러봅니다.
: 《아이디어》 판정

Value: | 50/25/10 |
Rolled: | 42 |
Result: | Success |
올바른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십시오.
이것도 아니라니...?
...아, 그러면 이건 어떨까요?
천천히 생각을 가다듬으며 떠오르는 숫자를 다시 눌러봅니다.
: 《아이디어》 판정

Value: | 50/25/10 |
Rolled: | 76 |
Result: | Fail |
올바른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십시오.
이런, 아무래도 틀린 모양이네요.
천천히 생각을 가다듬으며 떠오르는 숫자를 다시 눌러봅니다.
: 《아이디어》 판정

Value: | 50/25/10 |
Rolled: | 82 |
Result: | Fail |
올바른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십시오.
이 숫자도 정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천천히 생각을 가다듬으며 떠오르는 숫자를 다시 눌러봅니다.
: 《아이디어》 판정

Value: | 50/25/10 |
Rolled: | 3 |
Result: | Extreme |
몇번의 시도 끝에 [ (1003) ] 를 입력하자,
초록색 글자로 [확인] 이 뜨며 usb 파일이 열립니다.

아무래도 이건... cctv 영상들을 보관하고 있던 usb인 것 같네요.
날짜별로 현관 앞을 찍은 동영상들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가장 마지막 파일의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한달 전.
현이 사라진 날짜입니다.

당신은 떨리는 손으로 동영상 재생을 눌렀습니다.
…
…
이 날은 당신이 일 때문에 아침 일찍 자리를 비웠고, 현은 하루종일 집에 있었죠.
당신과 현이 현관에서 포옹하며 헤어지는 모습이 화면에 보입니다.
...영상을 뒤로 빠르게 돌려봅니다.
...
...어라?
집을 떠나고 몇시간 정도 후에 당신이 다시 현관으로 돌아옵니다.
분명 그 날 당신은 하루종일 일 때문에 저녁 늦게 들어왔는데 말이에요.
재생을 멈추고 화면 속 자신을 들여다봅니다.
생김새, 옷차림, 걸음걸이,
어딜 봐도 분명 나의 모습을 하고 있는 화면 속 ‘저것’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
영상을 계속 재생해 봅니다.
...
당신의 모습을 한 ‘저것’은 현관으로 다가가 벨을 누릅니다.
얼마 후 현이 문을 열고 나옵니다.
흔들리는 화면에서도 웃는 얼굴이 보일 만큼,
예정보다 일찍 돌아온 것에 기뻐하며 당신을 끌어안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모습을 한 그것은,
현을 마주 안아주며,
가방 안에서 칼을 꺼내,
푹
...하고, 현의 복부를 찌릅니다.
당신, 아니, 당신의 모습을 한 ‘그것’을 품에 안은 현은 크게 휘청입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은 찔러넣은 칼을 빼내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현의 복부를 찌릅니다.
새빨간 혈흔이 낭자하게 튀어오릅니다.
...
얼마나 칼을 찔러 넣었을까,
그것의 품에서 미끄러져 땅에 쓰러진 현은 몇 번을 움찔거리더니 마침내 미동을 멈춥니다.
‘그것’은 몸을 숙여 현의 목부분을 짚어 완전히 죽은 것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
…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신의 껍데기를 한 그것의 피부가 천천히 녹아내리더니,
유화 물감이 어지러이 섞이듯 끈적하게 흘러내리다 다시 모이고 섞이기를 몇번이고 반복합니다.
이윽고 그것의 형체가 하나로 모여져 만들어낸 모습은,
…
칼에 무자비하게 찔린 후
바닥에서 아직 따듯할 피를 흘리며 싸늘하게 식어가는, 현의 모습입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입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당신의 껍데기를 쓰고 있던 ‘그것’은,
이제는 현의 껍데기를 쓰고 있습니다.
현의 형체를 흡수한 그것은 이내, 식어버린 그를 들춰 업고 어딘가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당신은, 현이 화면 밖으로 사라질 때,
피 웅덩이 위로 비치는 그림자를 봅니다.
인간의 그림자가 아니라 형태가 불분명하게 꿈틀거리는 괴물, ‘그것’의 그림자 라는 것을요.
...
당신이 충격으로 미동도 없이 화면을 보며 멍하니 굳어있던 와중에,
영상 속, 현의 모습을 한 ‘그것’이 다시 등장하였습니다.
피 웅덩이를 밟고 선 그것은 cctv를 정확히 바라보며, 빙긋이 미소짓습니다.
마치 오늘 아침에, 어제 밤에,
당신이 기억하던 모든 순간들에서 당신에게 미소지어주던 바로 그 모습으로.
비현실적인 공포감이 덮쳐오는 순간입니다.
: 이성 수치 -1d3

rolling 1d3
()
1
1
화면 너머의 당신에게 미소짓던 현은 cctv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cctv의 화면이 순식간에 다가온 어둠에 잠식되고,
동영상은 거기서 끝이납니다.
…
...
동영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트북이 배터리가 다 했다는 알람과 함께 완전히 꺼져버립니다.
깜깜해진 화면에 딱딱하게 굳은 당신의 표정이 반사됩니다.
…
...바로 그 때,
어제 성당에서 느꼈던것과 같은,
하지만 그것보다 배로 심한 날카로운 두통이 느껴집니다.
: 《듣기》 판정

Value: | 70/35/14 |
Rolled: | 81 |
Result: | Fail |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두통에 당신은 정신을 잃고 맙니다.
눈을 떴을 때 보이는 풍경은,
...아, 이제는 익숙한 그 어두운 심연 입니다.
‘미노야.’
이전부터 들려오던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이 현이라는 것을.
당신은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름이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눈길이 닿는 곳은 그저 어둠입니다.
그 외로운 심연 속에서 오롯이 현의 목소리 만이 뚜렷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길게 말을 하지 못해. 미노야.’
‘나는... 어떤 일 때문에 너와 헤어지게 됐어.’
‘내가, 널.. 다시 한번 만나기 위해 신과 계약을 하고 계속해서 간절히 널 불렀어.’
‘이렇게라도 닿게 되어 정말, 정말로 다행이야…’
‘...미노야, 아무도 믿지 마.’
‘오로지 너 자신만 믿고 행동해야 해.’
…
…
아득했던 정신을 붙잡으며 눈꺼풀을 들어올립니다.
당신은 먼지투성이 바닥에서 눈을 뜹니다.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걸까요?
희미하게 켜졌던 전구의 불빛 마저 완전히 꺼졌습니다.
…
당신은 어둠 속에서 상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현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껍데기를 한 ‘그것’에게 살해당했습니다.
...그렇다면,
현의 껍데기를 쓰고,
이틀 전 집으로 돌아와,
오늘 아침까지 당신과 함께 있던 그것은,
...도대체 누구일까요.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
...그 때,
저 멀리서,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저벅, 저벅, 저벅.
멀리서 들리던 발자국 소리는 점점 가까워집니다.
아까 현이 답장을 했었죠.
‘빨리 집으로 돌아가겠다,’ 라고.
...
발자국 소리가 멈추고,
끼익,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지하실의 문이 열립니다.
갑작스럽게 밝아진 주위에 눈이 부셔 당신은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가립니다.
...그리고 당신의 손 틈새로,
쏟아지는 빛을 등진 현,
아니, 현의 탈을 쓴 ‘그것’이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현아..?
계단 끝에 선 ‘그것’은, 역광사진처럼 실루엣만 드러난 채 얼굴이 보이지 않습니다.
빛에 적응하지 못해 가늘게 뜬 눈에 비친 상은,
온통 컴컴하게 보이는 현의 모습은 잔상처럼 흔들립니다.
마치 당신이 화면에서 본 그것의 그림자처럼.
…
‘그것’은, 언제나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며 한 걸음씩, 계단을 내려옵니다.

난… 또, 어디론가 가버린 줄 알아서 걱정했는데, 지하실에 있었구나..
한걸음,
한걸음,
한걸음,
그리고 마침내 지하실로 완전히 내려와 당신을 일으켜 줍니다.
이젠 현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입니다.
현은 당신의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합니다.





...돌연, 현의 손길이 멈춥니다.

그의 시선을 따라 등뒤를 돌아보면,
usb가 꽂힌 노트북에 당신과 현의 얼굴이 비칩니다.
여전히 웃고있지만 어딘가 경직된 표정의 현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찾고 있던 게 이거였어..?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어디까지 봤어?


미노야?

(꾹, 쥔 주먹이 파르르 떨리는것만 같았다.)



...아니면, 왜 겁먹은 거야?




내 얘기를 들어줘, 미노야... 응? (잡은 손에 힘을 꾹 쥔다.)






허구가 아니라면 USB에서 본 게 뭐겠어?

하지만..(설명할 길이 없어 입술만 잘근잘근 씹는다.)

이 곳이 네 꿈속이라는 걸.
...
꿈 속이라니, 무슨 말일까요?
믿을 수 없는 말에 당신이 눈을 크게 뜨고,
깜빡, 감았다 뜨자…
당신과 현은 어두컴컴한 지하실이 아닌 사막에 서 있습니다.
시선 끝엔 광활한 사막의 지평선이 펼쳐져있고,
해 대신 달이 떠 있으며,
머리 위에선 오로라가 일렁입니다.
주변은 어둡지만 밝으며,
바람 한점 느껴지지 않지만 모래언덕은 끊임없이 만들어졌다 흩어지고,
바닥의 물결무늬가 굽이치며 움직입니다.
이토록 비현실적이며 초현실적인 광경의, 이 공간은…
당신의 무의식, 당신의 꿈 속입니다.

이제는 다 알겠지만, 여긴 네 꿈 속이야.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될지 모르겠는데.
원래의 나와 너는, 일년 전 쯤... 사고를 당했어.


..그 사고때문에 나는 죽고... 너는, 아직 혼수상태에 빠져있는 중이야.
.... ...
내가 죽어갈 때, 다시 한 번 너를 만나게 해달라고 빌었어.
마지막이라도, 잠깐이라도 널 보고 싶었으니까.
그 때, 신이 내 기도를 들어준거야.

이렇게... 지금 네 꿈속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줬어.


말했다면 분명 지금처럼 겁먹었을 테니까...
내가... 꿈 속에 자리를 잡으려면, 너의 기억 속에 있는 나를 죽이는 수밖에 없었어...
내 영혼이, 다른 사람의 무의식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해...
...한달간 자리를 비웠던 것도 그 때문이야.
...미노야..
당신의 꿈 속에서 만난 현은 당신에게 ‘아무도 믿지 말라’라고 말했고,
지금의 현은 자신을 믿어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의 눈동자에, 혼란스러운 당신의 표정이 반사됩니다.
...당신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그 모습을 바라본 현은 나직하게 말합니다.

기억속의 나를 죽이고, 그런 끔찍한 일을 보게 하고...
...내가 원망스럽고 밉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미노야.
만일 내게 복수하고 싶다면,
..그 총으로 미노, 너 스스로를 쏘면 돼.
그러면 넌 꿈에서 깨어나고, 네 꿈속에 기생하고 있는 나는 사라지겠지...

..널 사랑하니까.
현이 말을 마치자 어느새 당신의 손에는 리볼버가 쥐어져 있습니다.
이것도 무의식 속 초현실적인 일들의 일부일까요?
차갑고 묵직한 리볼버에는 탄환 하나가 장전되어 있습니다.
현은, 평소의 그 따스했던 손길로 당신의 손을 잡아 올립니다.
그렇게 총구가 멈춘 것은 현의 가슴께.
고개를 숙인 현은 담백한 어조로 천천히 말을 이어갑니다.

나, 너를 너무나.. 정말 많이 사랑해.
네 무의식에 완전히 들어오는 건 아주 힘들었지만...
너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면, 나.. 나는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었어..
네 꿈 속에서... 이렇게라도, 우린 영원할 수 있어, 미노야.
...만약, 그게 아니라면... 지금 나를 죽이고 꿈에서 깨어나.

미안..하지만.. 이대로는 안 돼..(눈을 질끈 감은 채, 그대로 방아쇠를 당긴다.)
당신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타앙, 하는 소리와 함께 발사된 총알이 현의 가슴에 꽃힙니다.
현의 가슴에 총알만한 구멍이 뜷리고,
그 구멍이 점점 넓어지며 현의 몸은 서서히 모래가 되어 흩어집니다.
현은 당신을 바라보며 슬프게 웃습니다.

...
그 말을 마지막으로 현의 존재는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습니다.
당신은 이 아름답고 몽환적인 풍경에 홀로 남겨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달무리가 지평선에 닿은 순간,
사막의 모래들이 하나 둘씩 별이 되어 떠오릅니다.
광활한 우주에 별들과 함께 유영하던 당신은,
‘미노야.’
…
...당신을 부르는 현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 목소리가 귀에 닫는 순간, 몸은 아래로 속절없이 추락합니다.
몸은 아래로 향하지만 동시에 위로 끌어당겨지는 듯한 이 느낌.
그렇게 추락하듯 솟아오르던 당신은 돌연 환한 빛에 눈을 뜹니다.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병실의 천장, 그리고…
당신을 바라보는 현입니다.
놀란듯 당신을 내려다보는 두 눈은 물기가 가득합니다.
어째서인지 기억보다 수척해보이는 얼굴이 당신을 더욱 애달프게 내려다봅니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로 다행이야...
의아해하는 당신에게 현은 그동안의 이야기를 해줍니다.

많은 의사들을 찾아갔지만… 현대 의학으로는 너를 깨울 방법이 없었어.
그렇게 하다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초현실적인 것들까지 알아보게 되었는데,
그때 한 신에게 기도를 올렸어…
감사하게도, 그 신이 내 기도를 들어줘서… 목소리라도 꿈에 닿을 수 있게 해줬어.
신이 말하길... 미노, 네 영혼을 사악한 존재같은게 노리고 있다고 말해줬거든.

네가 꿈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밖에 없었어...
네가 스스로… 꿈에서 깨어나도록 너를 격려하는 것밖에.
말을 마친 현은 당신의 손을 꼭 잡고 말합니다.

...사랑해.
그런 현의 말에 웃으며 천천히 손을 맞잡습니다.
당신은 긴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지독한 악몽과도 같은 꿈이었지요.
앞으로도 당신은 지금처럼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외롭지 않겠죠.
…그 옆에는 늘 현이 함께 할 테니까요.
꿈이 아닌 현실에서, 오래도록.
END.1 당신을 위한 기도
20190221
유현 생환
송미노 생환
-
[사막의 끝자락에 달무리가 걸릴 때]
END.
'TR 로그 백업 > 현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90235]어느 쪽이 좋아? (0) | 2019.02.26 |
---|---|
[20190222]경화수월 (0) | 2019.02.22 |
[20190218]섹스하고 싶어! (0) | 2019.02.18 |
[20190214]수몰버스 (0) | 2019.02.14 |
[20190212]창백한 체온 (0) | 2019.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