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22
KPC. 유현
PC. 송미노
[경화수월]
-
-
사랑해.
…번 째의 처음으로 그 사람이 말했습니다.
시간을 건너 다시 우리가 사랑하게 되었다고.
...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귀를 뚫는 굉음.
잔해가 온몸을 짓누르는 압박감과 주위를 시끄럽게 가득 채우는 비명 소리,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사이렌 소리...
그리고, 그리고, 또…
...
오늘로 몇 번째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죽음의 순간.
이런 때에도 당신은 건물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언제나 귀찮은 것 같다는,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번이나 반복한 이 시간은 이젠 지루할 만큼 익숙해졌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 오랜 시간의 반복에서도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는 현의 얼굴.
아, 시야가 점점 흐려져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 《관찰》 판정
Value: | 85/42/17 |
Rolled: | 17 |
Result: | Extreme |
눈이 감기기 직전, 현과 눈이 마주친 것도 같습니다.
꼭, 울 것 같은 얼굴이었습니다.
어쩌면 가장 많이 보았던 모습.
그러나 여전히 보고 싶지 않은 모습.
하지만 슬퍼 보인다기보단, 절망에 빠진 것만 같은 표정입니다.
...
다시 또, 만나러 가겠다고 얘기해줘야 하는데.
현에게 손을 뻗으려는 순간, 야속하게도 당신의 의식이 끊깁니다.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건물의 잔해에 깔려 몸이 부서져가던 고통은,
마치 꿈이었던 것 마냥 몸도 주위도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이 이후의 당신의 행동도 정해져 있습니다.
현과 공원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12시.
슬슬 현을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서둘러 나갈 준비를 끝마치고 집 밖을 나서는 순간,
무언가 툭 하고 발치에 걸립니다.

(뭐지. 확인해본다.)
고개를 내려보면 바닥에 손바닥만 한 작은 손거울이 떨어져 있습니다.

거울에 손을 댄 순간, 표면이 마치 수면처럼 일렁입니다.
찰나였지만 분명 물 같았는데...
...
다시 만져보면 평범한 거울입니다.
이게 대체 뭘까요?
: 《이성》 체크

Value: | 60/30/12 |
Rolled: | 15 |
Result: | Hard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이곳에 왜 갑자기 손거울이 떨어져 있는 걸까요?
어쩐지 찜찜하긴 하지만, 일단은 챙겨가는 쪽이 좋을 것 같습니다.

...
당신은 다시 서둘러 집밖으로 향합니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현 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은 어떤 게 좋을까?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되돌아가서 처음 만나는 현은,
언제나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으니까요. 마치 운명처럼.
…
그렇게 발걸음을 재촉하자,
공원 분수대 앞에 당신이 그토록 만나고 싶어하던 사람,
현이 보입니다.

현아..!(총총 뛰어간다.)

..? (얼굴을 힐끔 살펴보면서 한쪽 눈썹을 찡긋거린다.) ..누구야?

그, 그런건 중요하지 않지..?(내적친밀감MAX)


내 이름은 미노,.라고 하는데..(tmi)지금..할일 없는건가..?(흘끔, 현을 곁눈질한다.)



너도.. 약속있으니까 여기 있던 거 아냐? (가려는듯 한발자국 앞으로 내딛는다.)

난..갑자기 약속 안가봐도 될것같아서(;)
: 《아이디어》 판정

Value: | 50/25/10 |
Rolled: | 73 |
Result: | Fail |
이전의 시간들에서 첫 만남 이후에 함께 근처의 카페로 함께 갔던 것을 기억합니다.



아아무튼!



그럼, 잠깐만 있다가..

핫항..
...
현과 함께 카페에 도착합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곧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카페.
늘 그랬듯이 창가 쪽의 자리가 비어있네요.
어디 보자, 메뉴는...

뭐 좋아해..?
역시..고구마 라떼나 카라멜 마끼아또인가..?



난.. 둘 중에 아무거나.

여기 고구마라떼 두잔이여..!
카페 직원: 네, 주문 받았습니다- 결제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제가 할게요.
(카드를 슬쩍 내민다.)




(카드를 더 불쑥 내민다.)
어, 얼른 계산하셔야죠..?

카페 직원: 네네, 카드 받았습니다. (결제를 한 뒤 미노에게 카드를 돌려준다.
테이크 아웃으로 하시겠어요? 아니면 드시고 가시겠어요?

먹고갈게요!(같이 시간보내야지!)

카페 직원: 앉아계시면 자리로 가져다 드릴게요~

(현의 옷자락을 슬쩍 잡고 당긴다.)가서 기다리자!


마치 약속이라도 정해놓은 것처럼,
미노와 현은 창가 자리로 가서 몸을 앉힙니다.
앉아서 잠시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이 곁으로 다가옵니다.
사각형 트레이 위에 예쁘게 놓인 찻잔 두개.
코끝을 간질이는 달달한 향이 마시기 전부터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네요.


(홀짝)..그런데 어디 가려고 했던거야..?


(재빨리 고개를 붕붕 흔든다.)

또 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찾아옵니다.
홀짝홀짝, 말없이 서로 잔만 들이킵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요?
음료를 마시자,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불현듯, 누군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킨 것처럼.
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집니다.

: 음료를 마신 현과 미노, 《이성》 체크

Value: | 60/30/12 |
Rolled: | 56 |
Result: | Success |

Value: | 45/22/9 |
Rolled: | 26 |
Result: | Success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아이디어》 판정

Value: | 50/25/10 |
Rolled: | 97 |
Result: | Fail |





너는 오늘 일 없어?


..첫사랑, 같은 거 있어?

..응.
..너는?

있어. ...내 나이쯤이면, 다들 있을테니까.

어떤 사람이었는데..?(초롱초롱)


..이야기하려고 꺼낸 얘기 아냐..?(설레발)


나도..첫사랑 있었는데..




그럼 첫사랑중이라고 할게..!
너는 첫사랑 언제 처음 해봤어..?
이것도 말해주기 좀 그래..?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 만나러 가야하는 거 아냐..? (잔을 다시 들어올린다.)
나랑 이렇게, 재미없는 얘기만 하고... (우물쭈물 하다가 한모금 들이킨다.)

나는..지금이, 제일 재밌어서...







다 마셨으니까, 먼저 가볼게.

으응.......
다음에 또봐..(꿈질..)





(미간만 조용히 찌푸리며 말없이 바라본다.). ....




..카페, 앞까지만..

그래!(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카운터로 향합니다.
...어라?
이게 무슨 일일까요?
카운터에 서 있던 직원이 갑자기 둘을 향해 박수를 치기 시작합니다.


아, 세상에!
여러분이 오늘의 ...번 째 손님이라는군요!
직원은 당신에게 일종의 경품으로,
근처의 유명한 미술 전시회 관람권을 두 장 건넵니다.
표값이 비싸 구하기가 어려운 레어 표라고 하네요.
: 《아이디어》 판정

Value: | 50/25/10 |
Rolled: | 28 |
Result: | Success |
…번 째? 이런 이벤트가 있었던가?
오늘따라 이상한 하루라고 생각합니다.

: 《이성》 체크

Value: | 60/30/12 |
Rolled: | 5 |
Result: | Extreme |
: 이성 수치 -1
관람권을 받고 자세히 살펴보니,
미술관은 바로 이 근처인 것 같네요.
걸어서 갈 수도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입니다.

(꿈뻑)(현을 바라본다.)



..좋아하는 사람 있다면서, 그 사람이랑 가면 되겠네..

(붕붕)
아, 아니..표 하나는 네꺼니까..당연히 같이가줘야하는거 아닌가?(아무말함)

계산은 네가 했잖아.


그, 그러니까....


..정말, 잠깐이야 그럼. (곤란한 얼굴로 마지못해 중얼거린다.) .....

..미술관 가는거 좋아하지 않아~?

(깜빡) ..그렇긴한데. (머뭇거리다 의아한듯 바라본다.)
어떻게 알아?



그럼 미술관 가는거지..?



자, 잠깐. 무.. 뭐, 뭐하는거야.. (엉거주춤 따라가긴 하는데 꽤나 당황스러운 얼굴)


... 오랜 투닥거림 끝에, 미술관에 도착합니다.
수없이 반복되는 시간들 중에, 한 번도 들러보지 않은 미술관입니다.
이제 이 동네의 지리는 전부 외웠다고 생각했지만…
어째서일까요, 이 미술관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표값이 비싸 구하기 힘들다는 건 사실인지, 주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마치 두 사람이 통째로 이 미술관을 빌린 것만 같은 느낌에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
입구로 가 표를 내고 입장하면, 꽤 단출한 미술관 내부가 보입니다.
미술관은 중앙에 있는 분수대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A관, B관, C관 총 세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분수대..구경할 수 있나..?
정중앙에 자리해 한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커다란 분수대.
가운데에는 활짝 핀 꽃 상이 세워져있고, 꽃잎을 따라 물줄기가 퍼져 나옵니다.
옆에는 넓은 벤치가 있으며,
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물줄기에 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만 같습니다.
또, 분수대 앞에는 푯말이 세워져 있습니다.
작품명 : 『 수월 』
이것도 작품의 일부라는 걸까요. 특이한 미술관입니다.
: 《교육》 or 《과학(식물학)》 or 《자연》 판정

Value: | 60/30/12 |
Rolled: | 69 |
Result: | Fail |
: 《관찰》 판정

Value: | 85/42/17 |
Rolled: | 72 |
Result: | Success |
꽃 상 앞에 작은 원기둥 같은 게 솟아올라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 안에는 동전이 몇 개인가 담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곳 같네요.




..동전?


(다행히 동전 딱 하나가 손에 잡힌다.)
..여기.

...(과연 내가 넣을 수 있나?)(잠시 스스로에 대한 불신)
얍!(동전을 던진다.)
: 《민첩》 판정

Value: | 40/20/8 |
Rolled: | 45 |
Result: | Fail |
...
퐁당!
허무하게도 분수 안으로 빠지고 맙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네요.








미술관 근처라, 돈 뽑는 곳도 없을 텐데..



(주변을 둘러본다.)
자판기를 찾아 주변을 둘러봅니다.
아, 그러고보니 입구 근처에 음료 자판기 비슷한게 있던 것 같기도..?
불이 켜 있던 것으로 기억하니,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으음...그러니까.....
...(또 현을 바라본다.)


........



(천원짜리 한 장을 꺼내 안으로 넣고.... 음음, 한동안 고민하더니 초코 음료를 하나 뽑는다.)
버튼을 누르는 것과 동시에 음료가 나온듯 덜그렁! 요란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남은 돈이 적은 탓인지 작은 동전들이 칸에서 우수수 떨어집니다.
이 정도면 몇 번은 더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팔을 이끌고 분수로 향한다!)


: 《민첩》 판정

Value: | 40/20/8 |
Rolled: | 8 |
Result: | Extreme |
땡그랑!
경쾌한 소리를 내며 동전이 골인 했습니다. 나이스 샷.


(잘했냐는 얼굴로 돌아본다.)


.. .현.....(우물우물, 작은소리로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빈다.)







(동전을 가만히 보다가 휙! 던져본다.)
Value: | 50/25/10 |
Rolled: | 49 |
Result: | Success |

땡그랑!
또다시 경쾌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손을 모으고 눈까지 꼭 감는다.) .. ....
.....
(한참이 지난 후에야 바닥을 내려다보며 눈을 뜬다.) 이제 그만 가자.

A관부터 가보자~

...
조각상이 즐비하는 A관에 도착합니다.
아마 조형물들을 전시해놓는 곳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본다.)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상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큰 거울 조각상에 꽃 하나가 새겨져 있습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 《교육》 or 《과학(식물학)》 or 《자연》 판정

Value: | 60/30/12 |
Rolled: | 81 |
Result: | Fail |
: 《관찰》 판정

Value: | 85/42/17 |
Rolled: | 37 |
Result: | Hard |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경화 』
문득, 당신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 《아이디어》 판정

Value: | 50/25/10 |
Rolled: | 30 |
Result: | Success |
집을 나오면서 주웠던 그 거울의 모양과 비슷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더 볼건 없으려나..?
그 외에 특별히 눈에 띄는 작품은 없습니다.

(팔을 끌고나온다.)

...
B관에 들어서자, 크고 작은 액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반듯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림을 전시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 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변을 살피던 미노는, 미묘하게 비뚤어진 액자를 발견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커다란 거울 속에서 한 남자가 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는 그림이 보입니다.
: 《교육》 or 《과학(식물학)》 or 《자연》 판정

Value: | 60/30/12 |
Rolled: | 34 |
Result: | Success |
아, 이제야 기억이 났습니다.
저 꽃. 예전에 책에서 본 적이 있었죠.
새빨간 동백꽃.
글쎄, 꽃말이...
: 《지능》 판정

Value: | 50/25/10 |
Rolled: | 89 |
Result: | Fail |
흐릿하게 떠오를 법도 한데,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 《관찰》 판정

Value: | 85/42/17 |
Rolled: | 51 |
Result: | Success |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거울 속의 꽃 』
문득, 당신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갑니다.
: 《아이디어》 판정

Value: | 50/25/10 |
Rolled: | 3 |
Result: | Extreme |
기분탓일까,
그림 속 남자의 모습이 왠지 현과 닮았다고 느낍니다.





여긴..다 본건가?





...
함께 C관에 도착합니다. 이곳이 마지막 전시관같네요.
여러 아름다운 공예품들과 세공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정교한 것들뿐입니다.
내부 인테리어에 꽤 신경쓴 듯 안은 깔끔하고,
감상에 도움이 될 법한 잔잔한 음악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자, 특히 조명이 밝은 전시작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 물결처럼 세공된 원반 모양의 보석 판 위에 문스톤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 《관찰》 판정

Value: | 85/42/17 |
Rolled: | 19 |
Result: | Hard |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
그 아래 짤막한 안내문도 적혀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을 만져보세요! ]

(손을 뻗어본다.)
당신이 그것에 손을 대는 순간,
...
... 어라? 분명히 눈앞에 있는데 닿지 않습니다.
꼭, 공간이 단절되기라도 한 것처럼.
: 《이성》 체크

Value: | 59/29/11 |
Rolled: | 25 |
Result: | Hard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신기하네.






볼건 많이 없네..

그래도 미술관 와서 좋았지..?(초롱초롱)



..뭐, 뭐하는..


(끄응...) ..그래.
...
어느 정도 관람을 끝마치고 나서 밖으로 나오자,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던 걸까.
금세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헤어져야 할 때입니다.
마침 돌아가는 방향은 같아서 둘은 나란히 걷기 시작합니다.



..집은, 여기서 멀어?








금방 가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잠시 머뭇거리나 싶더니 큼큼, 헛기침을 한다.) ..덕분에 즐거웠어.

나도 즐거웠어..
저..내일도 바쁜가..?



그런건 아니지만...



아니, 좋아..





그래도, 처음보다는 편해진 것 같아서... 좋네.


첫날부터 이렇게 마음을 열어주다니.
당신은 기쁜 마음을 감추기가 어렵습니다.
활짝 웃는 얼굴로 무언가 더 답하려는 순간,
현의 눈이 커지고,

푹, 살갗이 뚫리는 고통에 몸이 굳습니다.
아,
하필 오늘,
오늘 같이 특별한 날에 이렇게 빨리 죽을 필요는 없었는데.
...
울컥, 입에서 피가 쏟아집니다.
떨리는 손으로 가슴께를 더듬어보면 만져지는 것은 깊숙하게 박힌 식칼,
흐릿한 시야 너머로 저 멀리 도망치는 누군가의 뒷모습.
살해당하는 건 오랜만이네. 이번에도 실없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이렇게 이른 죽음은 처음입니다.
현과의 첫 만남으로부터 죽게 되는 날짜는 일정하지 않았어도...
첫날에 죽은 적은 없었으니까.
... 모르겠습니다. 점점 사고가 둔해집니다.
고개를 돌려 보면, 잔뜩 놀란 얼굴의 현이 보입니다.
꼭 울 것 같이.
어쩜 이리 매번 표정이 똑같은지.
: 《관찰》 or 《심리학》 판정

Value: | 85/42/17 |
Rolled: | 73 |
Result: | Success |
...
이렇게 빨리 죽게 되어서 너무 아쉽지만, 괜찮습니다.
어차피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요.
몸이 점점 기울어져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직전,
우직,
희미하게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순식간에 살갗을 파고들어 심장을 찔렀던 칼날이
마치 꿈이었던 것 마냥 몸은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이 이후의 당신의 행동도 정해져 있습니다.
현과 공원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2시.
...
...어라, 2시?
이상합니다. 여태까지 현을 만나기 전은 모두 똑같았는데.
바깥의 풍경, 날씨, 일어나는 시간까지도.
당신은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고 느낍니다.
: 《이성》 체크

Value: | 59/29/11 |
Rolled: | 74 |
Result: | Fail |
: 이성 수치 -1d2

rolling 1d2
()
2
2
당신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문득, 낯선 벨 소리가 울립니다.
확인해보면 휴대폰이 아닌 집 전화의 벨입니다.

수화기 너머는 조용합니다.

: 《아이디어》 판정

Value: | 50/25/10 |
Rolled: | 98 |
Result: | Fail |
...수화기를 내려놓고 발걸음을 옮기자,
툭, 무언가 떨어집니다.
확인해보면 그것은 어제,
...아니, 이전의 '오늘' 집 앞에서 주웠던 손거울.
어째서인지 분명 깨끗했던 거울 표면에 금이 가 있습니다.

여러모로, 이전의 오늘과 이번의 오늘은 무언가 이상합니다.
늦잠도 자버렸고, 얼른 현을 만나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현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은 어떤 게 좋을까?
...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되돌아가서 처음 만나는 현은
언제나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을.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으니까요. 마치 운명처럼.
...
조금 늦긴 했지만 현은 언제나 이 주변을 배회했으니
이곳에서 기다리면 곧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
...
...
...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늘 보이던 곳,
익숙한 표정의 현과의 첫 만남이 처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할까요?

....(익숙하게 번호를 꾹꾹 눌러 전화를 걸어본다.)
뚜루루, 뚜루루-
긴 신호음이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전화는 받지 않습니다.

으음...(두리번두리번..)
집 주소라도 제대로 알아둘걸..
(끄응)(어제 가봤던 카페로 가본다.)
...
처음으로, 혼자 카페에 도착합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곧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카페.
늘 비어있던 창가 쪽의 자리는 다른 사람이 앉아 있습니다.
여전히 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처음 보는 낯선 사람.
혹시 무언가 알고 있지 않을까요?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은, 조용히 차를 마시며 창밖을 구경중입니다.

손님: 앗! 깜짝이야..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 미노를 바라본다.)
..누구신지?

여기 자주오는데, 처음뵙는 분 같아서요..
손님: 아, 예쁜 카페가 있길래 한번 들어와 봤어요.
무슨 문제라도...?

손님: ...? (의아한듯 바라본다.)

손님: 어어.... (약간은 당황한듯 쳐다보다가 곰곰, 고민을 한다.) ..아!
그러고보니, 먼저 여기 앉아있던 사람이 있었어요.
고구마라떼...? (갸웃거린다.) 비슷한걸 시켜놓고 한참이나 앉아있었던 것 같은데...

손님: 내가 오니까 화들짝 놀라며 나가더라구요. 아마 그사람이 맞을거예요.

손님: 으음.... (고민하듯 인상을 찌푸리며 뜸을 들이다가 긴가민가한 표정) 근처 미술관의 관람표를 들고 있던 것 같은데.... 그쪽으로 갔을지도 모르겠네요.
나도 자세한건 모르겠어요.

(서둘러 자리를 뜬다.)
미노는 서둘러 카페 밖으로 향합니다.
미술관... 거기에는 현이 있을까요?
불안감과 기대감이 섞인 발걸음이 미술관 입구까지 이어집니다.
...
여전히 주변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혼자서 도착한 넓은 미술관이 적막하기만 합니다.
현의 부재가 이렇게나 컸던가요.
입구로 가면... 아차,
그러고 보니 오늘의 당신은 표가 없습니다.
...
하지만 입구에 다다르자, 그 고민은 쓸모 없어집니다.
이전에만 해도 깔끔한 매표소에서 당신을 맞았던 직원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직원은커녕 사람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 난잡하고 을씨년스러운 매표소 내부가 보입니다.
표를 받을 사람도 없으니, 그냥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안으로 입장하자, 꽤 단출한 미술관 내부가 보입니다.
미술관은 중앙에 있는 분수대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A관, B관, C관 총 세 관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조각상이 즐비하는 A관에 도착합니다.
아마 조형물들을 전시해놓는 곳 같습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 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현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그 대신 유난히 눈에 띄는 조각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세히 보면, 큰 거울 조각상에 동백꽃이 새겨져 있습니다.
어째서인지 조각상에는 조금 금이 가 있고,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경화 』
: 《관찰》 판정

Value: | 85/42/17 |
Rolled: | 98 |
Result: | Fail |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B관으로 향한다.)
B관에 들어서자, 크고 작은 액자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벽에 반듯하게 걸려 있습니다.
그림을 전시하는 곳인 것 같습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 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주변을 살피던 미노는, 미묘하게 비뚤어진 액자를 발견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커다란 거울 속에서 한 남자가 동백꽃 다발을 품에 안고 있는 그림입니다.
안고 있는 꽃은, 저번보다 시들어 있습니다.
... 그림 속의 꽃이 어떻게 시들지?
: 《이성》 체크

Value: | 57/28/11 |
Rolled: | 21 |
Result: | Hard |
: 이성 수치 감소 없음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거울 속의 꽃 』
당신은 다시 한 번 액자를 자세히 살펴봅니다.
: 《관찰》 판정

Value: | 85/42/17 |
Rolled: | 75 |
Result: | Success |
못 보던 작품 설명이 보입니다.
[ 꽃처럼 한 철만 사랑했어야 했는데. ]

그 외에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
홀로 C관에 도착합니다. 이곳이 마지막 전시관같네요.
여러 아름다운 공예품들과 세공된 보석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가격이 꽤나 나갈 것 같은 정교한 것들뿐입니다.
안은 꽤 오래 방치해두기라도 한 듯 간간이 먼지가 눈에 띄고,
흘러나오는 음악은 미약하게 노이즈가 낍니다.

주변을 둘러보자, 특히 조명이 밝은 전시작을 발견합니다.
자세히 보면, 푸른 물결처럼 세공된 원반 모양의 보석 판 위에
빛바랜 듯한 흐린 문스톤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아래에는 작품명이 붙어 있습니다.
『 물에 비친 달 』
: 《관찰》 판정

Value: | 85/42/17 |
Rolled: | 23 |
Result: | Hard |
내용이 바뀐 안내문을 발견합니다.
[ 아무리 손을 뻗어도 잡히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포기하지 못 하는 거야? ]
…
얼마나 있었을까.
아무리 뒤져봐도 미술관 역시 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실망을 감추지 못 하고 미술관을 나오던 그때,
저 멀리 입구에서 보이는 얼굴은...
… 현입니다.

혀, 현..




자, 잠깐만..!




그냥, 같이..있고싶어서..





따라오지 말라니까...! (반사적으로 미노의 어깨를 살짝 밀쳐낸다.)










미노잖아. 성은.. 몰라.


(입을 꾹 다문채 가만히 바라보다가 몸을 다시 돌린다.) 그만 돌아가자.
..같은 방향이었으니까. 근처까지만 같이갈게.
혼자 뒀다가 또 죽어버리면... 찜찜하니까.

(꼼질꼼질, 손가락을 꿈지럭거리며 조심스레 다가서다가)..잡아도 돼?






…
현을 찾느라 시간이 벌써 이렇게나 지났던 걸까,
아니면 현과 헤어지기 싫어 느릿느릿 발걸음을 옮겼던 탓일까,
금세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이렇게 함께 걷고 있는데도 어딘가 불안하고, 묘한 기분.


아, 벌써 집 앞에 다다랐나 봅니다.
고개를 들면 익숙한 집의 대문이 보입니다.
원래 집까지 이렇게나 가까웠던가.
당신은 아쉬움과,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 자리한 불안감을 지우지 못한 채
여지도 주지 않고 떠나는 현의 뒷모습을 바라봅니다.
...
적막이 가득한 집.
당신이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전화기의 벨이 울립니다.
오늘 아침에도 들었던,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그 벨 소리.

이번에도 역시,
미노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끊겨버립니다.
다시금 의미 모를 불안감,
...혹은 불쾌감에 당신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순간,
단조로운 기계음이 들려옵니다.
[ 부재중 음성 메시지가 … 건 있습니다. ]

(확인해본다.)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오늘은 네가 언제나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는 걸 알았어. ]
[ 그래서 늘 집 전화 같은 건 확인도 안 하고 나온다는 것도. ]
[ 네가 일어나기 전에 전화해서 메시지를 남겨 놓으면... 넌 모르겠지? ]
[ 이건 이제부터 내 일기 같은 거야. 잘 부탁해, 미노야.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이번엔 꽤 오래 버텼다고 생각했는데... ]
[ ... 왜 매번 나는 너한테 지는 걸까. ]
[ 어쩌면 평생 내가 너를 이기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몰라. ]
[ 그렇게 생각했더니 기쁘면서도 슬프네. 내가 바랐던 건데 말이야.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신은 정말 잔인해. 정말이지, 잔인해. ]
[ 이럴 거면 처음부터 소원 따위 들어주지 말지. ]
[ 내가... 널 다시 볼 수 있게 해주지나 말지.]
(짧은 공백 사이의 흐느낌 같은 숨소리.)
[ ... 아냐, 아냐, 미노야. ...그래도 네가 보고 싶어. ]
[ 그래서 예정된 비극을 알면서도 다시 너를 만나러 가고, 다시 또 다른 처음을 시작해. ]
[ 나는, 너한테 죄를 짓고 있는 걸까?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또 네가 죽었어. 이걸로... 421번 째야. ]
[ 너는 이 저주 같은 나날의 처음을 기억하고 있을까? ]
[ 나는 기억하고 있어.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지. ]
[ 세계를 바쳐도 좋으니 너를 돌려달라고 했던 내 가장 끔찍한 실수를. ]
[ ... 나는 그냥, 너를 다시 보고 싶었어. ]
[ 다시 너를 보고, 네 손을 잡고,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 ]
[ 그냥 그것뿐이었는데... ...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난 끝까지 이기적인가 봐. ]
[ 수십 번이고 수백 번이고 다시 나를 만나러 와주는 너를 무시할 수가 없었어. ]
[ 네 상냥함에 기댈 수밖에 없었어. ]
[ 곧 너도 이 무의미한 반복에 질려서 나를 잊을 거라 생각했는데, ]
[ ...그런데 네가 다시 날 사랑하잖아. ]
[ 몇 번이고 처음으로 되돌아가도 나를 사랑하러 오잖아. ]
[ 네가 그러면 꼭, 꼭 우리가... 운명인 것 같다고 믿어버리게 되잖아.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한참 동안이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
[ 이런 끔찍하고, 악몽 같은 운명이 어디 있을까?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 ... 네가 살해당했어.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 네가 물에 빠져 죽었어.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목이 잘려 죽었어.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총에 맞아 죽었어.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압사.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질식사.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추락사.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간헐적으로 흐느끼는 울음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미안해, 미안해, 미안, 미안해... ...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0건.
10월 3일, 음성 메시지 0건.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나야. 내가 너를 죽인 거야. 전부 나 때문이야. ]
[ 더는 싫어, 더는, 네 죽음을 보고 싶지 않아. ]
[ 네가 죽었다는 것 따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시작했는데 전부 엉망이 되어버렸어. ]
[ 이젠 뭐가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어.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사랑해, 사랑해, 미노야. ]
[ 이 말을 미치도록 하고 싶은데, 이게 너를 죽이는 말이라는 게 가장 끔찍해. ]
[ 그냥 너를 보고 싶었다는 건 거짓말이야... ]
[ 네 손을 잡는 것만으로는 안 돼,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
[ 나는, 나는 널 사랑하고 싶었어. ]
[ 다시 만나서.. 널 사랑하고 싶었어.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 ... 널 사랑하고 싶었는데. ]
...
: 《이성》 체크

Value: | 57/28/11 |
Rolled: | 89 |
Result: | Fail |
: 이성 수치 -1d6+1

rolling 1d6+1
()
+13
4
그때,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동시에 맡아지는 탄내,
점점 주위를 둘러싸는 새카만 연기와
이제는 선명하게 들려오는 불이야-를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
사이렌 소리...
... 당신은 생각하기 싫어도 단번에 깨달아 버립니다.
다시금, 죽음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삽시간에 몸집을 키운 불길이 뜨겁습니다.
연기로 가득 차 주변은커녕 앞조차 보이지 않고,
부족해져가는 공기에 숨을 가누기도 어렵습니다.
당신의 다리, 팔, 온몸을 덮쳐가며 타오르는 불에 의식이 꺼지기 직전,
[10월 3일, 음성 메시지 1건.]
떨어진 수화기에서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 ― 그런데 내 사랑이 널 죽였어. ]
우직,
선명하게 무언가가 깨지는 듯한 소리를 마지막으로 당신은 눈을 감습니다.
…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키던 불길도, 탄내도,
전부 꿈이었던 것 마냥 몸은 멀쩡하기만 합니다.
그야 처음 겪는 일도 아니니 당연하지만요.
현과 공원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6시.
... 일어나는 시간이 더 늦춰졌습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툭, 주머니에서 무언가 떨어집니다.
고개를 내리면 보이는 것은 사선으로 선명히 금이 간 손거울.
이전보다 더 망가진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이젠 익숙해진 것만 같은 전화기의 벨이 울립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목소리를 내는 순간 칼같이 끊깁니다.
: 《듣기》 판정해주세요.

Value: | 70/35/14 |
Rolled: | 98 |
Result: | Fail |
당신이 수화기를 내려놓으려 하자,
기다렸다는 듯 차가운 기계음이 흘러나옵니다.
[ 부재중 음성 메시지가 3건 있습니다. ]

-
10월 3일, 음성 메시지 3건.
[ 이젠 내가 널 만나는 것마저 네 죽음의 이유라면 난 어쩌지? ]
-
[ 미안해, 이렇게 된 거 끝까지 이기적으로 굴게. ]
[ 마지막이잖아. ]
[ 벌써 네 집 앞까지 와 버렸어. ]
-
[ ... 보고 싶어. ]
-

(서둘러 밖으로 나선다.)
...
밖으로 나가보면, 벌써 해가 지평선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하늘을 물들이는 석양 아래,
당신의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집 앞 담벼락에 기대어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현입니다.




미노, 미노야.. 미안해.


나는.. 미노, 네가 죽었다는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
아직 너랑 못해본게 너무 많으니까...
너한테 내가 해준게 너무 없으니까... 그래서, (말을 끊고 입을 다문다.)


..죽어도 죽어도, 왜 자꾸 돌아오는줄 알고 있어..?


우리가 원래 살던 곳은 이미 폐허가 되어버렸어. ..내가, 나 때문에..


..얼마전부터 뭔가 문제가 생겼어. ...내일이면 이 세계마저 끝나겠지..


걱정하지마. 나한테 방법이 있으니까.
다시는 ... 네가 죽게 놔두지 않을게. 미노야.


..손거울 있었지?
내일 꼭 들고와줘. ..우리가 항상 만나던 첫 만남 장소로.


이제, 이 저주같은 운명도 마지막이야.
..사랑해, 미노야... 내일봐.
그 순간,
저 멀리서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빛을 내며
맹렬한 속도로 당신을 향해 다가옵니다.
이제는 전부 알아버렸습니다.
몇 번이고 반복했던 그 사랑이 당신을 죽였고,
이번에도 당신은 그 사랑에 의해 죽으리라는 것을.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세계의 끝에서, 마지막 사랑을 하러 가기 위해.
...
우직,
무언가가 조각 나는 소리가 당신의 귀에 선명하게 들렸습니다.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한 줄기가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처음 겪는 일도 아닌데 말이에요.
창밖은 이미 새카맣습니다.
당신은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시간을 확인합니다.
현과 공원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10시.
창문 새로 비치는 달빛이, 끔찍할 정도로 선명하게 당신을 비춥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기다렸다는 듯
주머니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집니다.

주워보면 그것은…
언제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산산조각 나기 직전인 손거울입니다.
...
당신은 익숙하게 집 밖을 나섭니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현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
...
... 아니, 재회는 어떤 게 좋을까?
...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났습니다.
시간이 되돌아가서 처음 만나는 현은
언제나 당신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것을.
상관없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그러나 두 사람은 결국 서로를 사랑했습니다.
끔찍한, 그럼에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처럼.
...
거리에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고,
마치 폐허가 된 듯 삭막하기만 합니다.
새카만 하늘에 별도 하나 없이 오직 둥근 달만이 앞길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공원에는,
몇 번, 몇십 번, 몇백 번을 봐도 그리운 현의 뒷모습.

.. 왔구나, 미노야.


...이 지긋지긋한 운명을 끝낼 시간이야.
손거울.. 챙겨왔지?


그 거울은, 이 세계랑 똑같은거야.
..완전히 깨지기 전에 막아야 이 곳이 유지될 수 있어.


그러니까 미노야... 그 거울 안에 나를 가둬줄래..?
내가 갇히면, 그러면.. 다시는 네가 죽을 일도 없을거야.

너를..거울, 안에..?

달이 구름에 완전히 가려지기 전까지... (하늘을 올려다 보다가 다시 미노를 바라본다.) 그 때까지는 끝내야하니까..

영영, 거울속에 있는거야..?

괜찮아, 어려운 일도 아닌데..
..너를 사랑하니까, 이정도는 괜찮아.


나는, 이런 세계라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가 아니더라도, 널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있을 테니까...


부탁이야, 미노야. ..내 욕심으로 시작한 일이니까...

나는..네가 선물해준 시간만으로도 행복했어.
나는..원래 죽었어야 할 사람이잖아. ..그치?


(거울을 제게 비춥니다..)

....잠시만.. (거울과 함께 꼭 끌어안는다.)


..그럼, 함께 들어가자.


...
거울을 들어 두 사람에게 달빛을 비추자,
두 사람을 향한 달빛이 아스라이 흔들립니다.
곧 빛은 둘의 몸을 감싸고,
두 사람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형상은 서서히 바스러지더니...
이내, 거울 안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갑니다.
...
...
깜빡깜빡,
당신은 천천히 눈을 뜹니다.
보이는 풍경은 똑같습니다.
완전히 바스러졌던 두 사람의 모습도,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환하게 빛나던 달빛도,
전부 꿈인 것 마냥.
현과 공원에서 처음 만나는 시간은 오후 1시. 지금은 12시.
...
당신은 불안, 혹은 약간의 기대를 안고 공원으로 향합니다.
이제는 외워버린 길을 걸으면서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현뿐입니다.
이번의 첫 만남은 이루어질까?
너는 여전히 그곳에 있을까?
...
...
한 걸음에 달려간 그곳에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는 현이 서 있었습니다.





...다시는, 못보는 줄 알았어...


(어깨끝이 살짝 떨린채 소근소근, 귓가에 작게 속삭인다.) ...좋아해 미노야.
..아니, 사랑해...

사랑해.
…번 째의 처음으로 당신이 말했습니다.
시간을 건너 다시 우리가 사랑하게 되었다고.
행복했던 순간도 잠시,
기다렸다는 듯 들려오는 귀를 뚫는 굉음.
지면이 크게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건물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합니다.
무너진 잔해가 현의 몸을 덮치고,
주위를 시끄럽게 가득 채우는 비명 소리,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
사이렌 소리...
그리고, 그리고, 또…
...
당신은 알기 싫어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건, 당신이 기억도 나지 않는 수많은 시간 동안 겪어왔던 죽음의 순간이라는 것을.
이제는, 당신의 사랑이 현을 죽이는 순간이라는 것을.
END.3 그리하여 사랑이여, 차라리 죽는다면 당신 손에 죽겠다.
20190222
유현 로스트?
송미노 로스트?
-
[ 경화수월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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